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 떨어졌어요

택시 여기요

by 이음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이었다. 습도와 기온이 높아 거리는 한산했다. 김기사는 세차를 다시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차를 정리하던 참에, 쉰에서 예순 즈음되어 보이는 여성이 택시에 올라탔다.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어디로 모실까요?”


“매일 아파트 정문이요.”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김기사가 물었다.
“손님, 기운이 없어 보이시네요.”


“제가 지금도 운전면허 시험을 보고 오는 길인데요… 자꾸 주행에서 떨어져서요.”

그녀는 손사래를 치며 방금 겪은 일을 털어놓았다.
“출발하자마자 의자가 너무 가까운 거예요. 선생님이 조금 뒤로 눕히라길래 옆에 있는 레버를 당겼더니, 의자가 뒤로 홀라당 넘어가 버린 거 있죠. 옆에 있던 선생님이 핸들을 잡아주셔서 다행이었지, 진짜 깜짝 놀랐어요.”

김기사는 웃으며 안도했다.
“아이고, 큰일 날 뻔하셨네요. 그래도 다치신 분 없으니 다행입니다.”


“근데 그게 실격 사유래요. 핸들을 놓치고 엑셀까지 밟혀서 기능 미숙으로 처리됐다네요. 벌써 여섯 번째예요.”

김기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운전이 처음엔 다 어렵습니다"


"특히 핸들은 끝까지 돌리면 팔이 꼬여서 더 꼬이고요"


"천천히, 익숙해지셔야 돼요.”


“나도 살아생전 차 한 번 몰아보려고 하는 건데, 자꾸 떨어지니 의욕이 꺾이네요.”


“혹시 집에 차는 있으세요?”


“없어요. 남편은 오토바이만 타고 다녀요. 내가 면허 따서 차를 사려고요.”

김기사는 잠시 생각하다가 조심스레 말했다.
“사모님, 차랑 친해져야 운전이 편해집니다. 옆에도 자주 타고, 직접 만져봐야 감각이 생겨요. 그런데 옆에서 봐줄 베테랑이 없으면 지금 당장 차를 사는 건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면허 따고 사셔도 절대 늦지 않아요.”

여성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네요. 내가 왜 자꾸 떨어지는지 몰랐는데, 기사님 얘기 들으니 알겠네요.”

아파트 정문 앞에서 차가 멈췄다. 그녀는 문을 열며 미소 지었다.
“덕분에 오늘은 괜히 위로받고 갑니다.”

김기사는 창밖으로 다시 흩뿌리는 빗방울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비가 오고 또 그치듯, 운전도 언젠간 편안해질 겁니다. 포기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