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통
눈이 뻑뻑하다.
어제부터 또 한 분의 작가에게 빠져버린 탓이다.
전혜린 작가.
도대체 어떤 생을 살아왔기에
그토록 짧게, 그렇게 급히 떠나야만 했을까.
천재들의 수명이 왜 이렇게 짧을까.
뛰어난 사람들의 마지막은 왜 유난히 슬픈 걸까.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에 압도적으로 뛰어나다는 건
반드시 조금씩 미쳐야만 가능한 걸까.
나는 잘 모르겠다.
생의 주름이 그렇게 깊게 패인 삶을 살아본 적이 없으니까.
하지만 전혜린 작가의 문장을 읽다 보면,
그녀가 얼마나 예민하게,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 있었는지 조금 느껴질뿐이다.
어떤 글에서 보니
그녀가 조울증이 아니었을까 추측하기도 하더라.
삶의 사유가 깊어질수록
음울의 비명도 함께 깊어지는 걸까.
아름다움 뒤에 비극이 따라붙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나는 모르겠다.
아직 그런 끝자락을 공부할 만큼
살아보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하나만은 확실하다.
천재들이 조금만 더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
조금 덜 아프고,
조금 덜 외롭고,
조금 덜 찢기며 살았으면 좋겠다.
그들은 모른다.
당신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오늘은 자꾸 그런 생각이 난다.
지독하게 아름다운 사람들은
왜 꼭 계절처럼 짧게 사라지는지.
그리고 나는, 그들의 흔적 앞에서
왜 이렇게 오래 서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