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 귀가 녹으면 꽃이 핀다

by 배종영


아무리 춥다고 해도

움츠리듯, 휘어진 고드름은 없다.

그건, 지붕의 성품이다.

고드름은 한겨울 작황(作況),

곧고 미끈한 줄기로 자라는 그건

한여름 오이나 가지 같은 종류이다.

빙점은 하루가 문을 닫고 들어간 그쯤에서 집결한다.

헝클어진 것들을 바로 보려고 도립(倒立)한다.

거꾸로 매달린 의지는 단호하다.

한기를 바르고 칼끝을 벼른다.

야트막한 높이로 언감생심

지구를 관통할 것이다.

이제, 낮은 온도에서 언 고드름이 다시

낮은 바닥으로 흘러내린다.

귀가 다 녹고 나면 뒤이어 꽃 피는 소리가 고일 것이다.

보통, 가는[細] 것들이 멀리 나아가고

멀리 튀고자 하는 것들일수록

그 끝을 좁게 만들지만

그 뾰족한 끝에 빙점을 붙여 놓고

있는 힘껏 아래로 떨어지는 소실점의 일은 드물다.

바닥을 딛고 튕겨 오르는

아득한 빙점의 끝

톡, 탁, 톡, 탁

고드름에는 수천 개의 초침이 들어있어

귀 밝은 밤,

나는 괜히 서럽다.

작가의 이전글악공(樂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