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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가교환의 인생을

살고 있으세요?

by 소원 이의정
등가교환의 법칙이라는 게 있어.

이 세상은 등가교환의 법칙에 의해 돌아가.


물건의 가치만큼 돈을 지불하고 물건을 사는 것처럼

우리가 무언가 갖고 싶으면

그 가치만큼의 뭔가를 희생해야 된다 그거야.


당장 내일부터 나랑 삶을 바꿔 살 사람?


내가 너희들처럼 취직도 안 하고 빚은 산더미고, 여자 친구도 안 생기고 답도 없고,

출구도 없는 너희 인생을 살 테니까.


너희는 나처럼 편안히 주는 밥 먹고 지하철에서 자리 양보도 받고

하루종일 자도 누가 뭐라고 안 하는 내 삶을 살아.


어때? 상상만 해도 소름 끼치지?

본능적으로 이게 손해라는 느낌이 빡 오지?


열심히 살던, 너희처럼 살던 태어나면 누구에게나 기본 옵션으로 주어지는 게

젊음이라는 별거 아닌 거 같겠지만은 나포면 알잖아.


너희들이 가진 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당연한 것들이 얼마나 엄청난 건지.

이것만 기억해 놔.

등. 가. 교. 환


거저 주어지는 건 없어.

- 눈이 부시게 대사 중



프로덕션이 재정난에 허덕일 때 고작 20대 후반이었던 나는 내 인생도 책임 지기 힘든데 남의 인생까지 책임져야 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내 회사를 그만두고 잠시 미국으로 도피? 했다.

해외 교양 프로그램을 버리고 미국에서 8개월간의 짧은 자유를 얻었다.

이 선택은 등가교환이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부등가교환이었다. 잃은 게 더 많았으니까.

그런데 사람들이 말하는 명제 중 하나는 '인생은 공평하다.' 하지 않았나?


잘 다니던 국제회의 기획사를 때려치우고 영국 유학을 선택한 것은 지나고 보니 등가교환이 맞다.

학생의 신분을 포기하고 엄마가 되었다.

그 각각은 비슷한 무게의 가치가 있을까? 나의 꿈 = 아이의 엄마는 나의 꿈만큼 아이가 소중하다.

남편을 포기하고 싱글맘을 선택했다.

자영업을 포기하고 직장을 들어왔다.


여전히 난 자유롭고 싶다.

글을 쓰며 먹고 살 방법은 글을 열심히 쓰고 쓰고 써야 하는데.

목표를 정해 놓고 써야 하는데


이 현실에 안주할까 봐 다 내려놓는 마음으로 나를 찬찬히 살피고 있다.

끊임없이 나를 관찰하고 살피며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찾고 있다.


예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

미국 마지막 여행 장장 8개월의 어학연수를 마치고 서부 여행을 떠나던 그때 '그레이 하운드' 버스를 놓쳤다. 한국처럼 중간에 화장실에 가는 줄 알고 어떤 무리를 따라 내려버렸다.

그리고 아케이드에 있는 바에서 바텐더의 도움으로 성당에서 하룻밤 잠을 잘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첫 버스를 다시 탔는데 옆 자리에 멕시코 남자가 있었다.

그는 요리사라고 했다.

요리에 대한 열정만 있던 가난한 그는 이탈리아로 가서 그릇을 닦으며 요리를 배웠다고 했다.

자그마치 5년간의 고된 이탈리아 생활 후 미국으로 와서 레스토랑에서 일하다가 멕시코로 돌아간다고 한다.

그의 얼굴은 희망으로 가득했다.

그는 미국에서의 이방인을 포기하고 고향으로 돌아가 예쁜 이탈리아 식당을 차린다고 한다.

"너도 꼭 와봐."라고 말을 남기고 그는 그의 목적지에 내렸다.


세상에 공짜가 없다고 하는데 난 지금까지 거저 산거 같다.

전능하신 그분의 능력으로 말이다.

갖은 거라곤 개뿔딱지 자존심과 모험심뿐이었는데 지금껏 잘 살았다.

내 인생에서의 공평한 교환이란 것들은 어찌 보면 하늘이 손해를 좀 더 보고 베풀었던 것 같다.


나를 보면 신기하리만치 업 앤 다운이 있고 성질머리도 고약한 데다

지 기분이 좋으면 마냥 좋다고 했다가 또 아니면 정말 아니라고 했다가.

중간이 없는 사람이다.

아! 그렇다고 기분이 태도가 되거나 하는 시건방지고 이상한 사람은 아니다.

공사 구별은 확실하고 FM을 어지간히 좋아하기도 한다. 중간이 잘 없을 뿐


이런 나를 하늘은 부등가교환으로 밑지는 장사를 하신 것이다.


세상은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분명히 있다고 하는데 하늘은 나에게 후했다.

지금까지 나의 생각은 그렇다.

운이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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