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마켓 4
나는 형사가 되었더라면 좋았을 거다 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랬으면 여러 도둑들을 잡았을 테니까 말이다.
신은 나에게 기억력이란 능력을 주신 게 확실하다.
아내는 옆에서 늘 그런다 쓸데없는 걸 기억한다고.
그 말이 맞는 것이 대수롭지않은 기억들이 언덕에서 썰매 타듯 내려오니
내가 생각해도 아 이런 것이 왜 생각나지 할 정도다.
창고의 물건들을 한번 보면 사진이 찍히듯 기억이 나는데
전에 직원들이 찾지 못하는 것도 어느줄 몇 번째 칸에 있을 거다 하면
거의 정확하게 거기 있더라.
대충 보아도 기억에 남으니 이 또한 못할 짓이라
마감시간이 거의 다 되면 매대에 진열된 고기는 워킹 쿨러에
집어넣어 다음날 다시 내어놓는데 언제부터인가
이상하게 고기의 양이 줄어드는 걸 발견했다.
어느 날은 안심이 어느 날은 꼬리와 사골 및 도가니 등등이 자꾸 비는 거였다.
이상하다 생각하고 유심히 지켜본 결과 마른 장작 신학생의 수상한 행동이 포착되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검정 쓰레기봉투에 고기를 담아 이중으로 포장하여
쓰레기통에 집어넣는 거였다.
어 저게 뭐지 하면서 매장 안의 쓰레기통을 대형 쓰레기통에 옮길 때 문제의 쓰레기를
테이프 자르는 칼로 쓱 잘라 내용물을 확인해 보니 고기가 왕창 쏟아지더라.
상한 건가 싶어 냄새를 맡아보니 멀쩡하였다.
나는 문제의 쓰레기봉투를 다시 여며서 찾지 못하게 쓰레기 더미를 헤집어
밑에다 숨기다시피 넣었다.
이튿날 출근하자마자 신경질을 내면서 내게로 와 어젯밤에 쓰레기통을 비웠냐고 묻는다.
그랬다고 하니 고개를 갸웃하더니 대형 쓰레기통을 쳐다보더라.
그날 저녁부터 쓰레기통은 자기가 비울 테니 다른 일을 하란다.
알았다고 하고선 더 유심히 마른장작 신학생을 살폈다.
마른 장작은 며칠 잠잠하다 싶더니 고기를 넣어 쓰레기통에 버리고
난 찾아내기를 반복하였다.
보다못한 나는 조용히 얘기를 하였다.
이제 그만하라고 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엔 펄쩍 뛰더니 명백한 증거 앞에서 꼬리를 내리고
그는 얼마 있다가 그만두었다.
영문을 모르는 사장은 마른 장작을 붙잡았지만 그도 양심은 있는지
더 이상 일을 하지 않고 그만두었다.
마른 장작은 그동안 고기며 쇠꼬리 도가니 등등을 몰래 빼돌려
쓰레기통에 넣고 문 닫은 후 퇴근하였다가 늦은 시간에 다시 와서 쓰레기통의 고기를 꺼내
겉봉투는 벗겨 내고 아는 식당에 싼값에 넘겼더라.
쥐도 새도 모를 거란 머리 좋은 그 일들은 이후에 형태만 다를 뿐
이민생활 곳곳에서 목격되었다.
감쪽같이 속일 것 같으나 실상은 저만 모르는 어리석은 일들이 비일비재하였다.
가련하고 불쌍한 인생이 거기 있었다.
워싱턴 D.C 에있던 동서의 뷔페식당에서도 한참 뒤인 우리 식당에서도 있었던 일이었다.
비싼 해산물 그리고 갈비 등등이 그렇게 뒤로 빼돌려져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아마도 지금 어느 곳에는 그런 일들이 심심찮게 벌어질 테고 말이다.
여름이 가는 길목에서 난 처음 내가 왔던 목적을 시작하려
엘에이 다운타운으로 차를 몰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