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림

by 배종영

흐르는 물속에서 은어 떼들

파르르 떨고 있다.

허공에 멈춰 선 잠자리처럼

잘디잔 곡선 위에서 가늘게 떨고 있다.

절체와 절명의 사이에서

한없이 가벼운 나무의 떨림을 빌려

그 떨림 속에 서 있어 본 사람은 안다.

떨림이란 얼마나 유용한 방편인가.

저울 위의 무게가 제 중심을 잡으려

바늘의 영점을 고를 때

비로소 제 무게를 알아차리는

그 수순.

흐르는 물속에서

제자리를 지키려 떨고 있는 은어떼들

살아서는 끝내 영점에 다다르지 못한다.

영점에 도달하려 쉼 없이 떠는

그 수순으로 평생을 산다.

멈추지 않는 떨림으로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딱 그만큼의 저 치열한 몸짓,

떨림은 경계境界다.

흐르는 유속에서는 영점이란 없듯

수많은 떨림이 만든 층계를 밟고

비로소 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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