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공(樂工)

by 배종영

이웃 목수(木手) 집에 들렀다가

대패질을 한참 바라보았다.

평평하게 깎이는 수평,

그 속에서 한 악공이

대여섯 줄 현을 매어놓고 고르고 있었다.

어느 줄은 이미 벌레의 호흡이 묻어 있었고

또 어느 줄에선 가지 끝 꽃핀 흔적으로 휘청거리고 있었다.

바람의 주법(走法)으로 굳은 현,

아직 쉭쉭 바람 소리가 빠지지 않은

몇 가닥은 약간 휘어져 있었다.

옹이를 만나서 여울처럼 돌아가는 현의 울림이

잠시 굳은 무음으로 쉬고 있었다.

매인 곳도 없이 팽팽하게 당겨진 현은

깎여 나오면서 동그랗게 몸을 말았다.

떨어져 나온 몸에선

매미울음이 흘러나왔다.

살아생전 나무는 힘들 때나 슬플 때 몸속에 매어둔 현으로

윙윙 바람을 켜곤 했었다

다 다듬어 세워놓은 목판마다

아름답게 휘어진 현 위로

허영허영 달빛 내리는 소리,

늦가을 풀들이 말라가는 소리가 났다.

이웃의 목수,

그의 숨겨온 직업을 알아챘다.

그는 대패로 울퉁불퉁한 현을 조율하는 악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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