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친절함이 좋다.
아서 왕 설화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어느 날 젊은 아서 왕이 복병 기습을 받아 이웃 나라의 포로 신세가 되었다.
이웃 나라 왕은 아서 왕을 당장 죽이려 하였으나 아서 왕의 혈기와 능력에 감복하여 제안을 하나 한다.
그 제안이란, 그가 낸 아주 어려운 질문에 아서왕이 답을 하면 살려주겠다는 것이었다.
답을 찾을 기한으로 1년을 주었고 그 안에 답을 찾지 못하면 아서 왕을 처형한다는 것이었다.
그 질문은 바로 ‘여자들이 정말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였다.
꽤나 현명하다는 사람도 당황할 정도로 어려운 질문인데 하물며 젊은 아서 왕은 어떠할까.
아서 왕에겐 도저히 풀 수 없는 문제로 보였다. 그러나 그대로 죽을 순 없기에 아서 왕은 이웃 나라 왕의 제안을 받아들여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나선다.
아서 왕은 자신의 왕국에 돌아와서 모든 백성에게 묻기 시작했다. 공주, 창녀, 승려, 현자 그리고 심지어 광대에게까지 모두 물어보았다. 하지만 그 누구도 만족할 만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고심하던 아서 왕의 신하들은 마침내 북쪽 산에 늙은 마녀가 한 명 사는데 신통력이 있어 아마 정답을 알 것이라며 그 마녀를 데려오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그러나 그 마녀는 말도 안 되는 엄청난 대가를 요구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1년이 지나 마지막 날이 다가왔고 아서 왕에게는 그 늙은 마녀에게 물어보는 것 이외에는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게 되었다. 늙은 마녀는 답을 안다고 선뜻 대답하였지만 아니나 다를까 엄청난 대가를 요구했다.
그 대가란, 아서 왕이 거느린 원탁의 기사들 중 가장 용맹하고 용모가 수려한 가웨인과 자기가 결혼하는 것이었다. 아서 왕은 충격에 휩싸여 주저하기 시작했다.
늙은 마녀는 꼽추인 데다 온몸에 섬뜩한 기운이 감돌았다. 이는 하나밖에 없었고, 늘 하수구 냄새를 풍겼으며, 항상 이상한 소리를 내고 다녔다.
아서 왕은 이제까지 이렇게 더럽고 추한 생물은 본 적이 없었다. 자신에게 가장 충성스럽고 자기가 가장 사랑하는 신하인 가웨인에게 이런 추한 마녀와 결혼하라고 도저히 명령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가웨인은 자기가 충성을 바치는 아서 왕의 목숨이 달려 있는 만큼 주저 없이 그 마녀와 결혼을 하겠다고 했다.
결혼이 진행되었고 결국 마녀는 아서 왕의 목숨이 걸린 질문에 대한 정답을 말해주었다.
여자들이 정말로 원하는 것은 바로 자신의 삶을 자신이 주도하는 것.
곧 자신의 일에 대한 결정을 남의 간섭 없이 자신이 내리는 것이라고.
그 말을 듣자 모든 사람이 손뼉을 치며 저 말이야말로 진실이고 질문에 대한 정답이라며 아서 왕이 이제 죽지 않아도 된다고 기뻐하였다.
아서 왕은 이웃 나라 왕에게 질문에 대한 답을 말했고 이웃 나라 왕은 그것이야말로 진실이고 질문에 대한 정답이라고 기뻐하면서 아서 왕의 목숨을 보장해주었다.
하지만 목숨을 되찾은 아서 왕에겐 커다란 근심이 남아 있었다. 자신이 가장 총애하는 가웨인의 끔찍한 결혼에 대한 일로 근심에 싸여 목숨을 건졌다는 기쁨조차 사라질 지경이었다.
늙은 마녀는 결혼식을 올리자마자 가웨인을 비롯한 모든 사람에게 최악의 매너와 태도를 취했다. 그러나 가웨인은 대단한 사람이었다. 한 치의 성냄이나 멸시 없이 오직 정중하게 자신의 아내로서 마녀를 대했다.
드디어 공포의 첫날밤이 되었다. 가웨인은 자신의 인생에서 최악의 경험이 될지도 모르는 첫날밤을 각오하고 숙연한 자세로 침실로 들어갔다.
그러나 침실 안의 광경은 가웨인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가웨인이 일평생 본 적 없는 최고의 미녀가 침대 위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놀란 가웨인, 미녀에게 대체 어찌 된 일이냐고 물었다.
미녀는 말했다.
자신이 추한 마녀임에도 가웨인은 항상 진실하게 그녀를 대했고 아내를 인정했으므로 그에 대한 감사로,
이제부터 삶의 반은 추한 마녀로, 나머지 반은 이렇게 아름다운 미녀로 있겠노라고.
마녀는 또한 가웨인에게 물었다.
낮에 추한 마녀로 있고 밤에는 아름다운 미녀로 있을 것인가?
아니면, 낮에 아름다운 미녀로 있고 밤에는 추한 마녀로 있을 것인가?
가웨인에게 선택을 하라는 것이었다.
가웨인은 진퇴양난의 딜레마에서 선택을 해야만 했다.
만일 낮에 아름다운 미녀로 있기를 바란다면 주위 사람들에겐 부러움을 사겠지만 밤에 둘만의 시간에 추한 마녀로 변한다면 어찌 살겠는가.
반대로 밤에 아름다운 미녀로 있기를 바란다면 둘만의 시간은 행복하겠지만 낮에는 주위 사람들의 비웃음을 사지 않겠는가.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가웨인의 선택은 이러했다.
"변하는 것은 당신이니 당신에게 주도권을 주겠소. 당신의 뜻대로 하시오."
마녀는 이 말을 듣자마자 기뻐하면서 반은 마녀, 반은 미녀 할 것 없이 항상 미녀로 있겠노라고 말했다.
그 이유는 가웨인이 마녀에게 직접 선택하라고 할 만큼, 마녀의 삶과 삶의 결정권 그리고 마녀 자체를 존중해주었기 때문이라고.
이 설화에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여자는 자기의 삶을 자신이 주도하기를 원한다.'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
누군가의 그 자유로운 선택으로 모두가 좋아지는 상황이면 윈윈이겠지만,
그보다는 그 선택으로 인해 다른 누군가가 대신 짐을 짊어져야 하는 상황이 생기더라는 이 아이러니.
해서 현실적으로 '자기 삶에 있어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하는 회의감이 든다.
때문에, 가웨인의 '지혜로운 대답'은 교훈을 주는 설화쯤으로 묻어두고, 대신 나는 다른 점을 눈여겨보게 됐다.
친절
왕을 위한 정략결혼에다, 신부가 냄새나고, 이상한 소리나 해대는, 꼽추인, 못된, 늙은, 마녀라면,
첫날밤, 살인이 벌어져도 누구 하나 손가락질하지 않을 것 같은 상황이다.
하지만 가웨인은 늙은 마녀를 아내로서 끝까지 존중하면서 친절하게 대했다.
못된 수식어가 여러 개나 달린 마녀라도 그의 진실된 친절함에 홀딱 반하지 않았을까.
영화 <원더>에서 어기 담임선생님도 말씀하시지 않았던가.
‘옳은 일’과 ‘친절한 일’ 둘 중에 택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친절한 일’을 택하라.
싱글들이여! 나쁜 남자 말고, 가웨인 경이나 어기 담임선생님 같은 친절한 남자를 찾아보시라.
단, 여기서 키 포인트는 '진실된 친절함'이다. 요즘엔 영혼 없는 친절도 너무 많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