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바로 하라는 말

by 배종영

똑바로 하란 말을 종종 들었다면

똑바른 일직선 하나를 애용했다는 뜻이다

휘어지고 구부러진 소용所用을

고민했던 적이 많았다는 뜻이다

어떤 형태든 그곳에 딱 들어맞는 것이

소용의 일이라면,

똑바로 하란 말은 결국

잘 구부러지고

잘 구겨지란 말이다

숲이란 글자는 꼭 숲처럼 생겼다.

나무들이 서로 잘 피하고 어긋나고 엇갈리는 곳

숲은 스스로 자라는 곳이지만

배우지도 않고도 똑바로 자랄 줄 아는

나무들 천지다

똑바른 형태가 궁금하면

숲을 들추고 휘어진 나무들을 보면 안다.

사람의 몸속 무수한 굴절들,

벽면 속 어지러운 배관들도 구부러져 어울린다.

다 사람이 본(本)이다.

늦가을 국화 꽃잎들이

꼬부라진 채로 꽃술을 껴안고 있다면

그건 또 계절이 그 본이다

똑바른지는 어떤 자[尺]로도 잴 수 없지만

피할 곳은 피하고 돌아가야 할 곳은 잘 돌아서

결국엔 스며드는 일이다.

황혼 무렵 바닷가 모래펄에

게 한 마리 어슷 썰듯 기어간다.

비스듬한 사람의 눈 밖을 부지런히

똑바로 걷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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