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면

해수면 (2023년 제25회 여수 해양문학상 대상 수상 작품)

by 배종영



낡은 배의 갑판을 열고

누렇게 녹슨 엔진을 들어냅니다.

바다는 사실 울퉁불퉁한 길이었습니다.

요철 위를 달리는 듯 엔진소리가 통통 튀었습니다.

생전의 아버지는 그 깊은 바닷속을

채굴하듯 맨손으로 파내는,

깊은 물속 사정을 일렁이는 수면만 보고도

대뜸 알아내는 사람이었습니다.

파도가 칠 때면 파도를 붙잡았습니다.

파도와 맞서던 그 안간힘을 나누어 먹고

가족들은 무엇이든 꽉 잡고

놓지 않는 사람들이 되었습니다.

나도 아버지처럼 깊이를 모시는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깊이는 늘 울렁거렸습니다.

그래서 낮고 깊은 곳이 아니라 높은 곳을 올라

높은 사람이 되려 했지만

높이는 헉헉거리며 올라도

자꾸만 곤두박질치는 곳이었습니다.

마치 당신의 관을 들던 날처럼

굴곡진 물 위를 달리던 엔진은 무겁습니다.

물고기보다 빠르고 커다란 절벽 같은 파도도

뛰어넘던 엔진은

그날의 당신처럼 차갑게 식어 있습니다.

지상의 모든 높이를 일컬어 해발이라고 하면

바다에서 하늘을 떼어놓은 그 깊이의

맨 위쪽에서부터 높이는 시작됩니다.

아버지의 해발은 몇 미터였을까

당신이 채굴한 바닷속은 또 얼마나 깊었을까

낡고 병든 아버지의 목선을 고쳐 다시

파도를 걷어내고

높이의 깊은 밑바닥을 파내려 합니다.

높이와 깊이를 가르는,

파도의 주름 밑으로 침전된

아버지의 곡진했던 시름을 건지려 합니다

파도를 붙들고 파도보다 더 울렁이는

사람이 되려 합니다.

지금은 침묵하는 엔진이지만

찾아보면 그 속 어딘가엔

통통거리는 불씨 한 점쯤

남아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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