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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FG 이엪지 Jan 09. 2023

좋은 비건, 나쁜 비건, 이상한 비건?

당당한 비건, 그 여섯 번째 이야기

<당당한 비건> : 시즌 1의 메인 키워드이자 주제는 ‘당당한 비건’입니다. 친구이자 소비자, 시민 등 다양한 주체로 살아가는 비건 지향인들이 삶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가져야 할 ‘당당함'을 고민합니다.


나쁜 비건은 어디든 가지



이엪지를 시작한 게 2020년인데, 불과 2~3년 사이에 비거니즘을 대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어요. 홍대입구역에는 비건 화장품 광고가 크게 걸리고, 편의점이나 마트에서도 비건 제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죠. 예전에는 '비건'이라는 단어를 아는 사람을 찾기도 어려웠는데, 지금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일종의 메가 트렌드가 되고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엪지를 구독하는 수빈님이라면 비거니즘을 단지 트렌드가 아닌, 삶의 방식으로 바라보고 계시겠죠. 비거니즘이 화두가 되면서 어떻게 비거니즘을 실천할지 그 방법을 이야기하는 자리는 많아졌지만, ‘비건으로서의 나’를 탐구하고 돌보는 기회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껴요.


“착한 여자는 천국에 가지만 나쁜 여자는 어디든 간다"는 말을 아시나요? 우테 에어하르트의 저서 <나쁜 여자가 성공한다>에 나오는 말인데요. 여성을 착한 여성, 나쁜 여성으로 나누는 게 아니라, 기존의 가부장제 중심에서 여성을 바라보는 관점을 부수자는 의도에 가까워요. 여성주의를 이야기할 때 남성중심이 아닌, ‘나' 중심으로 돌리자는 거죠.


저는 이 말을 비거니즘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봐요. 비건이라면 으레 듣게 되는 말들이 있잖아요. 이를 테면 비건은 착할 거 같다거나, 진지할 거 같다는 편견 어린 말들이요. 저는 같은 비건에게도 다양한 수식어가 붙을 수 있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존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내 기질에 맞는 비건지향 생활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거죠. 좋은 비건, 나쁜 비건, 이상한 비건 등등! 우리는 무엇이든 될 수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다양한 비건지향인들의 사례를 소개하려 해요. '내가 비건이라서..', 혹은 '나는 아직 비건이라고 하기엔 좀 부족한데..'라며 무언가를 선뜻 하기 망설인 적 있다면, 오늘 뉴스레터를 꼭 끝까지 읽어보길 바라요!



초식마녀 : 연애하는 비건

#연애스타그램 #연애썰 #인스타툰


출처 : 초식마녀 인스타그램


“너는 연애하기 더 힘들겠네? 얼굴, 성격 이전에 식성을 봐야될 거 아냐.”


불과 며칠 전, 가족에게서 들은 다소 충격적인(...) 말인데요. 글쎄요, 비건이면 연애가 더 힘들까요? 같은 채식인이 아니라면 연애나 결혼이 어려운 걸까요? 누군가는 YES, 또 다른 누군가는 NO라고 답할 수 있겠지만, 저는 예/아니오를 따질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이미 세상에는 비건&논비건 부부가 많잖아요. 식성이 관계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는 아닌 거죠.


그런 점에서 초식마녀 님의 인스타툰은 무척 흥미로워요. ‘비건이라서 연애를 못한다’, ‘힘들다’는 이야기가 없거든요! 또 사람들이 은근 연애담에 진심이잖아요. 초식마녀님은 그 점을 살려 자신의 연애담을 중심으로, 비거니즘을 은은하게 만화 속에 집어 넣었어요.


그래서인지 초식마녀님 게시물에 달린 댓글을 보다 보면, 비거니즘보다는 연애에 관한 이야기가 더 많은데요. 비건이라고 해서 사람들과 연애 이야기가 안 통하는 게 아니고, 오히려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걸 초식마녀님 만화를 보며 느꼈답니다.



비건 웃짤 : 재밌는 비건

#밈 #비건짤 #반모컨셉

출처 : 비건 웃짤 인스타그램


“비건이면 약간 좀 진지..하려나?”


논비건중심 사회에서 도통 웃을 일이 많지 않은 비건지향인들! 특히나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으면 미디어에 노출되는 여러 차별적 요소를 발견하고는 혼자 심각해질 때도 많죠. 그치만 비건지향인들도 유머에 진심이잖아요? 그런 우리가 마음 편하게 웃고 떠들 수 있는 공간은 바로 같은 비건지향인들이 모인 곳이기 마련인데요.


그런 점에서 인스타그램의 ‘비건 웃짤’ 계정은 비건지향인인 제게 사막 속 오아시스 같아요. 해외의 '비건 밈’ 번역본이 업로드 되거든요. 위 사진의 하루 한 끼 채식한다는 친구에게 말하는 짤은 특히 유용하더라고요. 제가 채식을 하다 보니 주변 친구들도 점점 채식에 관심을 갖고 있거든요. 


이것말고도 비건에 대한 소소한 오해를 담은 이라던지, 마트에서 장 볼 때 성분을 유심히 보는 습관을 으로 만든다던지. 비건들이라면 꼭 해봤을 생각들을 짤로 만들어주니 매번 올라올 때마다 사진첩에 저장하지 않을 수 없답니다. 



스트릿비건파이터 : 피켓을 든 비건

#피켓 #메시지 #사진


출처 : 스트릿비건파이터 인스타그램


“밖에서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지 않을까…”


사실 이건 제가 갖고 있던 편견인데요. 저는 애초에 무언갈 당당하게 요구하질 못하는 성격이기도 했고, 혹여나 민폐가 될까봐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것에 조심스러웠어요. 그런데 최근 서울동물권행진과 924기후정의행진을 나가면서 조금씩 자신감을 얻기 시작했어요. 끝나고 나서도 여운을 좀 더 오래 느끼고 싶었고, 현장에서의 이야기나 모습을 담은 콘텐츠가 많이 나오면 좋겠더라고요.


스트릿비건파이터의 매력은 바로 그점에서 나오는데요. SNS를 보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피켓을 들고 각자의 메시지를 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행진과 피켓, 그리고 사진을 더해 비거니즘을 알리는 거죠. 행진할 때 쏠쏠한 재미 중 하나가 사람들이 만든 피켓을 구경하는 건데, 스트릿비건파이터가 올린 “숨쉬고 비건 다이브"라던지, “육식은 기후를 찢어" 등 다양한 피켓과 길거리에서 찍은 사진을 보고 있자니, 다시금 행진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말 대신 행동, 글 대신 그림이나 사진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저도 이엪지에서 말과 글로 비건적 태도를 전하고 있는데, 가끔은 한계를 느끼기도 하거든요. 여기서 끝인가? 더 많은 걸 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갈증이 일기도 하고요. 그런 점에서 스트릿비건파이터의 활동은 제게 많은 영감이 됐어요. 피켓을 들고 사진을 찍는 행동도 나름의 실천이 될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를 얻었죠. 그래서 전 내년에도 행진에 나가려고 합니다. 혹여나 저도 사진을 찍을지 모르니, 근사한 메시지를 미리 구상해놔야겠어요!



베러테이블 : 채소 덕질하는 비건

#비건요리 #채소생활 #커뮤니티


출처 : 베러테이블 인스타그램


“비건이면 야채 좋아하겠네?”라고 묻는다면… 사실 저는 아직까지도 망설이곤 하는데요. 비건이든 비채식인이든 편식을 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잖아요(like me…). 특히 저는 요리를 즐겨 하지도 않다 보니 채소의 다양한 맛을 접해본 적이 많지 않아요. 


그러다 베러테이블을 만나고, 채소 기반의 요리법을 조금씩 알게 되면서 채소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됐어요. 단순히 레시피를 공유하는 걸 넘어서, 어떻게 요리해야 채소 고유의 맛을 살리면서 맛있게 만들 수 있는지를 알려주거든요. 저울 없이도 야채를 눈대중으로 재는 방법부터 채수로 진한 국물 내는 방법까지, 음식의 원리를 파악해서 요리하는 법을 알 수 있답니다. 알아두면 좋을 귤팁들이 정말 많으니, 채소 요리에 관심 있는 독자 분들은 저장해두는 게 좋겠죠? 



성난 비건 : 동네를 바꾸는 시민 비건

#지역 #시민 #동물권


출처 : 성난 비건 인스타그램


“수도권 외 지역에서 비건으로 사는 건 힘들지." 라는 생각, 해보신 적 있을 텐데요. 지역불균형 문제를 고려하면 어느 정도는 사실이지만, 결국 지역에 사는 주민과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야 관련 인프라가 생긴다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나부터 내가 사는 동네에 관심이 있어야겠죠. 


그런 점에서 제가 생각하는 또 하나의 비건적 태도는, 내가 몸담고 있는 지역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주민으로서 더 나은 동네를 만들기 위해 어떤 시민 활동을 해볼 수 있는지 알아보는 일이라 생각해요. 채식이나 식습관의 문제를 넘어서, 지역 공동체와의 교류를 생각해보는 거죠. 


저는 그 사례로 광주 동물권 단체 ‘성난 비건’을 소개하고 싶어요. ‘성난 비건’은 “누구도 고통 받지 않는 그날을 위해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에 균열을 일으키는 동물권 단체”인데요. 가장 눈에 띄었던 점은 2021년부터 꾸준히 하고 있는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조사>예요. 사실상 이 활동으로 알게 됐는데, 시민 모니터링단을 꾸려 현장을 돌아보기도 하지만 행정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시민 공동 액션을 진행하는 점이 가장 인상 깊었어요. 


한국에 환경/생태 관련 시민단체는 꽤 많지만, 비거니즘을 기반으로 시민 활동을 하는 단체는 많지 않은데요. ‘성난 비건’의 사례를 바탕으로 더 많은 지역에서 동물권(시민)단체가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Tip. 내가 사는 지역과 관련된 정보는 어떻게 수집할 수 있을까?

저는 작게는 근처 도서관을 방문해 문화 행사를 참고하고, 크게는 지역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정보를 수집하고 있어요. 또 주기적으로 발행하는 지역 신문이나 정기 간행물도 참고하고 있답니다. 지역 향토사 강의부터 전시회, 문화 행사까지 꽤 다양하더라고요! 행정복지센터를 들리게 된다면 이곳저곳 돌아보며 팜플렛이나 게시판을 들여다 보는 것도 추천해요. 


나는 어떤 비건(지향인)일까?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 저마다의 기질과 소신에 따라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 이번 아티클을 작성하면서 느낀 점인데요. 초식마녀님, 웃짤님, 베러테이블과 스트릿비건파이터, 성난 비건 등…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비건들이 저마다 다른 말과 행동으로 자기 일상을 살아가는 걸 보면서 많은 동기부여를 얻었어요.


저는 어떤 일이 있을 때마다 ‘내가 비건이라서 그런 걸까?’, ‘내가 논비건이었더라면 이런 일이 없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을 종종 하곤 해요. 이엪지 시즌1 첫 번째 아티클 <닭갈비를 먹자는 친구에게 나는>에서도 제가 비슷한 말을 했었는데요. ‘내가 비건이 아니었더라면 장보는 게 더 편했겠지’, ‘친구들과 식당 정하는 것도 쉬웠겠지'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에요. 


하지만 시즌 마무리에 다다른 지금은, 민폐를 끼치거나 상처를 받을까봐 망설이고 후회하는 대신 “알빠임?”을 외치며 기세 있게 접근하고 싶어요. “나쁜 비건은 어디든 가지”라는 책 제목도 있잖아요. 천국은 바라지도 않으니, 자유롭게 살면서 더 다양한 수식어로 ‘비건으로서의 나’를 만들고 싶어요. 


그런 점에서 저는 당당한 비건이란, 나 자신을 알고 돌보는 비건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싶어요. “나에게 비거니즘이란 돌봄이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죠. 그만큼 저는 ‘나’를 알고 싶은 욕망이 강한 사람이기에, 오랫동안 비거니즘을 지속하려면 나를 잘 돌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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