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컴컴한 집안에
아흔이 넘은 아버지와
아흔이 다 된 어머니가
귀신처럼 앉아 있다
이제는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아
자식의 얼굴도 목소리도 알아볼 수 없는,
그들은 지금 어느 시공간을 배회하는지
심해와 같은 그곳은
빛도 소리도 없는 공허한 세상일 터
거친 손 위에 올려준 노오란 카스테라에
주름덩어리 귀신 둘이 소리없이 웃는다
낮밤과 계절을 잊고
이제 당신들의 나이까지 잊은
내 아버지와 어머니는
카스테라를 쥐어준,
누군지도 모를
따뜻한 손의 온도에 인사한다
텅빈 동공은 자식의 얼굴에 닿지 못한 채
귀한 줄 모르고 살아내던 젊은날의
그 어디쯤에서 권주가를 부르고 있으려나
차라리
지난날의 화려를 헤아리는 게
오늘의 이 막막하고 더딘
시간을 견디는 것보다 나으리라
시간은 아직 남았는데
떠날 시간을 알지 못한 귀신 둘이
노오란 카스테라를 입에 물고
아득히 먼 과거를 여행한다
* 사진 : Unsplash의Danie Fran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