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의 환생

우성이의 일기 21.07.31

by 김선

“아, 징그러워. 저건 또 뭐야?”


아침부터 누나의 고함 알람이 울린다. 누나는 벌레를 무지 싫어한다. 하루만 살다 죽는 불쌍한 하루살이만 봐도 ‘꺅’ 소리부터 지른다.


“우성아, 빨리. 빨리.”


마우스 클릭하듯, 너무 쉽게 내 이름을 불러댄다. 벌레를 대신 잡아달라는 외침이다. 이번 여름방학도 누나 때문에 조용히 보내긴 글렀다.


누나가 특히 싫어하는 벌레 3종 세트가 있다. 거미, 모기, 매미다. 거미는 벌레가 아니라 다리 8개 달린 절지동물이라고 몇 번이나 얘기했는지 모른다. 과학 쪽으로는 일도 관심 없는 누나는 다리 세 개 이상 달린 건 다 싫단다. 자기 근처에 벌레가 보이기라도 하면 고함부터 지르고, 내 이름을 부른다.


“하여튼, 이젠 하다 하다 벌레들까지 내 곁으로 모여드니 원. 내 아름다운 향은 곤충들까지 끌리게 하는 뭔가가 있나 봐.”


이런다. 그것도 한 손으로 머리 한쪽을 귀 뒤로 넘기면서 말이다. 여자 아이돌이 광고하는 향수를 사서 자기 몸에 에프킬라 뿌리듯 뿌려놓고선. 파리떼가 꼬이듯이, 곤충들도 자기들과 비슷하니까 몰려드는 사실을 누나만 모르는 것 같다.

곤충들의 놀이터. "정우리." 우헤헤헤.


여름에 태어났으면서 벌레들이 들끓는 계절이라는 이유로 누나는 사계절 중 여름을 가장 싫어한다.

사사사삭. 벌레들이 기어가는 소리에, “앗, 징그러워.”

쓱쓱쓱쓱. 벌레들이 날개 비벼대는 소리에, “아! 내 몸이 다 가려워.”


“맴, 맴, 맴, 매애애앰.”

특히 매미 소리엔 무슨 귀신 소리라도 들은 것처럼, 아무리 더워도 창문이란 창문은 이중으로 닫아 버린다. 남들은 매미 소리에 여름이 왔다고 노래를 부르는데, 우리 누나는 나무에 붙어있는 ‘날개 달린 시끄러운 바퀴벌레’ 일뿐이라고 매미종을 완전 무시해버린다.


벌레 가지고 좀 심하게 유난 떠는 누나를 보고 사람들이 뭐라 할진 모르지만, 그런 누나를 보는 내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사실 누나에겐 누나 자신도 모르는 비밀이 있기 때문이다.


오래전 꿈에서 나는 누나의 전생을 보고 말았다. 누나의 전생은 암컷 매미였다. 암컷 매미는 울지 않는다. 아니, 울지 못한다. 오직 수컷만 운다. 암컷은 나무에 구멍을 뚫고 알을 낳아야 해서 배 부분에 수컷이 가지고 있는 발성기관이 없다. 세상에 태어나 7년을 기다려서 고작 나무에서 한 달밖에 살지 못하는 매미로 태어난 것도 억울한데 암컷 매미로 ‘맴 맴’ 소리도 못하고, 짝짓기도 못한 채 까마귀에게 잡혀 먹히고 말았다. 이러니 고작 매미라도 한을 품은 채 죽었을 것이다. 한을 품은 무언의 맴맴 소리가 하늘까지 닿아, 하나님이 불쌍하게 여겨 사람으로 환생시켜 주었다. 원 없이 목청껏 소리 질러보라고 착하고 조용한 나, 정우성의 누나로.


비록 꿈이었지만 말없이 눈물을 흘리며 두 손 모아 비벼대는 매미의 간절한 기도를 들은 이상, 어제도 오늘도 아니 매미에게 허락된 딱 한 달, 이번 여름 방학만큼은 누나의 쉴 새 없는 외침을 참아보기로 했다.


“맴, 맴, 맴, 매애애앰.”


누나가 한 번도 외쳐보지 못한 저 본능의 소리를 들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