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1 면접일기

by 테지

바야흐로 2017년, 난 학교 졸업을 눈앞에 두고 미래에 대한 고민 없이 하루하루 별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며 살았다. 잠들기 전 하는 주된 질문은, "내일 뭐 하지?"라는 질문이었다. 그 당시만 해도, 취업을 하기 위해 이것도 준비하고, 저것도 준비해야지 라는 생각은 일절 하지 않았다. '뭐, 기회 되면 하겠지.'라는 생각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한심하게 짝이 없는 생각과 정신머리였던 거 같다. 내가 가진 능력이라곤, 영국유학을 다녀와서 할 줄 알았던 영어 몇 마디가 전부였다. 흔히 또래들이 하는, '대외활동', '봉사활동', '취업스터디' 등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더욱 취업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았다.


매일 같이 놀던 친구들이 하나, 둘 취업을 하였고, 부모님 친구들 자식들이 취업을 하면 할수록, 무언의 압박이 느껴졌다. 나도 모르게 느낀 이러한 압박 덕분이었을까? 잠을 자고 있다가, 새벽에 갑자기 눈이 떠졌다. 무엇인가에 홀린 듯, 컴퓨터 앞에 앉고 포털사이트에 '자소서 양식'을 검색하였다.


처음 자소서를 써보는 상황이라, 인적사항 등 술술 써 내려갔다. '자소서 왜 못쓰는 거지? 첨삭 같은 거 왜 하는 거지?'라는 마음을 가지며 써 내려가던 중, 자격증 및 대외활동, 봉사활동 등 나의 20대를 작성해야 하는 부분에서 키보드를 더 이상 칠 수가 없었다. 어디서 들은 것 있어서, '그래, 자소서의 기본은 토익이지'라는 생각으로 토익책을 구매했다. (추후에, 토익점수 적당하게 획득하였다.)


몇 달간 나름대로, 필요한 자격증 및 자소서를 작성하고 구인사이트에 가입을 하였다. 구인사이트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보면서 지원을 하였다. 그래도 평소에 영어도 좋아하고 해서, 영어를 쓰는 직군이면 좋겠다 싶어, 해외영업파트로 여러모로 지원을 했다. 사실, 지원할 때만 해도 '아 너무 연락 많이 오면 어떻게 하지..?'라는 겁 없는 소리를 했다.


여러 군대 지원을 하고, 며칠이 지나도 연락이 오지 않아 그때부터 사실 좀 초조했다. 아 내가 잘못준비했구나, 취업 못하는 거 아냐?라는 생각이 지배할 때쯤,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한통 왔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면접 전화였다. 부랴부랴 면접 볼 회사를 알아보고 있는데, 사실 난 회사를 보고 지원을 한 게 아니라, 해외영업을 보고 지원했기 때문에 회사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면접의 날이 다가왔고,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면접은 다대다 면접이었다. 면접관 3명과 지원자 3명이었는데, 9시 면접이었는데 나밖에 오지 않았다. 한 명이 부리나케 뛰어오면서, 넥타이를 매고 있었고, 또 다른 한 명은 심지어 다른 회사에 면접인 줄 알고 있었다. 속으로, 뭐 이건 내가 실수만 하면 붙겠는데 라는 건방진 생각을 하고 있었다.


IMG_3330.JPG


면접관은 자소서를 들고, 위에 사진처럼 한 명 한 명을 보고 있었다. 다대다 면접의 압박이란, 옆에 사람들에 대한 질문을 하고, 대답을 듣는 동안 나한테는 뭐 물어보지? 뭐라고 대답하지?라는 압박이 장난이 아니었다. 그리고 질의응답을 하면서 옆사람의 스펙을 들으면 들을수록 한없이 작아지는 나였다. 참고로 나 말고 2명의 지원자는 미국에서 인턴을 하고, 제2 외국어를 하는 사람이었다.


내 차례가 왔을 때, 난 처음 생각했던 건방진 생각은 어디 가고 없어졌고, '아 어디 또 지원하지'라는 한심한 생각이 지배했다. 또, '아 모르겠다 그냥 할 말이나 하고 가자'하는 생각도 있었다. 나에게 질문을 하고, 뭐 있는 그대로 답변을 다 했다. 면접실의 산소가 이산화탄소로 잠식되어 갈 때쯤, 실무면접진 중 한 명이 공통질문을 하였다.


해외영업 파트로 인해, 영어 면접도 있었다.

"Please sell this pen."

드라마 미생에서 나온 질문처럼, 펜을 면접관에게 팔아보라고 하는 이야기였다. 사실 내가 했던 영어는, 상업적인 영어가 아닌 일상적인 대화가 주로 이뤘던 터라, 당황을 했다. 아무렇게나 말을 하게 될까 봐, 난 10분만 시간을 주면, 이걸 확실하게 팔 수 있다고 말했다.


물건을 팔 때 무엇을 중점적으로 생각해야 할까?라고 생각했다. 곰곰이 생각하니, 역으로 난 물건을 살떄 무엇을 반드시 체크하고, 무엇이 제일 중요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10분이 흐르고, 난 볼펜을 사야 하는 이유와 볼펜이 가지고 있는 편리성, 기능성등을 설명했고 가상의 라이벌 볼펜 업체를 하나 만들어 그 펜과 비교하여 설명을 하였다.


내 나름의 기지를 발휘했던 것 같다. 그렇게 면접이 끝이 났고, 1차 면접결과를 내부적으로 협의 후 2차 임원진 면접을 보게 되면 연락을 주겠다고 하였다. 면접을 마치고, 난 녹초가 되었다. 내심 뭔가 하나를 했다는 뿌듯함과 함께, '다른 곳 어디에 지원을 할까?' 하며 집에 갔다.


아무 생각 없이 살던 내가, 사회를 공간에 나라는 사람을 처음으로 소개하게 되는 첫 발을 내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