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지키는 사탕팔이 소녀

안데르센 동화 성냥팔이 소녀- 꿈을 지키는 사탕팔이 소녀(재해석)

by 이음

후덥지근한 일요일 아침이에요. 크리스는 잠이 쏟아졌습니다. 졸린 몸을 겨우 일으켰어요. 크리스는 사탕가게로 부지런히 나갔습니다. 엄마손을 잡고 가는 아이들을 보면 아이들의 꿈속이 보였어요. 아이들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아이들의 꿈속에는 공포의 기운이 스며들고 있었어요.


머리를 휘저으며 사탕을 고루 놓고 의자에 앉았습니다.

크리스는 할아버지 말씀이 떠올랐어요. 이누아스는 까마귀의 날개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린아이들의 꿈속으로 들어가 내면의 공포를 심어 넣고 불안의 싹을 키우는 악마였어요. 잠에서 깨어난 아이들은 전날 밤에 악몽을 기억하는 아이들도 있고, 기억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었어요. 그런 아이들을 보는 게 크리스는 너무 가슴 아팠습니다.


“할아버지 왜 아이들은 잠을 잘 때 꿈을 꾸는 거예요?”


“허허, 아이들만 꿈을 꾸는 게 아니란다. 어른들도 꿈을 꾸지”


“할아버지, 전 어른들의 꿈은 보이지 않던걸요?”


“그렇지, 어른들은 머리 위에 있는 하늘에 문이 닫혀서 스스로를 지켜내야 한단다”

“우리 같이 꿈을 지켜줄 천사가 필요하지 않은 거지”


“아~ 그렇구나.. 할아버지 저도 아이인데 왜 내가 아이들의 꿈을 지켜주는 거예요?”


“크리스야 넌 신이 가장 사랑하는 인간들을 지켜주는 천사이니깐 그렇단다"

“넌 아이지만 강하고, 따뜻하며 빛나지 않니?”


“제가요? 제가 강하고 빛나요? 정말요?”

"전 안 보이는데요?"

"전 제가 빛나는 것도 강한지도 모르겠어요”


“흐흐 그야, 아이들에 꿈속에서만 힘을 발휘하니깐 그런 거란다, 아이들에 공포가 보이지 않더냐?”


“음, 보여요”


“그래, 너의 환한 빛이 아이들의 깊은 어둠을 밝혀주기에 공포 속까지 환희 비추는 거란다”


“아.. 그럼 할아버지는 안 보여요?”


“흐흐, 요 녀석, 할아버지는 대천사인데 안 보일리가 있겠느냐”


“콩”


“아, 큭, 맞다. 할아버지 대천사지 헤헤”


크리스는 할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며 미소 짓고 있었어요. 그러다 오른편에서 아이와 엄마가 걸어오는 게 보였어요.

“사탕 얼마예요?”


“5프랑이에요”


“이거 하나 주세요”

아이 엄마는 아이손에 사탕을 쥐어주며 5프랑을 내고 갔습니다. 이제 아이가 사탕을 먹기만 하면 할아버지가 넣어둔 크리스의 선한 빛이 아이의 꿈속을 밝혀줄 거예요. 쫓기지도 도망가지도 않는 꿈을 꿀 수 있어요. 그러면 꿈나라에서 뛰고 날며 무한한 여행을 하며 내면의 아름다운 힘을 키울 거예요. 크리스는 사탕 하나를 팔 때마다 아이의 뒷모습에 축복의 기도를 보냈습니다. 그리곤 아이가 가는 뒷모습을 보며 잊었을 아이의 어제 꿈을 바라봤습니다.




어른들은 크느라 그런 거라고 말해요. 아이들은 매일 밤 도망가고, 쫓기고, 떨어지며 공포의 밤을 보내지만 아침이 되면 잊어버리게 되죠. 부모들은 알 수 없고 알게 되더라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게 돼요. 보통은 아이 때 괴롭히다가 성인이 되면 조금씩 좋아지지만 가슴속에 심긴 불안은 어떤 상황을 만나면 불 번지듯 자라나서 아이의 내면을 삼켜버립니다. 어른들은 그 증상을 우울증이다, 조울증이다 그러지만 아이 때 심긴 불안과 공포의 꽃이에요. 또 내면을 잃고 허공을 바라보는 아이들도 생기고요. 그러면 아이는 세상과 단절되어 버려요. 공허와 불안만이 가득한 우주 속에 갇혀 버리게 되는 것이죠. 어린 영혼을 물고 늘어져 꿈과 현실을 조정하려 하는 질이 나쁜 악마예요. 연약하고 깨끗한 아이들의 영을 괴롭히는 악마의 소행을 알 수 있는 사람들은 없었습니다.


아이들이 잠자는 시간은 치유의 시간이며 성장의 시간이에요. 신이 주신 가장 성스럽고 존귀한 시간이죠. 신의 축복을 탐닉하는 악마는 아이들의 가장 소중한 시간에 침입하여 축복을 막고 아이의 영혼에 스며들고 있는 거죠.


이누아스는 아이들은 꿈속에서 거대한 오징어 괴물도 되고 좀비도 되어 겁을 주고 도망가게 해요. 아이들은 공포 속에서 자아의 결계를 치고 내적 성장을 포기합니다. 보이지 않는 막에 갇힌 아이들은 이유도 모른 체 불안하고 짜증을 내게 되죠. 매일 밤 아이의 공포를 먹고 힘을 키우는 이누아스는 크리스의 빛에는 꼼짝도 할 수가 없습니다. 신이 축복한 가장 맑고 어린 천사의 빛은 어둠을 밝히고 아의의 영혼을 치료시키는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감히 신의 아이들에게 두려움을 주는 악한 영들 같으니라고"


크리스는 혼자 웅얼거리며 사탕을 하나 깨물고는 지나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에 축복과 사랑을 보냈습니다. 그리곤 밤에 찾아갈 아이들의 집을 적어 내려갔습니다.


두리번두리번 거리며 사탕을 먹고 있을 때 어떤 아저씨가 건너편에 앉아 있었어요. 후줄근한 모습에 모자를 쓰고 신발은 한쪽은 펑크가 나있었어요. 도움을 요청하는 듯한 아저씨의 모습을 보니 악령이 집어삼킨 삶이란 것이 느껴졌어요. 소녀는 막대 사탕을 하나 집어 들고 걸어나았습니다.


"아저씨 아저씨 사탕 하나 드셔 보세요”


"응? 그래. 고맙구나"


크리스는 아저씨의 손에 사탕을 건네고 돌아서 왔습니다. 소녀는 왠지 기분이 좋았어요. 낯설지가 않았어요. 하지만 아는 사람도 아니었죠. 그 아저씨의 오늘 밤이 편안하길 기도하며 크리스는 가게 문을 닫았습니다.

그리곤 크리스는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오늘 사탕을 사간 아이들은 이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어요. 크리스의 선한 빛이 이누아스를 물리칠 준비를 하고 있었으니깐요.


이제 할아버지와 크리스는 밤 산책 나갈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주머니 가득 산소 사탕을 넣고 할아버지와 밤이 오길 기다렸어요. 어둠이 내리고 집집마다 불빛이 꺼지면 크리스와 할아버지는 마차를 타고 산책을 다닙니다. 사탕을 미쳐 사지 못한 아이들에 집을 방문해서 신의 은총이 담긴 빛 사탕을 선물하러 다닙니다.


한 아이에 방에 들어왔습니다. 아이는 울듯한 인상으로 온몸에 힘을 주고 잠들어 있었어요. 크리스는 아이가 안쓰러워 잠시 이마에 손을 대고는 후하고 산소 사탕을 불어넣어 줬습니다. 그러자 이내 아이는 몸이 스르르 풀리고 인상이 편안하게 바뀌었습니다. 크리스는 신이 나에게 준 선물이 얼마나 소중한지 마음으로 감사하며 아이에 방에 축복을 채우고는 할아버지와 집을 떠났습니다.



“할아버지?”


“그래 크리스야, 뭐가 또 궁금하니?”


“왜 아이들은 말하지 않는 거예요?”

“부모님께 무섭다고 말하지 않는 거예요?”


“글쎄~”

“우린 때론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게 있지!”

“엄마의 고된 하루도, 걱정으로 가득한 어른들의 모습도 있지 않겠니?"

"또는 어른들의 꽉 찬 하루에 어린 나의 이야기가 들어갈 자리가 없다는 걸 느끼는 거겠지 ”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안단다. 그리고 지켜주고 싶어 하지. 작은 손으로 엄마의 손을 잡는 의미가 무언인지 아니?


“글쎄요. 모르겠어요!”


“나 여기 있어요"

“그러니 울지 말아요”

“내가 함께 있어요”라고 손으로 말하는 거란다.


“아. 너무 슬퍼요. 할아버지”


“저에게도 그런 소중한 부모님이 계셨을까요?”

“너무 궁금해요. 할아버지”


“음, 그야 당연하지 너에게도 아주 사랑을 담뿍 주신 부모님이 계셨지. 음 ,, 자자꾸나 크리스야”


“네”

“할아버지 안녕히 주무세요”


아침이 되었어요. 할아버지는 출장준비를 하고 계셨습니다.


“할아버지 오늘은 어디로 출장 가세요?”


“응, 어려서 미처 치료받지 못했지만 선하게 살아간 가여운 어른 영혼들을 치유하러 간단다”

“잠시 덴마크에 다녀오마”


할아버지는 주섬주섬 짐을 가득 싣고 덴마크로 떠나셨어요. 할아버지가 나가시고 크리스는 다시 사탕가게로 나갔습니다. 문을 열고 밖을 보고 있는데 어떤 소년이 지나가고 있었어요. 소년을 본 크리스는 처음으로 가슴이 쓰린 느낌이 들면서 알 수 없는 기분이 느껴졌어요.


“이상하다!”

“내 맘이 왜 아프지”

“저 아이를 보는데 왜 눈 오는 겨울 집이 떠오르지”

크리스는 할아버지가 오면 물어봐야지 하고 생각했어요.




크리스는 알 수 없는 슬픈 감정을 애써 잊어버리려고 하고는 사탕을 하나 먹었습니다.


“아 달콤해”

“이렇게 맛있는 사탕을 왜 아이들은 사러 오지 않지”

“오늘은 많이 팔아서 아이들의 꿈으로 많이 찾아가고 싶다”


어제 본 아저씨가 오늘도 가게 맞은편에 앉아 있었어요.


"어, 저 아저씨 또 왔네!"


크리스는 오늘도 사탕을 갔다 드리고는 장사를 시작했어요. 아이들에게 느껴졌던 연민의 감정이 아저씨에게

자꾸 들었습니다.

불편한 마음으로 일을 하고 있을 때 출장 가셨던 할아버지가 오셨어요. 가게로 들어오던 할아버지는 건너편 앉아 있는 아저씨를 보고는 잠시 눈을 감았습니다.


"할아버지 기도하셨어요?"


"응, 그랬지"


"저 아저씨 불쌍하니깐 지켜달라고 기도하셨어요?"


"흐흐, 그래 크리스야. 그랬단다"


"저도 그랬어요, 저도 기도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저 아저씨가 처음 보는 사람 같지가 않아요.."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음.. 그랬구나"


"할아버지 아까는 어떤 소년이 지나가는데 잠시 추운 겨울에 눈 오는 집이 보였어요. 그리고 가슴이 아팠어요?"

"저한테 문제가 있는 걸까요?"

"이누아스를 보고 화가 나는 기분과 악몽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안타까운 마음 하고는 전혀 달랐어요"


"그랬구나, 크리스야 이제 그만 집에 가자꾸나"



할아버지가 말씀을 안 해주시는 게 이상했지만 크리스는 가게 문을 닫고 할아버지와 집으로 향했어요.


집에 도착한 크리스는 할아버지와 밤 산책을 다녀온 후 잠이 들었습니다. 할아버지는 근심스레 잠든 크리스를 바라보았어요. 크리스에게 사실을 말해줘야 할 때가 된 것 같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잠든 크리스를 보고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할아버지는 크리스의 꿈으로 찾아갔어요. 그리고는 크리스의 기억을 가렸던 손을 거두었습니다.



크리스는 추운 겨울 차가운 벽에 기대어 추위를 견디다 죽은 소녀였어요. 술주정뱅이 아버지의 폭력으로 힘든 삶을 살았었습니다. 낮에 본 소년은 크리스와 친했던 친구였어요.


신은 성냥팔이 소녀가 안쓰러워 그냥 둘 수가 없었습니다. 어린아이들의 영혼을 치유하는 천사로 소생시켰습니다.



성냥팔이 소녀의 아버지는 소녀가 죽자 노숙자가 되어 거리를 방황하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떠돌던 중 여름이 오고 다시 나온 거리에서 크리스를 만났던 것이었어요. 크리스는 기억하고 있지 못하지만 아버지만큼은 왠지 낯설지가 않았던 것이지요.


성냥팔이 소녀의 선한 마음이 천사의 빛으로 거듭났었습니다. 그리하여 소녀는 얼굴도 다르고, 이름도 다른 크리스라는 다른 존재로 살고 있었습니다. 대천사 할아버지와 아이들의 영혼을 치유하는 천사로 살았습니다. 그러다 살아생전 친했던 친구와 아버지에게 감정을 느낀 크리스에게 할아버지는 과거를 보여줬습니다. 할아버지는 사실 대천사가 아니고 신이셨습니다. 사랑스러운 크리스를 거두어 곁에 두시고는 사랑하는 인간들을 보살피고 계셨던 것이지요.


"할아버지 어젯밤에 이상한 꿈을 꿨어요"

"불쌍해 보이는 어린 소녀가 추위에 성냥을 팔러 다니고요"

"그 소녀는 추운 겨울날 성벽 아래서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죽었어요"

"그리고는 가게 앞에서 본 아저씨가 겨울에도 길에서 지내는 모습을 봤어요"

"이게 무슨 꿈이에요?"


"크리스야 할아버지 말 잘 들으렴!"

"어젯밤 꿈은 이 할아버지가 보여준 거란다"

"어젯밤 크리스의 꿈속에 소녀는 사실 너였단다"

"너는 살아생전 슬픈 생을 살았지"


"엄마가 돌아가시고 니 아버지는 맘을 잡지 못하셨지. 그래서 어린 너에게 하면 안 될 고생을 시켰단다. 본인의 영혼조차도 지키지 못한 인간은 가족과 타인의 영혼을 병들게 하지"

"할아버지가 낮에 나가서 치유하는 어른 영혼들처럼 말이다"


"나는 너의 예쁜 마음씨가 너무 가여워 널 내 곁에 두기로 했단다"

"넌 기억이 없는 줄 알았지만, 실은 내가 너의 아픈 기억을 가려두었던 거지"

"너의 착한 마음은 친구와 아버지를 보고 울었던 거 같구나"

"그래서 할아버지가 너의 기억을 가렸던 것을 보여준 것이란다"


"................................."

"흑 흐흐흐....... 할아버지"


크리스는 할아버지에게 안겨 울었어요. 그리고는 잠시 진정이 되자 말했어요.


"그럼 할아버지 저희 아버지는 어떻게 되는 거예요?"


"인간은 인간의 죄를 치러야 하지. 물론 악령들이 괴롭혀 삶이 빗나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본래 인간들은 자신을 지킬 선함을 가지고 태어난단다. 같은 환경에서도 선택하는 것이지. 악함을 선택한 인간들은 그 죄를 받아야 하지. 안됐지만 힘든 삶을 살다가야겠구나. 크리스 너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단다. 미안하구나"


"할아버지 근데 대천사 께서도 사람을 살리실 수 있는 거예요?"

"흐흐흐 내입으로 말하기 부끄럽지만 실은 너를 담뿍 사랑했던 부모가 나란다"


크리스는 신과 함께 아이들을 영혼들을 치유하는 천사로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