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무슨 일일까.
과거를 함께 했던 사람들. 더 이상 현재를 함께하지는 않는 그들이 꿈에 나타난다.
그렇게 애절한 추억이 많은 사이도 아니었는데…….
불현듯 내 꿈속 단막극 주인공으로 나타났다 사라진다.
‘갑자기... 내 꿈에? 왜? 혹시 그 사람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
이런 꿈을 꾼 아침이면, 무언가 말하려던 그 사람의 희미한 얼굴만 스쳐가고, 스토리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댓돌 위의 요란한 비 마냥, 머릿속을 때리는 물음과 생각으로 그날은 하루 종일 머리가 띵하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지인들의 SNS를 통해 그 이유를 알게 된다.
그들이 나와 단막극을 찍었던 그날, 실은 이 세상과 작별한 날이었다는 걸.
무섭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마우스 클릭하던 검지가 가위에 눌린 듯 한동안 마우스에 딱 붙어 움직이지 않는다.
멍하니 그렇게 한참 있다 보면 그 이후엔 왠지 모르게 화가 난다.
시간은 흐르고 모든 것이 변한다. 그들도 나도.
반가움의 표현이었던 인사가, 형식적인 안부로 끝난다.
변치 않을 것만 같았던 우정도 사랑도 마침표, 말줄임표가 되어 퇴색되어간다.
기억 속 저편으로 묻어두었던 바래진 사진 속 그들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머릿속엔 공허한 메아리뿐이다.
창문을 열어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수많은 별 들 속에서 그들의 얼굴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별과 별 사이를 오가니 그들과 울고불고, 웃음 짓던 나의 어린 시절이 지나간다.
건널 수 없는 서로의 거리에도 시공간을 초월한 추억만큼은 어쩔 수 없나 보다.
그들이 미처 못다 한 말, 못다 한 사랑, 못다 한 꿈들 속에서 나에게 전하려 했던 말을 조금은 알 것 같다.
마음이 서늘해져 온다.
나쁜 일은 하나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별빛 총총한 하늘 아래,
세상에 대한 원망으로 꽁꽁 뭉쳐졌던 나의 마음이 반짝반짝 윤이 나게 펴진다.
그들과 함께 한 시간이, 함께 나누었던 마음이 은하수가 되어 흐른다.
그들을 잊지 않겠다는,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고백 섞인 바람도 가져본다.
누군가가, 별안간, 꿈에 나타나도 더 이상 의문을 갖지 말자.
그즈음 세상과 작별했다는 소식을 뒤늦게 들어도 무서워하지 말자.
별처럼 맑은 영혼으로 이곳을 내려다보고 있겠지.
밤하늘 고개 들어 인사해본다.
꿈속에서 하지 못한 말, 헤어짐의 ‘안녕’이 아닌,
만나서 반갑다고, 이렇게 나를 찾아와 줘서, 머물러줘서 고맙다고.
꼭 한번 다시 오라며 손 흔드는 선물 가게의 고양이 인형이 되어 간절함을 담아 본다.
안녕!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