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눈이 내렸다
산만한 혼돈들을 하얗게 덮어버린
시린 언어들
들리지 않을까,
먼 길 내려와 귀를 깨우는
속삭임 같다
아무도 밟지 않은 이 눈의 세상은
누구도 참견하기 전,
괜찮으니 어서 첫 발자국 찍어 보라는
햇살 섞인 격려 같고
순백의 말씀 혹은
공평한 덕담들 같다
주변에 발 시린 작은 존재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알려 주는 귓속말 같다
한 번도 보지 못한 발자국들이
이렇게 많이 살고 있다고,
그러니 곳간 틈 막지 말라는
충고 같다
또 이 흰 눈은 얇은 이불 같아서
어제 죽은 길고양이의 몸을 살포시 덮어 주었고
살얼음의 아슬아슬한 두께를 숨기듯 덮었다
살짝 얼어 있는 발자국들
희미한 윤곽 속으로 숨겨두고
보이는 것만 전부 아니니
얇은 형태들을 조심하라는 말씀 같다
아무 말도 없이 말하는,
밤새 내린
차갑고도 따뜻한 말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