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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와강 Feb 07. 2024

당신의 카스테라

어두컴컴한 집안에

아흔이 넘은 아버지와

아흔이 다 된 어머니가 

귀신처럼 앉아 있다     


이제는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아

자식의 얼굴도 목소리도 알아볼 수 없는,

그들은 지금 어느 시공간을 배회하는지      


심해와 같은 그곳은 

빛도 소리도 없는 공허한 세상일 터

거친 손 위에 올려준 노오란 카스테라에 

주름덩어리 귀신 둘이 소리없이 웃는다     


낮밤과 계절을 잊고

이제 당신들의 나이까지 잊은

내 아버지와 어머니는

카스테라를 쥐어준, 

누군지도 모를

따뜻한 손의 온도에 인사한다     


텅빈 동공은 자식의 얼굴에 닿지 못한 채

귀한 줄 모르고 살아내던 젊은날의

그 어디쯤에서 권주가를 부르고 있으려나     


차라리

지난날의 화려를 헤아리는 게

오늘의 이 막막하고 더딘 

시간을 견디는 것보다 나으리라     


시간은 아직 남았는데

떠날 시간을 알지 못한 귀신 둘이 

노오란 카스테라를 입에 물고 

아득히 먼 과거를 여행한다      




* 사진 : UnsplashDanie Fran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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