6월 5일까지 교보문고에는 없지만, 우리 집엔 있는 책.
내 브런치가 한창 문전성시를 이루던 때가 있었다. 볼리가 다음 메인이 걸린 덕분이었는데, 예상치도 못했기에 더욱 강력한 보람이었다. 그날은 일하다가도 짜증 난다 싶으면 (거의 한 시간에 다섯 번 이상이란 뜻이다) '지금 방문자수는 몇일까?' 하며 통계 버튼을 시도 때도 없이 눌렀다.
조회수와 라이킷 알람 사이에, 눈을 의심하게 하는 내용이 있었다.
사기인가?. 인스타에서 이름 모를 이가 이런 DM을 보냈다면 십중팔구 <20분 만에 이천만 원 버는 부업>이라던가, 분명 누군가를 <도용한 듯한 계정>이었기에, 눈을 가늘게 뜨고 의심했다. 그런데 웬걸? 책 리뷰어가 되어달라는 제안이었다.
15년 전, 민음사 소설 전집을 사기 위해 밤 11시에 홈쇼핑을 보며 눈 빛내던 여자의 딸로서, 이런 건 놓칠 수 없었다. 책을 주신다길래, 냉큼, 혹여나 선착순일까 봐 헐레벌떡 신청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반신반의였다.
사실, '읽어야만 하는 책'은 대학교 전공서적 이후론 정말 간만이어서, [해야 하는 일]처럼 부담스럽기도 했고 후에 독후감을 써야 한다는 게 조금은, 걱정스럽기도 했다. 영업 못해서 영업팀에서 뛰쳐나오는 나인데... 귀한 기회를 주셨는데, 이 책을, 영업할 수 있을까. 괜히 받는다 했나?
잠시 고민도 했지만, 내용이 좋다면, 이런 걱정 굳이 사서 할 필요 없을 테니, 우선은 그저 읽어 봤다.
시를 한동안 좀 멀리했다. 그 공백이 주는 여백을 기꺼이 감당할 수 있는 여유가 없었다. 시집 안에서 가장 많은 건, 새로운 단어, 음률도 아닌 흰 공백이어서 덕분에 한 문장, 한 문장을 꼭꼭 씹을 수 있다.
그래서 여유가 없으면 시를 읽을 수 없다고 생각해 왔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이 책은, 셰르파 같았다. 시와 친하지 않은 사람에겐, 시와는 이렇게 친해지는 거라고 가르쳐주고,
시와 안면을 조금이라도 튼 사람들에겐, 요즘 시 한번 읽어보면 어떻겠냐고 속삭인다.
덕분에, 나도 오래간만에 다른 시집을 잡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