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글쓰기 시작

글을 배우고 느끼는

by 이음

우리 아이는 글 쓰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어느 날 아이가 말했다.


“엄마 나도 브런치 작가 될까 봐”


“좋지. 신청해 봐”


“어떻게 하는 건데?”


“너 지금도 브런치 가입돼 있잖아, 독자로. 작가 신청하기 누르면 돼. ‘작가님이 궁금해요’ 같은 것도 있고, 자기 글 세 개 올려야 해. 최소 5천 자 정도.”


“아, 그래?”
“되기 힘든가?”


“응. 엄마 6번 떨어졌던 거 기억나? 장르가 중요해. 엄마처럼 제일 흔한 라이프 수필 이런 쪽은 글이 좀 특출 나야 해. 근데 희소성 있는 장르 거나 직업이 있으면 글 소질이 없어도 금방 되더라.”


“나는 소설 쓸 건데. 웹소설. 이건 어때?”


“너 같은 전쟁소설 부류는 흔하지 않지. 근데 독자층이 있느냐도 중요할걸. 그냥 무조건 해봐. 떨어지면 될 때까지 하면 되지.”


“알겠어.”
“참 나 엄마 최근 글 읽었다.”


“어땠어?”
“마음이 아팠어. 이젠 참지 마.”


“흐흐, 응. 고마워.”


아이가 글을 읽어주는 건 좋을 수도 있지만 반대일 수도 있다. 이제는 글 쓰는 것도 눈치가 보인다. 가까운 지인이 내 글을 읽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여러 군데 알리지 않았는데 결국 가족은 피할 수 없겠다.
아이는 그 말을 한 뒤 잠깐 말을 멈췄다.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려놓고 무언가를 생각하는 표정이었다.


“근데 엄마.”


“응.”


“엄마 글 읽고 나니까, 내가 뭘 써야 할지 좀 알 것

같기도 해.”


나는 잠깐 대답을 못 했다.


“잉? 뭔데?”


“그냥… 사람들한테 보여주려고 쓰는 게 아니라, 진짜로 겪은 걸 써야 되는 거 같아.”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었다. 글은 진실해야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글 속에서 신데렐라가 사과를 먹고 잠들 수도 있다. 아이의 말에 나는 무엇을 어떻게 답해야 할지 잠시 고민했다.


“그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려.”


나는 잠깐 아이를 보며 말을 골랐다.


“글에는 분명 힘이 있어. 그래서 누군가를 속이거나 잘못된 정보를 아무렇지 않게 퍼뜨리면 안 되는 책임 같은 것도 있어.”


그리고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글이라는 게 원래 사람보다 오래 살아. 현실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이 글 속에서는 살아남아서, 몇백 년 뒤 사람들 가슴까지 가기도 하거든.”


“신데렐라가 사과를 먹고 잠드는 동화도 그런 거야. 현실이면 백설공주여야 하지만 글 안에서는 그걸 믿게 되거든.”
“그러니까 글은 사실과 거짓 사이 어딘가에 있어. 완전히 현실만 따라가면 숨이 막히고, 완전히 거짓이면 마음이 못 따라가.”


아이의 표정이 천천히 변했다. 무언가를 이해하는 얼굴이었다.


글은 이상한 효과가 있다. 사람도 못 해내는 걸 해내는 능력. 이를테면 글은 영양소와 같다. 몸에 들어가 조용히 융합하고, 보이지 않는 몸의 흐름 자체를 바꿔 놓는다.


열 사람이 설득해야 할 일을 글 하나가 해내기도 하고, 글 하나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기도 한다. 그러니 그 힘이 얼마나 단단한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터이다.


아이는 다시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아직 제목도 없는 글을 아주 천천히 시작하고 있었다. 나는 그 옆에 앉아 아이를 바라보며 생각한다.


너의 글에 1호 염탐자는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