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길을 걸으며
1. 공덕동 길 위에 서는 설렘
내가 사는 마포구 공덕동은 사방으로 길이 열린 오거리로 '교통의 요지'다.
일요일 아침,
창밖으로 비치는 5월의 햇살이 마음을 들뜨게 한다.
배낭을 가볍게 메고 공덕역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언제나 경쾌하다. 6호선 전철에 몸을 싣고 한강진역으로 향하며, 오늘 만날 남산의 새 얼굴을 그려본다.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운동은 시작되고, 내 건강 통장의 잔고도 조금씩 쌓여간다.
2. 한강진역에서 남산으로 가는 오솔길
한강진역에 내려 1번 출구로 내려가면 치안센터를 지나
호텔(현 그랜드 하얏트) 아래로 이어진 오솔길로 접어든다. 1년 만에 다시 찾은 이 길은 예전보다 훨씬 다정해져 있었다.
발바닥에 닿는 흙의 촉감이 부드럽다.
길가에 피어난 이름 모를 풀꽃들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넨다.
화사하게 뽐을 내던 철쭉꽃들도 서서히 시들어가고 장미꽃들이
한두 개씩 붉은색으로 피어나고 하얀 라일락 꽃들이 나를 반갑게 맞이해준다
남산의 품으로 들어가는 이 진입로는 도시의 소음을 차단하고 오롯이 자연과 나만이 마주하는 명상의 통로가 된다.
3. 황톳길과 대나무 숲, 변화된 남산의 표정
남산공원에 들어서니 입구부터 생경하면서도 반가운 풍경이 펼쳐진다. 전에는 볼 수 없었던 맨발 황톳길이 만들어져 있다. 신발을 벗어던지고 대지의 기운을 직접 느끼는 사람들의 얼굴에 생기가 가득하다.
한쪽에는 맑은 연못이 조성되어 하늘을 담고 있고, 꼿꼿하게 선 대나무들이 바람에 서걱거리며 쉼터를 꾸며놓았다. 예전의 투박했던 산길이 이제는 세련된 정원처럼 옷을 갈아입었다.
전국 팔도의 소나무 단지를 거쳐 오르는 길은 마치 우리나라 금수강산을 압축해 놓은 듯 풍성하다.
4. 둘레길의 고단함과 숲의 위로
남산 둘레길을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하자 종아리가 묵직해진다. "아, 내 나이도 이제 속일 수 없구나" 하는 생각이 스친다.
하지만 머리 위로 펼쳐진 푸른 신록의 터널이 내뿜는 맑은 공기가 폐 깊숙이 스며들면 다시 힘이 난다.
숲은 말이 없지만, 묵묵히 걷는 이들에게 건강이라는 가장 큰 선물을 건넨다.
굽이진 길을 돌 때마다 나타나는 나무 데크길과 잘 정돈된 계단은 걷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지루할 틈 없이 변하는 풍경 속에서 나는 살아있음을 다시 한번 느낀다.
5. 정상에서 마주한 세상과 하산의 여유
남산 타워와 팔각정이 있는 정상에 다다르니 서울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의 즐거운 표정과 웃음소리가 섞여 활기찬 에너지가 넘친다.
하지만 올라온 길만큼이나 내려가는 길도 만만치 않다. 만 보를 훌쩍 넘긴 걸음수에 무릎이 신호를 보낸다.
무리하지 않기로 한다. 시내버스를 타고 남대문시장을 경유하여 광화문으로 내려오는 길, 창밖으로 스치는 풍경을 보며 쌓인 스트레스를 털어낸다.
5호선을 갈아타고 다시 공덕역에 도착하니 만 삼천 보의 도보 숫자가 나를 반긴다.
이 숫자는 오늘 내가 얻은 땀방울이자 보험료 할인보다 더 값진 건강이다
6. 5월, 걷는 자에게 허락된 행복
앞으로 안산 자락길, 월드컵공원과 하늘공원 노을공원, 여의나루역에 내리면 한강시민공원 여의도
지구가 있다
광화문역에 내리면 물줄기가 힘차게 흘러가는 청계천이 있고, 그리고 양평역에 내리면 수 십 년 된 벚꽃나무 숲들이 터널을 만들어 놓은 안양천 둑방길을 걸어 선유도역이나 신길역 구일역 도림천역까지 힐링을 하면서
걸을 수 있어 너무 좋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내 걷기 여정은 계속될 것이다.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이 곧 병을 이기고 돈을 버는 길이라는 확신이 든다. 5월의 신록처럼 내 인생의 황혼도 푸르게 빛나길 바라며, 오늘도 길 위에서 숲길을 걸으면서 건강한 내 앞날들을 설계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