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지 문단의 형성과정과 이념

동인지 문단의 형성과정과 이념

김춘식 『미적 근대성과 동인지 문단』



눈꽃 이영경



1. 들어가며

시대를 이겨낸 사람들의 문학을 향한 지표와 지향점은 청춘을 향한 이글거림을 동인지 문단에 담아냈다. ‘데카당’적인 방식에서 시대를 이겨 보려는 동인들의 방황과 ‘심미화’는 동호인적 방향에서 계몽적 의지를 보여주며 점차적으로 발전된 동인으로 성장해 갔다.

미적 근대성과 낭만주의적 예술관에 대한 관심도 이 점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스스로 ‘자율적 장’을 구축하며 진화해 온 ‘미적인 영역’과 그러한 ‘독립된 장’을 지배하고 규율하는 가치에 대한 신념이 한국문학사에서 어떻게 구현되었고 또 진화되어 왔는가 하는 궁금증은 여전히 ‘문학’이라는 환각과 신념이 삶의 패턴과 예술가의 초상을 재생산하고 있는 ‘지금, 여기’의 현실에 맞닿아 있는 것이다. 지은이 김 춘식은 1966년 서울에서 출생하였고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 하였다.

문학박사, 문학평론가, 1992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당선되고 현재 계간 「시작」과 「한국문학평론」 편집위원 평론집으로는 「불온한 정신」이 있다. 2003년 「미적 근대성과 동인지 문단」을 발표하였다. 이 책은 1920년대라는 문화적 상황과 동인지에 실린 작품의 상관성, 동인들의 예술적 신념과 당대 사상계의 충돌 등을 다뤘다는 점에서 새롭다.

1920년대 동인지 문단에서도 이러한 낭만주의적인 예술관은 이 전의 계몽주의적인 주체 기획에 반대하여 감각과 체험을 통한 새로운 체험을 중요시하는 데카당 운동의 중요한 근거로 작용한다. ‘동인지’라는 특수한 잡지가 이 시기에 각별한 의미를 차지하는 것은, 그것이 낭만주의적인 예술관과 신념이 ‘동인’이라는 특정의 이념을 지닌 집단에 의해 추구됨으로써, 동인 혹은 문단이 자율적 장의 기원으로 정립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나의 작은 문학 장으로서 동인지는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폐쇄적인 성향을 고수했고, 이러한 폐쇄성은 당대의 윤리, 사상계와의 충돌 과정에서 예술의 독자성을 고집함으로써 상징적인 독립성을 얻는다.

본고에서 다루고 있는 연구 대상은 1920년대에 발간된 동인지의 「창조」, 「폐허」, 「장미촌」, 「백조」, 「금성」, 「영대」, 「폐허이후」 등이다.

개별 시인론으로는 동인지 문단의 시인. 중에서 주요한 · 김억 · 박종화 · 이상화 · 김소월 · 이장희 등을 별도로 조명해 보았다. 특히, 김소월·이장희는 동인지 문단의 인정투쟁에 깊게 관여하지 않았으면서도 미적 근대성의 원칙을 가장 심도 있게 구현해낸 시인이다. 이장희와 김소월의 시가 함유한 근대성은 작품의 자율성과 미적 자율성의 원리를 구현하는 그들의 시와 시론에서 특히 잘 확인이 된다. 동인지 문단이 낳은 뛰어난 시인인 김소월과 이장희는 ‘미학주의-자율성’의 차원에 자리한다는 점에서 김억, 주요한과는 대립적인 곳에 위치한다. 김억과 김소월을 모두 민요조 서정시인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두 시인의 문학적 아비투스가 대립적이라는 점은 여타의 많은 논란거리를 암시한다. 이광수·주요한·김억 등의 초기 동인지 문단과 「백조」의 성향적 차이는 ‘문학 장’의 형성을 둘러싼 ‘인정받은 문인’과 보헤미안적 문인‘ 사이의 대립과 이질성을 자연스럽게 환기시킨다. 이 점에서 「문사와 수양」이라는 글은 계몽주의적인 기득권 문인인 이광수가 새로운 문인 세력인 데카당파에게 가한 첫 번째 반격이라고 할 수 있다.


2. 청춘으로 조명된 동인지 문단의 이념과 감각

미적 근대성을 역사적 변천의 과정 속에서 파악하여 기술하고자 하는 것이고, 일정한 원리를 지닌 미학으로 규정하는 것, 보편적 교양과 규범으로 정의하는 방식이다.

보들레르의 미적 근대성은, 인용한 내용처럼 예술가의 상상력을 제외하고는 어떤 동맹자도 가질 수 없는 ‘모험이자 드라마’가 됨으로써, 비로소 자신의 고유성과 존재를 증명한다. 이런 고립성과 폐쇄성, 위험과 난항을 감수해야만 미적 근대성은 부르주아적인 세속성과 모더니티로부터 자신을 분리시키고 차별화 할 수 있는 것이다.

근대적인 예술가의 초상을 우리에게 전해 준다. 중산층 부르주아에 대한 경멸과 자신의 영혼 위로 그물을 던지려는 가족, 종교, 국가라는 거대한 제도적 근대의 시스템 앞에 머리를 숙이려고 하지 않았던 반항자, 도망자들의 운명은 그 자체가 미적 근대성의 산물이다. 미적 근대성은 새로운 근대적 체험을 수용할 수 있는 육체의 감각, 감정, 정서, 정조 사상의 단계적인 완성을 지향하는 언어의 발견과 창안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학습의 맹점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된다. 미적 근대성이란 계몽주의적 합리성을 기반으로 한 ‘논리의 세계’, ‘보편의 세계’가 은폐하는 차이와 특수성을 드러내는 장치이며, 애초에는 육체와 감각을 기반으로 삼았던 정신, 관념, 합리주의적 이성의 기원을 폭로하는 장치이다.

‘예술 장’ 안에서 여타의 사회적 장에서 결핍되었던 ‘사적인 것’, ‘사생활’, ‘에고이즘’을 재구성함으로써, 문학은 다른 여타의 ‘장’과는 다른 자율성을 획득하게 된다. 1920년대 동인지 문단의 미적 근대성은 이 점에서 개인, 에고, 사적인 것의 재생산을 통해서 예술의 자율성을 획득하려는 시도에서 그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민족의 문제를 사적인 기호와 취향의 문제로 환원하는 것을 통해서 ‘문학 장’은 ‘정치의 장’, ‘교육의 장’, ‘종교의 장’과는 다른 자율적 시스템을 갖추기 시작한 것이다.

그 거부감이 「창조」 · 「폐허」 동인의 방탕 · 방랑성 · 반항의 심리적 원인이며 「장미촌」 · 「백조」 · 「금성」 · 「폐허이후」 · 「영대」로 이어지는 동인지 문단의 데카당적 경향, 퇴폐주의의 실체이다. 이런 초월성은 현실을 지배하는 원리인 ‘돈과 자본’이라는 환각과 마찬가지로 동일한 환각을 생성한다. ‘참’과 ‘리얼’이라는 단어는 동인지 문단을 지탱하는 게임의 규칙 및 내기물, 신념, 즉 일루지오가 무엇인지를 환기시킨다. 감각과 표현, 즉 형식에의 전적인 몰두와 본질론적인 주제인 인생 · 자아의 구현은 ‘본질’을 가정하는 만큼 점점 더 현실로부터 초연하고 멀어지려고 하는 성향을 나타내게 된다. 동인지 문단의 ‘미적 근대성’은 이 점에서 감각의 해방을 통한 ‘주체 세우기’를 지향하면서도 근원적으로는 ‘언어’와 ‘감각’의 괴리를 뛰어넘지 못한 상태에 있었다. 이런 한계의 극복은 생활의 심미화와 문학 작품 내부의 질서 사이의 결절점에 대한 주목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생활의 심미화와 형식미학 사이의 불일치에 대한 고민을 통해서만 문학과 삶이 비로소 구체적인 미적 실천을 매개로 묶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의 원래 개념과는 무관하게 데카당이나 퇴폐주의를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 듯하다. 결국 이런 당시의 인식은 ‘동인’들의 자유분방한 행각이나 ‘생활의 심미화’ 방식에 대한 곱지 못한 시선과 함께 일본 유학생들과 예술에 대한 냉소로 표출되기에 이른다.

당시의 일반 독자가 지니고 있던 선입견을 지적하고 있다. 즉, 동인이라는 말은 당시의 조선에서는 아직 생소한 말이었으므로, 동인들은 그 개념이나 뜻, 취지 등에 대한 설명과 용어의 전파에도 나름대로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런 용어의 전파가 시행되는 중에 당대 조선의 ‘세평’ 혹은 일반적 인식과 그들의 새로운 지향이 충돌하게 되면서, 동인이라는 말은 점차 중립적 개념이 아니라 ‘이념’을 포함한 일종의 ‘신념’으로 변질되기 시작한다.

다시 말하면, 당시 독자의 통념상 이광수가 동인이 된다면 당연히 주필이나 주간을 맡을 것이라는 추측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고, 또한 동인지의 원래 취지를 강조함으로써 이광수와 자신들을 동등한 입장에 놓고자 하는 이중의 목적을 지닌 것이다. 즉, 동인이라는 말은 이미 당대의 독자가 지닌 통념으로부터 벗어나 특화된 말이 될 수밖에 없고 동시에 ‘이광수’라는 인물로 상징되는 기존 문학의 특권을 폐쇄시키기 위한 전략적인 용어로 변한 것이다.

특화되고 전략적인 ‘동인’의 개념은, 이 점에서 중립적인 표현일 수 없으며 이미 가치가 부여된 ‘절대 긍정’의 이념이 된다. 동인지 문단에서 ‘동인’이라는 말은 계몽주의 문학에 반대하는 ‘신문학’의 건설을 지향하며 당대 조선 민중의 전근대적 통념에 대립하는 개념으로서 동인지 문단이 지향하는 순문학의 핵심용어로 자리 잡는다.

염상섭도 이런 동인의 이념에 대한 동일한 해석을 보여준다. 염상섭은 동인의 이상과 당대 세상 사람의 통념을 대립시켜 비교함으로써 그 비판의 무책임함과 졸렬함을 강력하게 비판한다. 그는 ‘동인’이라는 말과 당대 조선의 허례허식, 겉치레, 형식주의적인 교양을 대조시키며 주간이 없어 「폐허」가 제대로 운영이 안 된다는 조소를 반박한다. 염상섭의 이런 시각은 ‘동인’의 개념을 부르주아적인 시민의 교양을 함축한 형식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당대의 사회를 진실한 교양과 주체성을 지니지 못한 채 전근대적인 속성에 근대적인 합리성만 접목시켜 놓은 것으로 평가한다.

‘동인’의 개념은 이 지점에 이르면, 예술적 동호인 집단으로서의 성격을 넘어서 ‘시민적 교양과 민주주의’의 한 형태로 확대되기에 이른다. ‘자율적 개인이라는 이상’과 ‘동인제’는 여기서 등가성을 지닌 개념이 되며, 문학인 집단인 ‘동인’은 그 자체로 ‘사적인 개인의 집단적 활동공간’의 의미를 함축하게 된다. 이제, 동인의 이념은 그들의 대타적인 투쟁의 과정 속에서 좀더 정교해지고 이상화되기에 이른다. 문학이 동호인 · 동인 중심의 비영리와 순수에만 한정되지 않고 원고료와 출판이라는 상업적 성격에 관련된 자본주의 제도의 일부로 편입되었음을 의미한다. 초창기 문단에서 「폐허」와 「백조」 동인은 퇴폐 혹은 방탕, 유희의 집단적 실천을 통해서 자신들의 생활과 행위 패턴을 특화시켜 나간 최초의 예술가 그룹이다. 「창조」가 김동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상층 부르주아지의 온건함과 댄디의 기풍을 유지하고 있었다면, 「폐허」와 「백조」는 말 그대로 보헤미안적인 분방함과 저항적 열정을 통해서 자신들의 삶의 규범과 예술적 삶을 온 몸으로 만들어 간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전승국의 입장에 있던 일본 경제의 호황에 힘입어, 이들의 이러한 ‘유흥’은 한 순간의 ‘문단적 기풍’을 이룬 것이다.

‘요정’에서 미녀들과의 유희를 통해서 그들이 인생의 진리와 예술을 찾았다고 하는 말은 과장된 것이 아니다. 동인지 문단에서 대다수의 문인들은 ‘가정’을 전근대적인 속박과 억압의 장소로 인식하고 있는데, 그 집안에는 실제로 그들을 강박하는 전근대적인 부친과 ‘조혼’으로 얻은 아내, 가장으로서의 고리타분한 도덕적 책임만이 존재한다. 이런 가정 기피증은 식민지 문단 초기의 대다수 지식인에게 거의공통적인 것으로서 그들이 요리집과 기생집 출입을 ‘일과’처럼 반복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가정으로부터의 도피는 실제 그들 작품 경향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특징으로서, 그들은 가정을 작품의 소재로 사용하는 일이 좀처럼 드물었다. 현진건을 제외한다면 초기 문단에서 ‘가정사’나 가족사를 소재로 한 소설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그 원인은 전근대적인 사상과 체제의 상징적인 집결소인 가정에서는 그들이 원하는 문학적 모델을 쉽사리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어두운 도시의 타락과 그 암흑을 배경으로 더욱 밝게 빛나는 홍등의 거리가 그들의 감각과 시선을 온통 사로잡은 것이다. 이런 일시적인 것, 순간적인 것을 향해 열려 있는 청춘의 감각이 바로 「백조」의 미적 근대성을 드러내는 구체적인 표지이다.

문학적인 아비투스는, ‘청춘의 감각’이라는 것이 상징적으로 대변하듯이, 육체의 감각과 섹슈얼리티에 대한 관심, 그리고 형이상학적인 것에 대한 동경이 뒤엉킨 ‘열정적 실천’에 의해서 획득된다. ‘생활의 심미화’ 경향은 이 점에서 분출하는 청춘의 감각이 ‘육체적 표현’을 요구하는 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빈번한 감탄사와 감상적인 문체등이 특징인 「백조」는 전형적으로 ‘청춘의 감각’이 에로티즘에 몰입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무엇보다도 ‘청춘’을 감각으로 만드는 것은 이런 혼돈에 둘러싸인 주체와 즉물적인 세계의 현현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1920년대 동인지 문단에서의 미적 근대성의 함의는, 그것의 역사적 개념, 보편적 성격과는 어느 정도의 거리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식민지 초기 문단의 특수성과 주체들의 욕망이 빚어낸 어떤 역동적 드라마가 ‘미적 근대성’의 외형으로 나타난 것으로 파악되며, 그것은 계몽주의적 욕망과 기획이 ‘보편성’의 신화를 압도적으로 강요하는 상황에서 발견된 주체의 존재 가능한 ‘새로운 형식’을 의미한다.


3. 동인지 문단의 완숙과 근대시의 조류

문화적 민족주의 혹은 미적 근대성의 추진과정에서 ‘자수자양’인가, ‘데카당’인가의 문제는 1920년대 문단과 현대시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선택사항이었다. 실제로 이광수의 자수자양론이 ‘인생을 위한 문학’의 구호를 전면화시킴으로써 이후 주요한, 김억, 염상섭, 전영택, 김동환 등은 ‘인생’과 ‘공동체=민중’이라는 문제를 자신들의 미적 기획의 중심점으로 삼기 시작한다. 결국, 자수자양론은 자아의 욕구를 억누르고 ‘민족’이라는 거대주체에 봉사하는 공동체적 구성원을 육성하기 위한 기획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식민지 조선에서 자아를 억누르고 추상화된 문화적 주체인 ‘민족’에 봉사한다는 것은 실체 없는 ‘이념’일 뿐이며, 오히려 식민지 지배 이데올로기에 순응하는 ‘소극적인 주체’를 양산하는 결과를 낳는다. 계몽의 매개인 ‘제도’와 ‘정치’즉 ‘국가’라는 ‘형’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자수자양을 통한 ‘공동체적 구성원’을 양성한다는 기획은, 가상의 국가를 전제로 한 ‘민족’이 일본이라는 국가의 식민인 국민으로 언제든지 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는 것이다. 정치와 제도가 결핍된 상태에서의 ‘자수자양’의 의미는 ‘저항’을 탈각시킴으로써 ‘순응’의 방식을 제공한다. 계몽주의의 맹점은 그것이 근본적으로 ‘제도’ · ‘교육’ · ‘공동체’를 가정하는 근대화 기획이라는 사실에서 나타난다. 식민지 조선에서 ‘정치’와 ‘국가’가 결핍된 상황은, 계몽주의의 근간인 ‘제도’를 주체의 산물이 아니라 타자의 이데올로기 ‘학습장’으로 만든다. 결국, 계몽의 기획에서 계몽의 실체는 사라지고 계몽의 의지만이 남게 되는 것이다.

교육제도, 정치, 사회, 문화의 영역이 모두 일본이라는 국가의 ‘국민’을 양상하는 시스템으로 고착되어 가는 상황에서 문화와 민족을 강조하는 자수자양의 논리는 주체의 저항정신으로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동시에 식민지 지배를 오히려 도와주거나 그 지배를 내면에서 승인하는 결과로 연결된다. 이와 반대로 ‘데카당’은 자수자양론이 승인하는 부르주아적 제도를 부정한다는 점에서 문제의식의 심도가 좀더 깊은 것이다.

주체의 자발적인 각성은 제도의 모순을 간파하는 데서 얻어진다. 낭만주의나 데카당의 미적 근대성은 주체의 자기 갱신적 의지가 국가, 사회, 정치의 영역과 자신을 변별시키면서 예술의 독자적 존립 근거를 찾으려고 한다는 점에 있다. 즉, 식민지적 제도의 규율과 통제를 부정함으로써 ‘참자아’와 ‘참인생’를 발견한다는 것이다.

한국 근대시의 ‘미적 근대성’을 감각의 차원에서 ‘감수성의 혁신’을 꾀하는 ‘운동’으로 일단 규정할 수 있다면, 1920년대 시에서 감각의 혁신, 감수성의 변화는, 데카당과 전통의 두 차원에서 가장 중요한 의의가 발견된다. 주체와 개인의 감각에 대한 순수한 발견과 표현은 주체의 자기이해와 인식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되며, 민요와 전통적 정서의 재발견은 한국 근대시의 정체성과 시어의 확립에 중요한 기여를 한다.

국민문학의 구상은 이러한 문화주의, 교양주의로부터 그 싹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3·1운동 이후 일본의 ‘문화정치’ 선전과 맞물리는 이런 형태의 지향적 색채가 탈색된 ‘교양주의’는 ‘민중’을 ‘문화교육’의 대상으로 설정하는 계몽적 민중문학으로 나타난다. 주요한의 민중시 개념은 이 점에서 전형적인 계몽주의적 ‘민중시’에 토대를 둔 것이다.


강건너 벌판에

할미꽃 핀다.

벌건너 재넘어

할미꽃 핀다.

봄처녀 뿌리고간

수업슨 「우슴」피어나

부는 바람조차 피여나

강건너 벌판에

쓴냄새 퍼지는

할미꽃 사랑꽃




- 「아름다운 새벽」 전문


주요한은 작품 안에 서정성이 탁월하게 형상화되어 있다는 점에서 동인지 문단 최고의 미학적 완결성을 지닌 시인이다. 그의 시는 김소월, 이장희 등의 시가 이룩한 미적 성취의 많은 부분을 선취하고 있다. 인용한 작품에서도 보듯이, 그는 반복법 · 대구법 등 시의 구조적 리듬감을 만드는 수사법에 뛰어나고, 또한 내면의 정서를 담은 시어의 구조적 리듬감을 만드는 수사법에 뛰어나고, 또한 내면의 정서를 담은 시어의 조탁과 표현을 완숙하게 구사한다. 초기 시단에서 그는 현대시 즉 자유의식 개척자로서의 면모를 두루 갖추고 있는 셈이다. 섬세한 감수성과 내면의 드러냄, 서정성, 리듬감, 시어의 아름다움 등 미학적인 가능성을 풍부하게 지닌 시인이다.


물로 사흘 배 사흘

먼 삼천리

더더구나 걸어 넘는 먼 삼천 리

삭주구성은 산을 넘은 육천 리요


물 맞아 함빡이 젖은 제비도

가다가 비에 걸려 오노랍니다

저녁에는 높은 산

밤에 높은 산


삭주구성은 산 넘어

먼 육천 리

가끔가끔 꿈에는 사오천 리

가다오다 돌아오는 길이겠지요


서로 떠난 몸이길래 몸이 그리워

임을 둔 곳이길래 곳이 그리워

못 보았소 새들도 집이 그리워

남북으로 오며가며 아니합디까


들 끝에 날아가는 나는 구름은

밤쯤은 어디 바로 가 있을 텐고

삭주구성은 산 넘어

먼 육천 리




- 「삭주구성」 전문


김소월 시의 형이상학적 측면과 감각적 측면은 그의 ‘님’을 ‘낭만적 이로니’의 상징으로 만든다. ‘님’이 현실 속의 구체적인 대상이면서 동시에 마음 속에 각인된 절대적인 ‘동경’의 대상인 것처럼, 그의 시는 현실 공간과 내면 공간의 피할 수 없는 이로니의 산물이다.

인용한 시에서 보듯이 시에서 종종 표현되는 ‘거리’를 나타내는 표현은 그의 공간의식이 실제적인 거리감각보다는 심정적인 거리에 의해 구성되고 있음을 알게 한다. 김소월은 공간적 거리감과 시간적인 단절감을 시의 정조와 사상으로 승화시킴으로써 절대 고독의 경지에 고립된 자아의 애절한 그리움을 시로 형상화한다. 이 점에서 그의 ‘자연’은 구체적인 이미지와 미적 관조의 대상이 아니라 하나의 상징적 공간으로 표상된다.

「창조」와 「폐허」를 무대로 작품을 발표한 문인은 주요한 · 김억 · 남궁벽 · 황석우 · 오상순 · 김소월 · 이동원 · 오천석 · 이광수 · 김찬영(유방) · 최승극 · 염상섭(제월) · 나혜석 등이다. 이 중에서 근대시의 형성에 끼친 영향을 기준으로 살펴본다면, 주요한 · 김억 · 남궁벽 · 황석우 · 오상순 · 김소월 등이 전문적인 시인의 그룹에 해당되는 인물이다.

「장미촌」은 황석우라는 독보적인 존재에 의해서 창간되었지만 그 시사적 의의는 「백조」를 예비하는 준비과정으로 한정된다. 실제로 「장미촌」의 영향력은 잡지에 실린 작품만으로는 문학사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없었고 그 후속적 움직임인 「백조」의 ‘청년 분위기’를 위한 터를 닦아주는 역할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백조」는 청년적 분위기의 쾌활, 분방함, 치기와 부정적 현실관으로 인한 반항, 퇴폐, 우울이 공존하는 잡지이다. 고뇌와 쾌락의 동거를 예술의 세계로 규정함으로써 그들은 어둠과 불빛의 기묘한 어울림을 자신들의 미적 지표로 삼게 된다.

자신들보다 앞선 동인지들과의 차별화를 선언하는 「금성」은 특정한 문학적 이념을 내세우는 대신에 성실한 자의식과 전문성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경제적인 사정을 감안하여 격월간 체제와 페이지 수를 제한하고 시가 중심의 전문성을 유지하고 특정한 주의, 주장과 경향을 앞세우지 않음으로써 공정함과 객관성을 중요시하며, 독자시를 모집하는 등 개방성을 지향한다는 점이다. 이런 세련된 자의식은 이전의 동인지 문단이 지닌 자족적, 폐쇄적, 동호인적 성격을 「금성」이 벗어 버리고자 함을 의미한다. 김억의 경우에는 상징주의를 언어와 리듬, 즉 음악성(운율)을 통한 정서의 표현이라는 쪽에서만 바라보고 있다. 이런 유보적인 자유시론은 이제까지 알려진 것과는 달리 그가 이미 「태서문예신보」 시절부터 ‘민족시’와 ‘공통율격’의 구현을 최상의 가치에 놓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4. 나가며

현대문학에는 한문학의 경우와 같이 지배계층의 이념을 대변하고 그 정서를 표현하는 독점적이면서도 폐쇄적인 문학이 존재하지 않는다. 현대문학은 국문 글쓰기에 의해 그 양식이 확립되고, 국문을 통해 대중적으로 확산된다. 그리고 대중 매체로 새롭게 각광을 받게 된 신문과 잡지를 통해 폭넓은 독자층과 만난다. 한자에서 한글로의 변화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다양한 대중들에게 쉽게 접근하는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미적 근대성과 동인지 문단」의 저서를 접하며 절판으로 인해 도서관을 이용해야 하는 안타까운 심경이 생겼다. 문인의 행위 패턴, 활동공간에 대한 특화된 의식, 생활과 예술의 변별조건 등 문단 안에서 공인되고 합법적 정당성을 얻게 되었나 하는 점에 관하여 집중하게 된다. 동인지 문단의 소중한 기록들은 앞으로 문학을 이끌어갈 문인들에게 소중한 자료이며 근대의 시인들의 삶의 대한 고찰을 하게 된다. 현존하는 문학협회로는 한국문인협회, 한국산림문학회, 월간문학, 문학의 집, 눈꽃 동인회, 동국문학인회, 한국신문예문학회, 인사동시인협회, 아태문인협회, 국제펜한국본부, 외 다수의 문인협회 등 다양한 협회와 동인들의 문학에 대한 열정과 열의로 발전된 문학의 길을 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바라는 작은 소망이 있다면 「미적 근대성과 동인지 문단」 김 춘식 저자의 복간 인쇄가 되여 책으로 다시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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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미적 근대성과 동인지 문단」 김춘식 저자, 소명, 2003.

「미적 근대성과 동인지 문단」 김춘식 저자, 소명, 2003.

「김소월시전집」 권영민 엮음, 문학사상, 2018.

「한국 현대문학의 이해」 권영민 저자, 태학사,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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