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FG 이엪지 Feb 14. 2022

매달 65만 원 주겠다는 대선 후보를 만났다(2)

이엪지의 인터뷰 시리즈 [EFG TALKS]의 핵심 키워드는 ‘발견과 알아차림'입니다. 이엪지는 자신만의 예민함으로 세상을 직시하고, 일상 속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느끼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2021년 12월 31일 오후 5시, 2월 뉴스레터 주제로 ‘대선'을 다루자는 회의를 막 끝내던 때였어요. 여느 때와 다름없이 홈페이지를 확인해보는데, 문의 글에 인터뷰이 요청 제안이 와 있더라고요. 그것도 대선 후보로부터 말이죠. 기가 막힌 타이밍에 처음 놀라고, 그 대상이 대선 후보라는 사실에 두 번 놀랐던 기억이 나요. 이엪지의 영향력을 실감한 순간이었죠. 독자 여러분 덕에 대선 후보 인터뷰도 해봅니다(감격).


마음 같아서는 더 많은 대선 후보와 인터뷰해서 공약을 낱낱이 파헤쳐 보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었기에 이번에 기회가 닿은 오준호 후보의 공약을 더 꼼꼼하게 살펴봤어요. 10여 년 동안 책을 쓰고 강연을 하다 국회에 들어와 입법 활동을 하고, 올해는 대선에 출마한 기본소득당 오준호 후보. 논픽션 작가에서 대선 후보가 되기까지, 그 중심에는 기본소득이 있었는데요. 기본소득이란 무엇이고, 오준호 후보가 바라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이번 인터뷰가 기본소득당 오준호 후보의 역량과 공약을 검증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요. 


*이전 기사 읽어보기(클릭)




온실가스 배출량 50% 감축, 적당한 목표일까?



지난 12월 7일에 후보께서 3호 공약을 발표하시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현행 대비 50% 감축하겠다고 발표하셨는데요. 이전에 청소년기후행동 측과의 서면 인터뷰 당시에 기재했던 수치와 다른 부분이 있어서, 어떤 게 진짜 공약인지 여쭤보고 싶어요.


그건 제가 놓친 거 같습니다(웃음). 2018년 대비 50% 감축이 공식적인 입장이자 공약입니다.


그렇다면 후보께서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3억 6000만 톤 정도로 줄이시겠다는 말씀이군요. 그런데 IPCC의 권고에 따르면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2억 1700만 톤 이하가 되어야 1.5도 상승이라는 위기를 막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 공약이 과연 의미가 있는지 논의가 필요한 거 같아요.


제대로 찔린 거 같네요(웃음). 온실가스 감축을 더 빨리 해야 된다라는 말씀이시죠. 맞는 말씀입니다. 다만 50% 감축이라는 목표도 사실 쉽지는 않습니다.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는 여전히 탈탄소, 탈석탄에 대한 저항이 크고 탄소배출 산업의 에너지 전환에 대한 저항도 있으니까요. 국제사회는 훨씬 더 급진적인 요구를 내놓고 있지만 그것을 현실적으로 감축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탄소세나 재생에너지를 전환하는 다양한 공공투자를 정책으로 제시했고요.



기후위기 대응 공약으로 탄소세 도입을 말씀하신 바 있는데요. 탄소세가 정말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는 정책인가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좀 더 짚어봐야 할 부분이 있어 보여요. 호주 같은 경우, 도입 이후 온실가스 배출량이 크게 줄긴 했지만, 대기업들이 세금 증가분을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는 등, ‘조세의 역진성’ 문제가 발생해 폐지하기도 했죠.


탄소세를 성공적으로 도입시켰다고 평가되는 나라들을 보면, 탄소세를 제외한 다른 세금을 깎아주는 정책을 펼쳐서 국민들의 부담을 줄였기 때문에 성공이 가능했던 것 같은데요. 오 후보의 경우, 기본소득으로 어느 정도 부담을 상쇄시켜줄 수는 있겠지만, 다른 세금도 추가적으로 징수할 계획이라면 과연 혼란을 잠재울 수 있을까 싶어요. 고소득층의 조세 저항이나 탈세 유인도 우려되고요. 이런 상황을 고려했을 때, 정말 탄소세와 기본소득만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탄소 배출의 공정한 가격을 매겨야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탄소세 도입은 필수라고 생각해요. 탄소배출 산업이 부담을 느껴야 배출량을 감축하려는 동기가 생긴다고 보거든요. 다만 *탄소세수를 다시 국민에게 돌려주어야 물가 인상이나 세금 증가에 대한 부담을 상쇄시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탄소세수 배당과 기본소득이 함께 이루어진다면, 저소득층은 오히려 소득이 증가할 수도 있고 중산층 이상은 돌려받는 배당을 통해서 최소한 상쇄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세수 : 국민에게서 세금을 걷어 얻는 정부의 수입


탄소 비용을 높인 다음에는 투자를 해야 되겠죠. 국가가 자금을 모아서 에너지 전환 산업, 녹색 산업에 투자하고 거기서 발생하는 이익을 기본소득으로 분배해 선순환 구조를 갖추면 제도의 지속 가능성이 높아질 거라 봅니다. 전환 과정에서 기존 산업에 종사하던 노동자들을 재배치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에너지 분야에서 탈탄소에 성공하더라도, 식품 생산과 소비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때문에 기후위기 극복이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먹거리 전환 역시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 같은데요. 이에 대한 로드맵도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탄소세는 그런 점에서도 필요하긴 하죠. 화석 연료에 의존하고 있는 농업들, 특히 대량 생산 위주의 농업도 기후 오염물질,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부담을 져야 한다고 보고요.


축산업과 관련된 고민 또한 많이 하고 있습니다. 축산업 역시 탄소 배출에 있어서 큰 몫을 차지하는 만큼, 점진적으로 축소시키고 향후에는 폐지하도록 하는 것이 맞다고 보고요. 대량의 어획, 혼획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에는 에너지 전환에서 그치지 않고 먹거리 생산 방식에서도 전환이 필요하다고 봐요. 그와 관련된 비용을 국가가 지원해 나가야 되겠죠.



마침 축산업을 언급해주셔서 동물권에 관한 질문을 이어서 드리고 싶어요. 최근 풀무질에서 진행했던 <당신의 얼굴 Your Soul> 비질 사진전에 다녀오셨더라고요. 페이스북에 글도 남기신 것으로 보아 동물권에도 관심이 있으신 거 같은데요. 한국 사회에서 동물권을 증진시키기 위해서 꼭 필요한 정책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공장식 축산업의 축소 및 폐지와 관련해서는 이해관계가 첨예한 것이 사실입니다. 당사자들이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되는 부분이 있고요. 그럼에도 어쨌든 동물권은 중요하고, 근본적으로는 동물을 바라보는 관점을 짚어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 많은 후보들이 반려동물과 관련된 공약들을 내고 있는데요.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은 좋은 일이고 그에 따른 공약과 정책도 필요하긴 합니다. 하지만 반려동물 이외에 오히려 훨씬 많은 동물들이 인간의 필요에 의해서 도구처럼 다뤄지고 있잖아요. 축산업부터 시작해서 의약품이나 화장품의 안전성 검증에도 동물들이 실험되고 있고요. 보고 즐기기 위해서 야생동물을 사고팔고, 데려와서 전시하는 경우도 있죠.


동물을 수단으로 보는 현 법 제도의 정신과 태도 자체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헌법을 고치는 게 가장 궁극적이겠지만, 지금의 동물보호법을 동물 기본법으로 아예 고치자는 내용들을 갖고 있습니다. 동물 기본법으로 개정한다면 다른 여러 동물과 관련된 법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거라 봐요.


동물권 증진을 하나의 중요한 목표로 생각하는 입장에서, 반려동물 외의 ‘진짜’ 동물권에 관심을 갖고 계신 부분이 인상 깊게 다가왔어요. 그래서 저희가 작은 선물을 준비했는데요(웃음).



아유 감사합니다(웃음). 지난번 비질 사진전에서도 혜린 작가님께서 <짐을 끄는 짐승들>을 추천해주셨거든요. 그 책이랑 이 책 모두 읽어봐야겠어요. 아무튼 그 전시전에서 받은 느낌이 저한테는 굉장히 오래 남았습니다. 소리와 함께 사진을 보니까 실제로 현장에 있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또 들어보니 활동가 분들이 현장에서 종사하고 있는 노동자 분들과 무언의 연대감을 갖는다고 하더라고요. 채식의 전환에 있어서 오해를 갖고 있거나 적대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런 말을 같이 전하면 훨씬 더 마음을 열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오준호 후보가 발표한 동물권 5대 공약 보러가기!



EFG 독자가 전하는 고민


다음은 ‘여러분들이 원하는 대통령은 어떤 대통령인가요?’라는 질문에 대한 EFG 독자 분들의 답변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사연입니다. 들어보시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말씀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막학년이 되는 24살 대학생입니다. 내년이 되면 저도 일자리를 구하고 부모님으로부터 독립을 하고 싶은데요. 벌써부터 고민이 아주 많습니다. 제가 지금 살고 있는 곳은 개발이 별로 안된 지역이라 인프라가 풍부한 수도권에 가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은데요. 일자리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고, 월급으로 내 집 마련을 하는 건 더욱 어려운 일이라서요. 얼마 전에 알아보니 서울은 물론 서울 근교도 꿈꾸기 어려울 것 같더군요. 저희 지역에서도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면 굳이 가족과 친구들을 떠나 서울까지 가려고 하지 않을 텐데 모든 게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현 상황상 어쩔 수가 없네요. 이 서울공화국을 어떻게 바꿔주실 수 없을까요?



저도 경기도에서 출퇴근을 하는 사람으로서 정말 공감됩니다(웃음). 제가 지방에 방문할 때 이런 질문들을 실제로 받기도 하고 지자체에서도, 정치인들도 그 문제에 대해서 대응책을 내놓으려고 하죠. 그런데 문제는 그 방식이 단순히 인프라 확충에 그친다는 거예요. 기업들이 점점 고용을 줄이고 디지털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자체가 대기업을 유치하면 일자리가 늘어날까요?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인프라를 정책적으로 분산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걸 위해서 대기업에게 규제를 완화해 주면 그로 인한 부정적인 외부 효과는 그 지역 주민의 몫이 됩니다.


그래서 저희는 기본소득을 보장해서 어디에 살던지 기본적인 삶의 안전망을 가질 수 있게 하자는 입장이에요. 약간의 정책적인 지원만 있으면 공동체 내에서 서로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창출해낼 수 있을 거고, 그런 사례는 이미 곳곳에 존재합니다. 일정한 삶의 소득과 기본적인 주거들이 보장되면 그 공동체 내에 창업을 포함한 여러 활동이 펼쳐지는 사례들이 있죠.


기본소득을 통해서 삶의 기반을 만들고, 그 위에서 공동체와 함께 할 수 있는 활동들을 창출해 내도록 돕는 것. 이게 제가 바라보는 지역 공동체를 살리는 기본 원칙입니다. 큰 건물이나 인프라를 지어주는 방식으로는 청년들의 수도권 집중을 막을 순 없다고 봐요.



안녕하세요, 저는 복지에 관심이 많은 30대 청년입니다.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복지 정책이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대체적으로 홍보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받을 수 있는 혜택이 무엇인지 쉽게 확인하기도 어렵고요. 후보께서 생각하시는 현 복지 제도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그걸 위해 어떤 계획이나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현 복지 제도는 기본적으로 신청주의입니다. 신청을 안 한 사람에게는 지원이 없죠. 신청을 하더라도 조건에 맞는지를 철저히 알아보고 선별하는 등, 효율성을 무척 따지는데요.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행정 비용이 발생하기도 하고, 지원받는 사람의 경우 사회적 낙인을 느끼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본소득제가 도입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신청하지 않아도 당연한 권리로서 일정한 삶의 기본을 보장하자는 거죠. 현재의 복지 제도를 기본소득 중심으로 전환한다면, 독자분께서 고민하고 있는 어려움을 보다 구조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가 정치판을 바꿀 수 있다고?


마지막 질문입니다. 현재 한국의 정치 체제는 거대 양당이 휘어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이 때문에 두 정당이나 후보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다른 후보가 더 마음에 들더라도, 소수정당은 지지율이 낮아 당선이 안 될 거란 생각에 전략 투표를 하시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이 분들께 소수정당의 후보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이 후보는 아니지라고 하면 이제 저 후보도 아닌데’ 하면서 뫼비우스의 계단처럼 빙글빙글 도는 것이 유권자들의 현실인 거 같아요. 그런데 과거에는 달랐냐 하면 또 그건 아니거든요. 선거 때마다 이상적인 형태의 대안 세력이 있어왔던 건 아니잖아요. 비호감인 후보들 속에서 차선을 고르거나 최악을 피하자는 식으로 흘러갔던 건데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건 기존 정치권의 힘이 막강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유권자들은 수동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거죠


그런데 이번 선거는 이전과는 다르다고 보거든요. 후보들이 기성 방송의 토론회가 아니라 유튜브 방송을 찾아다니고 있죠. 미디어 환경도 그렇고 유권자들이 능동적으로 정치에 참여하고 선택하고 있어요. 시민들은 자신과 관심사가 맞는 뉴미디어로 결집해 있고, 이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 정치인들이 움직이고 있죠.


그런 점에서 중요한 것은유권자들 스스로 자신이 갖고 있는 역량에 확신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거예요실제로 유권자들이 후보들의 정책을 바꾸고 새로운 정당을 키워주고 있고, 새로운 대안을 의제로 만들고 있잖아요.


그렇게 본다면 거대 정당 사이에 기본소득당처럼 나름의 대안과 비전을 가진 정당들이 보이실 거예요. 설령 당선이 안 된다 하더라도이런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것 자체로 그 후보와 정당이 내거는 의제는 한 걸음 더 진전된다고 생각합니다그렇게 또 한 걸음 우리 사회가 나아갈 거고요. 그래서 유권자 분들이 자신들의 파워를 확신하시고, 대안을 찾아 키워주시라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어요.





뉴스에 없는 저마다의 이야기, EFG
기성 언론이 비중있게 다루지 않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인스타그램홈페이지뉴스레터 구독하기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는 모두 '고통을 느끼는 동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