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슬

by 배종영

물의 껍질이라 생각했다.

셀 수 없는 물의 비늘이라고도 생각했다.

반짝거리는 것들의 밑은

얼마나 깊은 곳인가.

뒤척뒤척 한참을 올라온

물의 밑바닥이 햇살과 만나

다시 하늘 밑이 되는 물의 껍질

그렇다면 세상의 모든 껍질 밑은

또 얼마나 깊은 곳인가.

뱀의 비늘 속, 아득한 한 방울

독(毒)의 거처 같은 그곳

낚아챈 손아귀 속에서 빛나던

잠자리 날개 같은, 또는

그 날개 밑 아득한 한 줌 온기 같은 윤슬

윤슬은 물의 끝

사람이 무서워 숲으로 도망치는 뱀처럼

호명(呼名)을 피해 산으로 도망친 이름들

지상의 나무 끝에 쉽사리 내려앉지 못하는 날개

걸어서는 갈 수 없는 저기 저 먼 곳에서 빛나는 윤슬

떠도는 이름들을 저 위에 내려놓으면

글썽이는 눈썹의 끝에서 흘러내릴

또 다른 윤슬.

일렁이며 보듬고 있는 속살이 햇살이어서

바라볼 뿐 다가갈 수 없는

봄의 날개 밑, 반짝이는 건

은사시 이파리 가득한

사월의 수평선

혹은 물고기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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