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라는 낯선 나라에서 눈을 떴다
사진 속 내가 낯설었다. 화면에는 두리둥실한 달덩이 얼굴이 있었다. 예전에는 날렵했던 턱선이 사라지고, 피부 톤도 푸석했다.
"이게 나라고?"
순간 서글픔이 밀려왔다.
예전에 입던 옷은 죄다 답답했고, 배는 늘 부른 것처럼 불룩했다. 입에선 뭔가를 계속 넣고 있었고, 조금만 움직여도 쉬고 싶었다. 활동적이던 내가 자꾸 집에만 있으니 마음까지 무거워졌다.
민망했던 그날
딸아이 학부모 엄마에게 식사 초대를 받았던 날이었다. 그때가 하필 생리 중이었다. 괜찮겠지 싶어 별생각 없이 참석했다.
식사 중에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왈칵…?'
앉아 있는데 갑자기 무언가 쏟아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놀라서 몸을 움찔했지만 이내 또 한 번 왈칵—
불안한 마음에 조용히 화장실로 향했다.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은 이미 굳어 있었다. 생리대는 다 젖어 있었고, 바지에도 선명한 얼룩이 보였다.
"혹시… 속옷이랑 바지 좀 빌려도 될까요?"
다행히 그녀가 흔쾌히 빌려줬지만, 속옷과 바지를 갈아입는 동안 얼굴이 화끈거렸다. 같은 여자끼리라 해도, 너무 창피하고 민망했다.
그날 이후 생리할 때 외출이 두려워졌다. 나이트용 생리대에 팬티라이너까지 덧대봤지만 소용없었다. 한 시간마다 갈아도 불안했다.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도 나만 혼자 얼굴이 화끈거리고,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다른 사람들은 멀쩡한데, 나만 더웠다.
"좀 덥네~"
창피해서 넘겼지만 속으로는 불안했다.
'내가 이상한 건가? 내 몸이 왜 이러지?’
"그럴 수 있어요"라는 말
마침내 생리가 멈췄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완경. 그제야 나는 갱년기라는 낯선 나라에 들어와 있음을 깨달았다.
병원에 가면 돌아오는 말은 한결같았다.
"그럴 수 있어요."
위로 같았지만 마음은 더 무거워졌다.
'그러니까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데…'
그러다 유튜브에서 한 의사가 말했다.
"당신이 이상한 게 아니라, 호르몬의 변화입니다."
그 말 한 줄이 이상하게도 큰 위로가 됐다. 내가 나약해서도, 게을러서도 아니었다. 그저 내 몸이 내가 모르는 사이 새로운 단계로 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갱년기는 '갑자기 낯선 사람이 된 내 몸'을 받아들이는 과정이었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고, 준비할 시간도 없었다. 나는 당황했고, 불안했고, 혹시 나만 이런 게 아닐까 두려웠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지 않고, 이해해 주고, 보듬어줘야 한다는 것을.
아직 완전히 편해지진 않았지만, 그래도 괜찮다. 이제부터라도 내 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살아보려 한다.
당신도 혹시 비슷한 경험이 있나요? 혼자가 아니라는 것, 그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길 바라며 이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