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 모예스 작가의 장편소설
슬프고 어이없는 상황에서 타인의 구두와 함께 휩쓸리다가 만나는 신기한 위로
장편소설 <타인의 구두, 조조 모예스, 이나경 옮김, 다산책방, 2026>를 읽었다. 조조 모예스는 영국의 베스트셀러 작가다. <미 비포 유>, <애프터 유>, <스틸 미>로 이어지는 3부작은 대표작이며, 2016년에는 <미 비포 유>가 영화로 제작되었다. 이 책 <타인의 구두>는 15년 전에 쓴 단편을 발전시킨 작품이라고 한다.
이 장편소설에는 목차가 없다. 일련번호로 매겨진 38개의 장면으로 전개된다. 에필로그와 조조 모예스 작가의 인사말인 감사의 말이 마지막 장에 나와 있다.
장소는 영국의 런던이다. 첫 장면 주인공의 이름은 샘이다. 사춘기 딸과 실직한 남편을 둔 일하는 중년 여성이다. 또한 십 대 아들의 성 정체성을 인정해야 하고, 끊임없는 남편의 불륜에 시달리는 부유한 니샤라는 이름의 미국인 중년 여성도 주인공이다. 니샤가 투숙하는 고급 호텔의 체육관이 수리로 잠시 문을 닫게 되면서 지역의 체육관을 사용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체육관에서 우연히 둘의 가방이 바뀌게 된다.
두 여성의 가방에는 두 여성의 인생관을 나타내는 듯한 신발이 각각 들어있다. 평소의 샘은 검정 단화를, 별로 걸을 일이 없는 니샤는 빨간색 높은 구두를 착용한다. 그날 우연히 바뀐 가방으로 인해 샘은 높은 구두를 신게 되고, 신발이 없는 니샤는 검정 단화를 신게 된다.
이야기는 걷잡을 수 없이 흐른다. 서로 다른 신발은 신게 된 두 여성을 중심으로 그들의 현재와 과거, 현재 처한 상황에서의 섬세한 감정이 쏟아진다. 샘은 실직의 위기에서 급하게 회의하러 가느라 타인의 신발을 신게 되고, 니샤는 그 호텔의 펜트하우스에 거주하지만, 남편이 이혼을 요구하면서 맨몸으로 쫓겨나는 상황에 부닥친다. 두 여성을 중심으로 주변 사람들의 인간관계가 더욱 긴박하게 전개된다.
알렉스는 음식이 영혼을 위한 거래요. 그래서 높은 사람들 말을 무시하고 손님에게 파는 샌드위치랑 똑같은 걸 만들어 줘요. -니샤- p125
예전 삶에서 즐겁지 않았던 것들을 전부 다 생각해 보고 이렇게 말해야 할지도 모르죠. 좋아 이제 새 출발을 할 기회가 생겼어. 완벽한 자유다. 아무 조건도 없는 꿈이 이루어졌어. 앞으로 전보다 더 행복해질 지도 모르고요. -니샤- p125
강인함. 진정한 강인함은 견딜 수 없는 참을 수 없는 상황에서도 사랑하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날마다 찾아가는 겁니다. 강인함은 온몸의 세포가 견디기 힘들다고 외쳐도 그 병실에서 시간을 보내는 겁니다. -샘-p253
샘은 구석으로 가서 권투 글러브를 낀 뒤 벨크로를 치아로 물어 죄고는 샌드백에 다가갔다. 누가 보든지, 누가 서툴다고 여기든지 상관하지 않았다. 샘은 자신의 상냥한 성격을 이용한 사람, 자신을 깔본 사람, 자신을 비웃고 무시한 사람 모두에게 주먹을 날렸다. 자신의 실직자로 만든 운명의 여신들에게, 딸의 경멸에, 결혼 생활의 파탄의 주먹을 날리는 동안 펀치는 더욱 강해졌다. 어머니가 남긴 세 개의 수동 공격형 메시지에, 아버지가 아프간 난민을 위해 두 번째 빈 방을 직접 치우다가 쓰러져서 물건에 깔리면 어쩔 거냐고 한 마지막 메시지에 주먹을 날렸다. 샘은 미리엄 프라이스의 유령을 향해, 잘린 사람이 된 수치심을 향해,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어진 새 일자리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샘은 자신의 실패와 약점에 피로와 슬픔에 주먹을 날렸다. 그리고 어깨가 아프고 심장이 터질 것 같으며 온몸의 근육이 그만하라고 애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샘-p357
영국인과 미국인의 정서에 대해 완벽하게 알지 못해도, 이 소설 속 사람들의 대화만으로도 짐작해 볼 수는 있다. 주인공은 생활인들이다. 여성이고 심지어 사춘기 자녀를 둔 어머니다. 일하며 만나는 동료에 의해 진정한 위로를 받는 우정의 장면은 동서양이 비슷하다고 느껴졌다. 샘과 니샤가 결국 만나서 그들이 함께 어려움을 해결해 가는 모습은 멋있었고, 사랑하는 자녀를 위해 어려운 처지에서도 힘을 내는 모습은 아름다웠다.
절대 얇지 않은 분량의 거의 500쪽에 가까운 이야기였다. 나는 그 끝을 알고 싶어서 멈출 수 없었다. 대화와 대화 사이에 담긴 작가의 말은 등장하는 사람들의 인격에 담겨서 생생하게 전달되었다. 평범한 소시민들의 일상과 치열한 일터는 샘과 니샤의 일자리에 대한 묘사만으로도 눈앞에서 벌어지는 것만 같았다. 두 여성 모두 매력적인 사람이지만 아무튼 나는 엄청난 굴곡을 겪으면서도 좌절하지 않는 니샤에게 조금 더 몰입되었었다.
이 이야기는 훌륭한 결말을 갖는다. 삶에 변화를 갖고 싶고, 무미건조한 현실이 지겹다고 생각하는 이에게 이 책을 권한다. 정말 마법 같은 위로를 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