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짓단을 걷어 올린 오후의 그늘에 파리가 앉는다.
낮게 드리워진 저기압, 욱신거리는 허리들이 모여 앉아 구름을 의논하면 곡식과 풀포기와 대궁들은 바람의 근방을 배우기 바쁘다. 지붕 없는 휴일들, 지붕 아랜 노곤한 낮잠들이 무성하고 풀들이, 넝쿨들이 달아난다. 호박잎과 칡넝쿨은 달리기 선수처럼 장마 속을 뛰듯이 간다. 장마가 끝나면 풀포기들은 키가 크고 곡식들은 됨됨이가 딱딱해진다.
눅눅한 구름 떼가 젖은 터널을 빠져나가는 동안 깊고 집요한 것들, 아무것에나 착 달라붙어 멈출 줄 모르고 젖은 이마를 짚어줄 햇살 한 올이 아쉬운 날. 쟁기들의 이빨을 뺏고 생솔가지처럼 연기만 자욱한 아궁이, 불씨는 통 살아날 기미가 없다.
아버지는 축축한 공일空日과 놀고 어머니는 잠깐 잠깐의 갠 하늘을 빨랫줄에 넌다.
땅으로 내려온 하늘, 젖은 눈 뜨거나 눅눅한 옷 갈아입고 돌아갈 생각은 아예 없는 듯한데 우두둑, 처마 밑으로 뛰어내리는 빗방울에서 나는 리코더 음을 고르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