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대중과 시민다움의 계기로서 릴케 현상
김익균 지음 『서정주의 신라정신 또는 릴케 현상』
독서 대중과 시민다움의 계기로서 릴케 현상
김익균 지음 『서정주의 신라정신 또는 릴케 현상』
눈꽃 이영경
1. 들어가며
독서 대중화의 대한 심오한 고민과 고뇌가 느껴지는 김익균 교수님의 책 「서정주의 신라정신 또는 릴케 현상」은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그 깊이를 느낄 수 있는 책이 였다. 서늘한 바람이 들어오듯 미세하고 섬세한 문체가 평론가다운 면모를 여과 없이 보여주었다.
「서정주의 신라정신 또는 릴케 현상」 저자 김익균은 1975년 부산에서 출생했으며, ‘비순응적 순응’에 봉착한 진보의 한계 너머, ‘대안의 대안’을 탐색하며, 시민다움의 정치로서 문학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석사 과정 중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주니어 국제한국학학술대회 논문 공모에 당선되었으며, 동국대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마쳤다. 동국대 한국문학연구소 전임연구원을 역임한 뒤, 성균관대 국어국문과에서 박사후국내연수를 수행하였으며, 현재 동국대, 성균관대, 군산대등에서 강의 중이다. 2010년 시작 문학평론 부문에 당선되고 2015년 한국연구재단 우수논문에 선정되었으며, 현재 계간지 「발견」, 「리토피아」 편집위원과 한국시학회 편집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책을 내면서 부인과 교수님들께 감사의 말을 전한 것 또한 인상적이었다.
2. 독서 대중과 시민다움의 계기로서 릴케 현상
1. 대한민국 독서 대중의 탄생-릴케처럼
이 글은 일제 말기부터 시작되어 대한민국 건설기에 본격화된 ‘릴케현상’을 독서 대중의 형성 과정과 연루되어 있는 시민다움의 계기로 읽고 있다. 릴케 현상은 일제 말기 시민권의 정치 공간이 폐색되어 가는 정세 속에서 새롭게 형성 중에 있던 독서 대중을 중심으로 퍼져 나갔으며 ‘대한민국 만들기’에 구성적으로 기입되었다.
2절에서는 한국문학장에서 논의되어 온 ‘문학과 정치’라는 화두를 개조하기 위해 ‘시민다움의 정치’ 개념을 도입한다. 3절에서는 시민권의 정치 혹은 아래로부터의 시민다움의 ‘저항의 다수자로-되기’를 대체 보충하는 ‘저항의 소수자로-되기’를 1960년대 여고생 양인자의 텍스트에서 도출한다. 이에 덧붙여 4절에서는 시민권의 정치의 공간이 폐색될 때 나타나는 상상력의 한 양태로서 임화의 신세대론을 지금, 여기의 맥락으로 유비하여 정세에 따라 시민권의 정치를 대체 보충하는 ‘시민다움’의 가능성을 곱씹어 보았다.
선취해서 말하자면 릴케 현상은 엘리트 중심으로 형성된 식민지 조선의 문학 장과 변별되는 한국문학장의 형성 과정을 상연하고 있었다.
2. ‘문학(시)과 정치’라는 화두와 시민다움의 정치
라이너 마리아 릴케 수용은 독서 대중과 접속하면서 사회적 현상이 되었다. 소수 엘리트에 의해 문학적 글쓰기가 독점되고 있던 식민지 조선의 문학 장이 근본적으로 재구성된 사건이었다. “1920~30년대의 책 읽기와 문학 독자의 존재 방식”(30쪽)을 분석하는 「근대의 책 읽기」에서 “다른 연대보다 이때를 중요하게 다루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1920년대를 거치면서 근대적인 의미의 책 읽기 문화가 확고하게 자리 잡고 제도화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 시기의 글 읽기가 소수 엘리트의 문해력에 기반해 있었다는 점이다. 기능적 독서와 ‘취미 판단’으로서의 책 읽기가 대중 독자와 고급 독자의 실질적인 구분선일 수 있기 위해서는 다수의 문맹자를 배제해야한다. 진정한 의미에서 독서 대중의 국민화가 이루어지려면 해방 이후 53년 체제 구축 과정에서의 국민보통교육의 시행과 함께 다시 한 번 급격한 취학률 상승이 있어야 했다.
3. 독서 대중의 문학적 글쓰기와 릴케 현상
해방 이후 특히 53년 체제하에서 문해력을 갖춘 인구의 압력은 세계 문학 전집의 한글 번역 출간을 강제하였다. 세계명작 번역물을 읽는 “이등 객차”의 “소녀”는 ‘취미 판단’으로서의 책 읽기를 시작한 독서 대중의 상징으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 53년 체제의 ‘국민’으로 호명된 독서 대중이 가시화되는 장소로 베스트셀러 집계를 빼놓을 수 없다. 한국 사회에서 최초의 베스트셀러 집계는 1962년 7월 한국사회통계센터에서 소설부, 비소설부, 아동도서부, 정기간행물부, 전서부의 5개 부문으로 나누어서 이루어졌다.
독서 대중이 형성되자마자 이들은 한국어로 생산된 독서 물보다 ‘수준 높은 독서 물’ 즉 번역물을 욕망하게 되었다. 한국의 엘리트 계층이 대중의 욕망을 단순한 허영으로 치부할 수 없게 될 때 이는 한국의 문화 생산자가 감당해야 할 도전이 된다.
한 인터뷰에서 서정주는 독서 대중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 시에 “액션”을 넣었다고 말한다. 한편 김우종은 베스트셀러 집계를 근거로 주류 문단의 교체를 요구하는데 이보다 한발 앞서서 김수영은 ‘독자의 불신임’론을 제기한바 있었다. 「질마재 신화」에서 나타난 서정주의 양식 실험이나 ‘독자의 불신임’론은 독서 대중의 욕망이 당시 시문학장에 직간접적으로 기입되는 양태를 보여준 것이다. 세계의 베스트셀러 경향을 소개하는 신문 지면에는 “중견작가 시인 작품 등이 독자 끌어”라는 중간 제목과 인도에서는 타고르의 위상이 높다는 기사문이 곁들여 있어 신문 편집에서부터 한국 시집의 분발을 촉구하는 것이 눈에 띈다.
독서 대중의 세계명작물에 대한 욕망은 문학적 글쓰기에 대한 욕망으로 이어지는바 그 접점에서 릴케 현상이 가시화되었다. 양인자는 자신이 어떻게 해서 글을 쓰게 되었는지, 성장하게 되었는지 진술하기 위해서 한국전쟁의 피난지인 부산에서 ‘초등학교’입학 전후시기를 보내는 가난한 소녀를 기억 속에서 불러낸다. 한편 발리바르는 ‘위로부터의 시민다움’과 변별되는 ‘아래로부터의 시민다움’과 변별되는 ‘아래로부터의 시민다움’으로서 ‘저항의 다수자로 – 되기’와 ‘저항의 소수자로 – 되기’를 제시한다.
당신은 미래입니다.
영원의 평야 위의 커다란 서광입니다.
시간의 밤이 샐 때 수탉이 우는 소리,
이슬, 아침 미사, 소녀,
낯선 사람, 어머니 그리고 죽음입니다.
당신은 변모하는 모습입니다.
그것은 언제나 외로이 운명 속에서 치솟아 오르고,
환영받는 일도, 누가 슬퍼해 주는 일도,
원시의 숲처럼 기록되는 일도 없습니다.
당신은 모든 사물의 정수입니다.
그 본질의 마지막 말 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는 언제나 다르게 나타납니다.
은배에게는 해안으로, 뭍에게는 배로 보입니다.
- 「당신은 미래입니다」 전문
위의 시에서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낭만주의와 모더니즘 적인 섬세한 감성과 세련된 표현으로 신비감을 주었다. ‘낯선 사람, 어머니 그리고 죽음 입니다’에서 죽음, 사랑을 모순적인 주제로 다루었다. 릴케와 관련해서 보자면 여전히 비교문학적 연구는 문학적 엘리트들의 지성사에 한정되어 있는 셈이다. 이 글의 의의는 독서 대중의 형성 과정 속에서 시민다움의 계기가 한국문학장에 기입되는 양태로서 시민권의 정치와 대체보충 관계에 놓이는 시민다움의 정치를 릴케 현상으로부터 검토한 데 있다. 1938년 현재 신세대의 보들레르 수용에 주목하는 임화의 텍스트의 이면에는 카프 해산 이후 ‘전망’이 없는 기성세대가 ‘위기의 시대’, 즉 “현대에 대한 성실한 사고”에 실패하고 있다는 경고가 수반되고 있다. “시가 자연스럽게 작성되기 어려운 정황”으로 “현대”를 진단하는 임화의 문제의식은 발리바르가 문제화한 극단적 폭력에 의해서 ‘정치적 주체’가 출현하기 위한 ‘조건의 조건’이 파괴되는 정세와 연결시킬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임화의 ‘신세대론’이 신세대의 정신적 특질을 ‘아이디얼리즘의 결여’로 파악하는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임화의 문제의식을 오늘날의 관점으로 문제화하기 위해서는 해방 이후 백철의 비판적 재론을 경유할 필요가 있다. 임화의 입론에 따르면 임화 세대가 미래를 향해 질주한 것과 달리 신세대는 ‘목적 없는 질주’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시 최재서가 각 세대를 변별적으로 요약한 특징 - “제1세대는 시조와 민요의 세계로 안주의 땅을 찾고 신세대는 강물을 타고 어둠 속을 뚫고 나가라는데 제2세대만이 속수 무책한 것은 무슨 까닭이뇨?-에 따르면 김억, 김동환 등의 제 1세대는 ‘유산’으로 돌아가고 임화와 같은 제 2세대는 ‘과제’를 잃고 방황하고 있었다. 이에 비해 제 3세대는 ‘과제도 방향도 없이’자신들의 심연을 가로지르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시민다움의 전략은 대중들에 대한 낭만적 믿음에 빠지지 않고서 대중들의 정치를 고민하게 한다. 스피노자의 「정치론」에서 ‘multitudo’는 ‘자율적인 집합적 주체’인 ‘다중’(네그리) 또는 ‘대중들(발리바르)로 번역된다. 빌리바르의 번역에서 ’대중들‘은 그 자체로 자율적이거나 능동적인 해방의 역량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양가적인 역량을 표현한다.
발리바르는 스피노자가 이러한 이중적인 공포야말로 국가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는 점을 인식했지만, 동시에 이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이론적으로 고심했다고 파악한다. ‘대중들의 양가성’이란 ‘대중들의/에 대한 공포’라는 이중적 명제로 설명되는바 폭력에 e한 ‘대중들의 공포’(비겁한 비폭력)와 이러한 폭력에 대한 ‘대항 폭력’이 낳은 ‘대중들에 대한 공포’를 동시에 표현한다고 할 수 있다. 시민다움의 정치는 정세에 따라 대중들의 일부인 바로 우리 자신이 대중들이 처한 “갈등적 상황의 예술”을 살아내도록 자신을 연마하는 일이다.
임화는 자기 세대가 전망을 잃어가던 ‘위기의 시대’에도 저항의 기능성을 표기하려 하지 않았다. 임화가 상상한 “뇌옥 속에서의 질주”는 대중의 낭만화라는 혐의를 피하기 어렵지만 그것이 일제 말기와 해방 이후 대한민국의 정체성 수립 과정에 상존하는 시민권의 정치의 가능성이기도 했다는 점은 간과될 수 없다.
한국 사회의 ‘릴케 현상’은 대중들이 문학적 글쓰기와 접속하는 과정에서 발현된 시민다움의 정치의 예시로서 우리의 사유를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글은 시민권의 정치가 폐색되는 정세에서 임화가 보여준 대항 폭력의 낭만화 된 상상력과 독서 대중의 시민다움의 계기를 마주세워 계몽 주체와 미적 주체의 이분법을 넘어서는 문학정치의 가능성을 발견하고자 하였다. 이는 한국적 근대성의 주체화를 새롭게 이해하기 위해서 요청되고 있다.
4. 나가며
현시대의 독서의 대한 사람들의 흐름은 책에서 핸드폰 영상 미디어로 오디오북으로 인터넷으로 퍼져가고 있다. 예전의 책으로만 형성되었던 독서 인구는 점차적으로 다양한 형태로 자리 잡게 되었으며, 책은 특정다수의 향수의 존재로 남아서 읽히고 있다.
대중성이라는 쉽고도 어려운 주제는 대중들에게 변화되는 글과 놀라운 발상으로 누군가의 책은 ‘베스트셀러’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기도 하고 감정의 카타르시스를 자아내기도 한다.
‘릴케 현상’의 대해 고찰하며 알게 된 ‘ 박 진호 시집’의 「함께하는」은 릴케의 시를 읽고 향유하며 릴케의 영향을 받은 시 한편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잠 못 이루는 어둔 밤
사막을 건너야 하는 순간이 올 때
흔적은 볼 수 없다
휩쓸려 가는 어지러운 시간
별빛 따라 모래 언덕 넘는
갈증의 황량함
그럼에도
별빛을 품는 온정에 한 걸음씩 간다
「‘함께하는’에서 – 어둠을 만날 때 」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