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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FG 이엪지 May 02. 2022

독서모임 꾸리기, A부터 Z까지


안녕하세요, 올리브입니다 :) 지난 4월 26일, 이엪지에서 오랜만에 독서모임을 했어요. 모임의 이름은 '더살읽방(더불어 살기 위해 읽는 방)'! 작년 초반에 한창 하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중단했고, 이번에 다시 일회성으로 시도해본 건데요. 모임을 진행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몸으로 느꼈던 하루였어요. 진행자도 나, 총책임자도 나, 기획자도 나! ... 혼자서 A부터 Z까지 해야 했던 지라 떨리기도 했고, 덤벙대는 성격상 중간에 뭐 하나 빠뜨리거나 끝맺음이 흐지부지 될까 봐 초조하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리브는 역시 올리브였고(그게 뭔데), 모임 진행부터 리워드 제공까지 무사히 끝마쳐 이렇게 회고록을 쓰고 있습니다. 과거의 저를 칭찬할 겸, 독서모임을 꾸릴 위기(?)에 처한 분들을 도울 겸, 이번 독서모임을 위해 전후로 제가 어떤 일을 했는지 기록해보려 해요. (사이드 프로젝트 정도의 규모라는 점 참고해주세요!)



1. 모임 전 : 기획부터 구글폼 제작, 홍보까지



#책 고르기


독서모임을 기획하는 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어요. 4월 첫 번째 뉴스레터를 만들면서 이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눠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독서모임을 기획하게 된 거였거든요. "저마다의 기후위기"라는 명확한 주제가 이미 있었기 때문에, 책만 정하면 되는 거였죠.


제가 정한 책은 현재 환경 관련 도서 중 베스트셀러인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인데요. 사실 처음부터 이 책을 선정한 건 아니었고, 개인적으로는 <기후변화의 심리학>이나 <탄소 사회의 종말>을 다루고 싶었어요. 하지만 저마다의 기후위기를 말하기에는 두 책 모두 내용이 딥한 경향이 있고, 무엇보다 탄소 사회의 종말은 두꺼워서 접근성이 떨어지더라고요. 오랜만에 여는 독서모임이니 교양 수준의 책으로 진행해보자 싶어서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를 고르게 됐죠. 


책 고르는 것도 은근 중요한 게, 잘 알려져 있는 책이거나 화제성이 있을수록 콘텐츠 조회수가 잘 나오더라고요. (특히 고전/스테디셀러일수록 더더욱! 사피엔스나 총 균 쇠,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등등..) 채널 규모가 작은 곳에서 독서모임을 할 땐 유명한 책으로 시도해보는 게 어떨까 싶어요 :>



책을 고르고 난 다음에는 구글폼과 홍보 카드를 동시에 제작했어요. 여기서 구글폼을 빨리 만드는 저만의 소소한 팁은, 다른 곳에서 만든 모임 신청 폼을 여러 개 참고해서 만드는 거예요(너무 당연한가?..). 무엇이든 백지로 시작하면 막막하잖아요. 그래서 저는 인스타그램 #모임, #독서모임 해시태그를 타고 제가 하려는 모임이랑 비슷한 것들을 찾아보면서 레퍼런스를 쌓았어요. 


사실 혼자서 만들다 보면 개인정보 수집에 관한 것들이나 모임비, 설명 같은 디테일한 부분에서 놓칠 수 있는 것들이 많거든요. 적당한 모방은 일의 효율을 가져다준답니다 :> 단, 너무 티가 날 정도로 베끼지는 말기! 다 누군가의 땀과 노력이 묻은 건데 이름만 빼고 다 똑같으면 마음 아프잖아요ㅠㅠ(나만 그런가..) 특히 모임비나 환불 규정은 내부에서 충분히 논의를 거쳐보는 걸 추천해요.



#노쇼 대책?


열심히 준비했는데 아무도 안 오면 마상이자너..ㅠ


모임 덕후인 저는 이엪지 말고도 다른 곳에서 여는 모임에 자주 참석하곤 하는데요. 모임을 나가다 보면 종종 느끼는 것 중 하나가, 참여자를 구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겁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몇 만 명이 넘는 채널도 오프라인 모임을 열었을 때 한 명이 모자라는 걸 본 적이 있고요, 북토크나 세미나를 온라인으로 열 때도 150명이 참여 신청을 했지만 막상 당일 가보면 50-80명 정도가 들어와 있더라고요. 규모가 큰 곳에서 모임을 열 때도 참여자를 모집하기가(정확히는 당일날 참석하는 사람들) 이렇게 어려운데, 과연 내가 사람들을 모으고 당일날 나오게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무엇보다 독서모임은, 책을 읽은 사람과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의 참여도나 만족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문제였어요. 책을 읽지 않으면 '가서 할 얘기도 없을 거 같은데 그냥 가지 말자'하고 불참할 경우가 매우 높고요. 책을 읽지 않아도 참석했을 때 모임의 분위기나 이야기의 주제가 책과 관련된 것이라면, '역시 책을 안 읽으면 끼기가 어렵네'라고 생각해서 만족도가 떨어질 수도 있죠. 책을 읽는다고 해서 무조건 만족도가 높은 것도 아니지만, 최소한 이야기의 흐름 정도는 파악하기 쉽더라고요. '아 이 사람들이 지금 책의 이 부분을 가지고 얘기를 하고 있구나', 이런 것들 말이죠.


결국에는 책을 읽지 않아도 참여할 수 있으려면 책에서 벗어난 질문을 던지는 게 필요했고, 책을 읽든 읽지 않든 당일 날 참석하게 하려면 그들을 기대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예전 독서모임에 없던 새로운 걸 하나 추가했어요. 바로 '워크시트'와 'PDF'입니다.


왼쪽 : 워크시트 / 오른쪽 : PDF


책을 읽고 스스로 답해볼 수 있는 질문들이 담긴 워크시트와, 모임에서 나눈 이야기를 텍스트로 정리한 PDF를 제공하는 것. 이게 제가 생각한 두 가지 방법인데요. 준비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리긴 하지만, 후기에 따르면 워크시트와 PDF 모두 너무 좋았다고 말씀해주셔서 뿌듯하더라고요 :) pdf를 통해 모임에서 나눈 이야기를 회고해보고, 모임날 미처 다루지 못한 질문은 나중에 혼자서 답을 채울 수 있도록 유도했어요. 유료 모임을 고민 중이라면, 워크시트와 PDF 같은 별도의 리워드를 제공한다면 좀 더 매력적인 모임 기획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2. 모임 후 : 만족도 조사, 리워드 전달, 또 홍보


모임이 끝나고 나면 가장 중요한 것은 만족도 조사 돌리기! 가장 좋은 방법은 줌을 끝내기 전에 채팅창에 설문 조사 링크를 올리고 직접 해달라고 말씀드리는 게 좋고요. 저는 실수로 만족도 조사를 까먹고 있다가 모임이 끝나고 부랴부랴 만들었어요. 이번에도 역시나 다른 채널들의 만족도 조사를 참고해서 만들었고요. 설문 링크는 문자를 통해 공유했습니다.



#이메일보다는 문자


연락처를 받아두면 좋은 점은, 이메일이 낯설어 수시로 체크하기 어려운 분들에게도 행사 리마인드를 쉽게 할 수 있다는 점이 있고요. 또 사전에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면 메일보다 문자로 공지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에요. 메일을 안 보는 사람은 있어도 문자를 안 보는 사람은 드무니까요. 맨 처음 참여자 모집 구글폼에서 미리 연락처를 받아둔 저는, 워크시트와 PDF, 만족도 조사 링크까지 전부 문자로 돌렸는데요. 확실히 문자가 이메일에 비해 설문 응답률이 높더라고요. 문제가 생겼을 때 발 빠르게 대처할 수도 있고요.


그다음으로 해야 할 것은 리워드 전달! 이번 모임에서는 워크시트와 PDF는 물론, 깜짝 선물인 잡지 <바람과 물> 1호까지 보내드렸어요. (감사하게도 '바람과 물'측에서 도서 후원을 해주신.. 이미 좋아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후원까지 받다니 영광의 가문,,) 


여기서 중요한 점은, 리워드 전달이 너무 늦어선 안 된다는 거예요. 모임을 화요일에 했는데 리워드가 2주 뒤에 온다면, 모임에서 나눈 이야기도 가물가물하고 감흥이 덜하거든요. 이 '감흥'이라는 게 중요한 게, 시간이 지날수록 모임 때의 기억이 사라져서 리워드를 늦게 받으면 SNS에 공유하고 싶은 마음도 점점 식더라고요. 마치.. 오징어 게임을 오늘 처음 본 사람이 이미 다 본 친구들 앞에서 난리법석을 치는 것과 같죠.



#친환경 포장이란 무엇인가..(심각)



하지만 리워드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든 의문도 한 가지 있었어요. '친환경 포장이란 무엇인가?'였는데요. 요즘 친환경 포장재라고 해서 종이로 된 것들이 많이 나오더라고요. 종이테이프, 잉크 없는 박스, 종이 완충재 등등.. 하지만 이게 정말로 친환경인지는 고민이 되더라고요. 한 번 쓰고 전부 다 버린다고 가정하면 결국 탄소 배출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비슷하지 않나.. 종이라고 해서 무조건 친환경은 아닌데 포장은 해야 되고.. 플라스틱 소재를 쓰자니 욕먹을 거 같은데 그렇다고 종이 포장재를 별도로 사는 게 맞나 싶고..


이런저런 고민 끝에 집에 남아 있던 포장재를 재활용해서 썼지만, 남는 포장재마저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참 고민이네요. 에코티 시절에는 에코배달부라고 해서 에디터가 직접 집 근처 역까지 거의 무포장으로 배달해주는 것도 했었는데... (아련) 무튼 친환경 포장에 관한 고민은 앞으로도 계속해봐야겠습니다.



#홍보적 수미상관


예전에 진행한 모임을 홍보한 게시물


조사도 돌렸고 리워드 전달도 완료했다면, 마지막으로 해야 할 것은 바로 '홍보'입니다. 저의 일상은 모름지기 홍보에서 시작해서 홍보로 끝나는.. 그야말로 생색의 끝판왕인데요. 채널 규모가 작은 곳일수록 "우리 이런 거 했다 엄청나지?"와 같은 일종의 생색(?) 내기가 필수라고 생각해요. 그래야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테니 ㅎ..(주관입니다) 


홍보를 하는 방법은 단순합니다. 어떠한 방식으로든 우리가 이 모임을 했다는 걸 알리기만 하면 돼요. 이 글도 모임의 홍보 중 하나가 될 수 있고요. 모임 당일 날 찍은 사진을 SNS에 공유하는 것도 홍보로 볼 수 있습니다. 하물며 모임날 들은 말 중에 인상 깊었던 걸 인용해서 카드 형태로 올려도 좋아요! 인스타그램, 브런치, 홈페이지 등 내가 갖고 있는 채널 곳곳에 모임의 흔적을 남기는 것이 좋습니다. 잠재 고객이 이엪지를 알게 됐을 때, 이엪지가 이런 것도 하는구나라는 걸 알려줄 수 있으니까요.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기록을 시작했는데, 글이 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어요. 저마다의 모임 기획이 있고 방식이 있으니 제 글은 참고만 해주시고요. 특히 저는 모임 기획이나 진행에 있어서 매우 서투른 초보랍니다. 그래도 저의 서툰 기록이 모임을 기획하고 싶었던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길 바라요. :)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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