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공간의 흐름을 바꾼 2개의 문화공간
만약 전 세계에 있는 미술관 중 딱 2곳만 가야 한다면 서슴없이 고를 수 있는 미술관이 있다. 바로 뉴욕의 구겐하임과 도쿄의 국립서양미술관이다. 물론 문화공간 컨설팅 일을 하는 개인적인 취향이다.
미술관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끝이 없으니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미술관의 공간 구조를 떠올려 보자. 주제별로 작품이 한 방에 모여 있고, 그런 방들이 연속적으로 구성된 공간 구조로 되어 있다. 이렇게 방과 방의 연속된 형태를 피어리드 룸(Period-room)이라 할 수 있다. 근데 방이라기보다는 계속해서 연결된 동선에서 작품을 볼 수 있게 되어 있는 곳도 많다. ‘갤러리아 프로그레시바(galleria progressive)’로 이름 붙일 수 있는 이 형태는 동선이 우선적이다. 관람객의 동선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며 작품을 볼 수 있다.
요즘 미술관은 이 두 가지 형태가 적절히 섞여 있는 모습이다.
근데, 이런 관람객의 동선을 중심으로 구성하는 미술관은 언제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을까? 물론 최초의 갤러리아 프로그레시바 형태는 1570년, 이런 시대로 가야 한다. 그렇다면 현대에 이런 구조를 만들고 지금의 미술관 공간 구성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곳은 어디일까? 바로 뉴욕의 구겐하임과 도쿄 국립서양미술관이라고 말하고 싶다.
1. 구겐하임
뉴욕의 구겐하임은 유기적 건축을 철학으로 삼았던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설계한 미술관으로 외형과 내형이 상당히 파격적인(지금도 그때도) 공간이다. 라이트는 구겐하임을 설계하기 전 미국 메릴랜드 주 슈거로프 산에 자동차를 타고 올라가는 전망대를 계획한 적이 있다. 이 모양을 뒤집으면 구겐하임의 모습이다.
구겐하임은 파격적인 외형과 내형으로 당시로서 많은 우려를 낳았지만(많은 역사적인 문화공간이 만들어질 때 겪는 일이다) 미술관에서의 행동을 단순하게 생각해 보면 구겐하임은 매우 간단한 구조의 공간이다. 전시기획자의 의도에 따라 순서대로 작품을 감상하면서 자연스럽게 미술관에 들어왔다 나가는 동선을 나선형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그 형태를 외부에 들어낸 것이 이 구조이다. 물론 경사로와 곡면에 작품을 어떻게 설치할 것이냐, 부속시설이 부족하다 등등의 이슈가 있었으나, 철저하게 관람객 중심에서 생각하면 최적의 공간 구조일 수도 있는 것이다.
구겐하임이 위치한 동네에서도 반발이 있었다고 한다. 동네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근데, 만약 지금 구겐하임 위치에 구겐하임이 없다면? 녹색과 주황색으로 변하는 센트럴 파크와 노란색 택시, 연한 갈색의 주변 건물, 여기에 나선형 하얀색 구겐하임의 조화는 동네의 풍경을 좀 더 입체적이고 다이내믹하게 만들어 준다. 만약 구겐하임이 없었다면 뉴욕 어퍼 이스트 사이드의 풍경은 좀 더 평범했을 수 있다.
라이트의 유기적 건축 개념은 어쩌면 좀 어려운 건축 철학 같은데, 미술관을 예로 들면 미술관이 작동해야 할 기능적 프로그램을 건축의 공간과 형태로 자연스럽게 풀어내면 그게 유기적 건축인 것이다. 그러면서 주변과 조화로우면 되는 것이다. 사용하는 사람과 잘 어우러지고, 주변 환경 속에서 잘 조화되어 있으면 그게 유기적 건축이다. 이런 관점에서 구겐하임은 유기적 건축에 부합하는 공간이다.
이렇게 기본적이고 합리적인 원칙을 바탕으로 격식을 허물고 경계를 여는 변화가 있었기에 지금의 많은 새로운 문화공간들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2. 국립서양미술관
도쿄의 국립서양미술관은 르코르뷔지에의 작품이다. 르코르뷔지에는 너무나 유명한 건축가이기에 다들 한번쯤 들어 봤을 것 같다. 그가 많든 가구도 유명하다.
르코르뷔지에가 거장으로 꼽히는 가장 큰 이유는 ‘돔이노’ 시스템을 통해 공간 구성의 자유성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과거에 대칭과 비례가 중요한 건축에서 필로티를 통한 구조적 안전성을 확보하여 구성하고 싶은 대로 벽을 세우거나 없앨 수 있는 건축 디자인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르코르뷔지에는 지속적으로 확장해 가는 뮤지엄의 특징과 관람자의 동선이 반영된 ‘무한성장뮤지엄’의 개념을 구상하였다. 간단히 설명하면 1층을 비어 두었기 때문에(우리가 흔히 보는 1층에 주차장이 있는 빌라 모습을 상상하면 된다.) 관람객은 건물의 중앙부로 바로 진입할 수 있고, 중앙부터 밖으로 퍼지는 나선형으로 관람을 하며, 확장이 필요하면 밖으로 계속 뮤지엄을 키워 나가면 되는 구조다. 이 개념이 구현된 것이 도쿄의 국립서양미술관이다.
도쿄 우에노 공원에 있는 이곳은 많은 현대 대형문화공간들이 자립하게 되는 입지와 비슷하다. 외형으로 볼 때는 어딘지 모르게 브라운(Braun)의 디자이너 이자, 최초 아이폰 디자인에 영감을 준 것으로 알려진 디터람스의 디자인처럼 간결하고 깔끔한 느낌을 준다. 물론 르코르뷔지에의 개념처럼 완벽하게 관람객의 동선이 연결되거나 주변부로의 확장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관람객의 동선을 고려한 미술관의 공간 구성에 대한 개념은 분명히 지금 시대 미술관의 기본 구조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건축이라고 볼 수 있다.
혹시나 뉴욕과 도쿄에 갈 일이 있다면 안 보셨다면 꼭 보시길, 보신 적이 있다면 이번에는 작품과 함께 미술관 공간의 구조와 외형도 감상해 보면 좋겠다.
만약 1곳만 가야 한다면, 개인적으로는 구겐하임이다. 대단한 이론적인 이유는 없고 그냥 취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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