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형 수장고와 오픈키친

개방형 수장고는 언제 필요할까?

by jwk

한동안 개방형 수장고을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었다. 2025년에 런던 V&A east라는 빅토리아 앤 앨버트 뮤지엄의 개방형 수장고가 개관했다. 어마어마한 규모에 멋진 박물관 모습이다. 파주 국립민속박물관의 개방형 수장고도 볼만하다. 근데 이런 의문이 든다. 개방형 수장고는 왜 필요한고 언제 만들어야 할까?


처음 개방형 수장고의 존재를 체감한 것은 런던의 브리티시 라이브러리에서다. 2000년대 초반 런던에 잠깐 살 때 우연히 와이프와 ‘도서관 가볼까?’ 하고 나섰다가 만난 브리티시 라이브러리의 ‘킹스 라이브러리 타워’는 실로 압도적이었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신기한 도서관내에 기물들을 보며 가다 정면에 맞이한 ‘킹스 라이브러리’는 말도 안 되지만, ‘갖고 싶은’ 충동을 들게 했다. 거대한 유리벽안에 촘촘히 꽂힌 고서들, 더구나 원하면 사서가 직접 들어가서 책을 찾아 준다고 하니 정말 갖고 싶었다.


어찌 보면 이 경우가 개방형 수장고가 가진 가장 높은 차원의 존재 이유일 것이다. 일반적인 전시 환경보다는 고도로 관리된 특별한 공간인 수장고와 같은 공간에서 보관해야 하고 동시에 일반 관람객에게도 언제든 노출될 수 있는 전시 콘텐츠라면 개방형 수장고에 담아야 할 수 있고, 그럴 때 개방형 수장고가 필요하다.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말 그대로 ‘수장고는 넘치고, 전시할 곳은 없고’의 상황이다. 전시해야 할 소장품은 많고 전시할 곳은 없고 효과적으로 안전하게 보관하면서 전시할 경우이다. 아니면, 교육적 차원이다. 우리 미술관은 수장고의 운영원리와 수장고 내에 각종 복원 시설과 장비, 그 과정들을 일반 관람객에게도 알려주고 체험시켜 주고 싶다. 이런 의지라면 개방형 수장고를 고민해 볼 수 있다.


이렇게 보면 몇 가지 조건이 보인다. 1) 개방형 수장고에 담을 만한 소장품이 있는 상황, 2) 소장품이 많은데 전시 공간이 너무 부족한 상황, 3) 개방형 수장고에 따른 인프라가 갖춰질 수 있는 상황이어야 한다. 여기서 뭐가 제일 중요할까?


단언컨대 3번이다. 3) 번이 1) 2) 번의 기본 조건이기 때문이다. 개방형 수장고를 갖추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을 여는 것이다. 대충 만들게 아니라면 말이다. 개방형 수장고에 부합하는 시설 운영방향과 전략, 이에 따른 예산과 전문 인력, 전문 장비 시설을 갖추고 있어야 가능하다.


이제 제목에서 언급한 오픈 키친을 생각해 보자. 오픈키친은 위생 상태와 조리 과정을 완전히 투명하게 노출하며 손님에게 그 과정을 전부 보여주는 특별한 식당 공간이다. 오픈 키친이 아니어도 주방은 당연히 위생상태 관리와 안전한 식품 조리 과정을 지킬 것이다. 그러나 오픈 키친을 하기 위해서는 한 단계 더 높은 고려, 예를 들면 식품 안전에 전혀 상관없지만 일반 손님이 보기에는 불편할 수 있는 요리의 과정이 있다면 적절히 조절해야 할 것이며, 좀 더 넓게 키친을 확보해서 더욱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주방 내 동선을 만들어야 할 것이며 , 조명부터 인테리어까지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그럼 이런 생각이 든다. 모든 맛집에는 오픈키친이 필요할까? 맛있는 밥집부터,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기사식당, 짧은 시간에 수십 개의 요리 주문이 가능한 김밥천국까지 한국에 수많은 맛집들에 꼭 모두 오픈 키친이 필요할까? 이런 맛집들의 운영콘셉트와 방향에 굳이 오픈키친까지 필요한 건 아니다. 오픈 키친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맛있고 식품안전이 보장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개방형 수장고도 마찬가지이다. 굳이 모두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맛집이니 오픈키친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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