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여기요
김기사는 오늘 드디어 개인택시 첫 영업일을 맞았다.
그동안 회사 택시를 몰 때는 하루 15만 원, 한 달이면 꼬박 390만 원을 회사에 입금해야 했다.
이제는 번 돈이 모두 자신의 수익이라 생각하니, 저절로 콧노래가 흘러나왔다.
새벽에 깨끗이 세차한 차에 오르는 순간부터, 마치 돈방석에 앉은 듯 가슴이 두근거렸다.
김기사는 설레는 마음으로 롯데백화점 앞 택시 승강장에 차를 세웠다.
잠시 후, 한 여성이 조심스럽게 뒷문을 열며 물었다.
“가죠?”
“네, 타세요.”
“길동사거리 롯데백화점으로 가주세요.”
“알겠습니다.”
김기사는 흥얼흥얼 콧노래를 흘렸다.
“기사님, 무슨 좋은 일 있으신가 봐요?”
“아, 네. 사실 오늘이 제 개인택시 첫 영업일이라서요. 저도 모르게..”
“아, 그러셨군요. 축하드려요.”
“감사합니다.”
그제야 김기사는 그녀가 깁스를 한 팔을 조심스럽게 무릎 위에 올려두고 있는 걸 눈치챘다.
“손님, 팔을 많이 다치셨네요?”
“네, 그냥 금이 간 정도예요.”
“아이고, 날도 더운데 고생이 많으시겠어요.”
여자는 씁쓸하게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진짜 어이없게 다쳤어요. 손님이 사겠다고 한 옷이 없어서, 디피해둔 마네킹 옷을 벗기려다 그만 놓쳤거든요. 마네킹이 손님 쪽으로 쓰러지길래 급히 잡다가 바닥을 잘못짚었어요. 그 바람에 팔이 이렇게 됐네요.”
“에구… 그러면 산재 처리하셔야 되는 거 아니에요?”
“산재 올리면 큰일 나요. 고과도 깎이고, 보너스도 깎이고요. 다음 계약 연장도 어렵고요. 그냥 제 실수로 치료해야 해요.”
김기사는 잠시 말을 잃었다.
그러다 물었다.
“그런데 다친 팔로 길동까지는 왜 가세요?”
“그 손님이 찾던 옷이 길동점에 있다고 해서요. 저희 매장에 있던 건 마네킹이 쓰러지면서 찢어졌거든요. 재고가 하나 남았다고 해서 얼른 찾으러 가는 길이에요.”
“퀵으로 받으시면 되지 않아요?”
“원래는 그러려고 했는데, 마침 병원 진료를 보고 나온 김에 직접 들르기로 했어요. 손님이 저녁에 다시 오신다고 해서요. 이미 많이 화가 나셨거든요….”
김기사는 백미러로 그녀의 얼굴을 살폈다. 깁스한 팔을 꼭 안은 채, 여전히 일 걱정을 하고 있었다.
“손님도 다치셨는데 속상하시겠어요.”
“괜찮아요. 병가 내라고 안 하시니 한 팔로라도 일하면 되죠. 한 달이라도 쉬면 그만큼 손해잖아요.”
“그래도 무리하시면 안 되죠. 뼈가 잘 붙으시려면.”
“네, 감사합니다.”
차는 어느새 목적지 앞에 멈춰 섰다.
“다 왔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기사님도 안전 운전하세요.”
여자가 내리고, 문이 닫혔다.
김기사는 사이드미러로 그녀의 뒷모습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깁스한 팔로 가방을 꼭 끌어안고 걸어가는 모습은 안쓰러웠지만, 동시에 꿋꿋해 보였다.
그는 속으로 조용히 중얼거렸다.
“다들 저렇게 아픈 팔로도 버티며 사는데, 나는 이제야 내 발로 선 거구나.”
첫 영업일의 설렘은 단순히 돈 때문만은 아니었다.
누군가의 사정을 들어주고, 그 마음을 함께 나누는 것.
택시는 사람을 태우는 게 아니라, 삶을 잠시 나눠 싣는 일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