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기록
엄마! 지금은 2023년 계묘년(검은 토끼해)야. 엄마가 천국으로 이사 간 지 벌써 33년이 지났네.
구정이라 지인들과 새해 인사를 주고받다 보니 엄마 생각이 났어. 정작 엄마에게는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인사‘를 평생 못하고 있더라고.
왜 떠나가신 분에게는 새해 인사를 안 할까 생각해 봤는데.. 아마 이 땅에 계신 분들에게만 통용되는 기원 같은 거 같아.
참 이상하지. 땅에 발을 딛고 있는 사람에게는 새해 복을 받으시라고 하고, 하늘에 계신 분에게는 마지막 인사로 명복을 빈다는 말이 너무 쓸쓸하지 않아?
명복은 어두울 (冥)자에 복(福)자니깐 어두움 속에서 복을 빈다는 말이자나. 어떻게 어두움 속에서 복을 빌 수 있지.
육신이 있든 없든 엄마와 나의 시간이 사라지는 게 아닌데, 내 구석구석에는 엄마의 시간이 새겨져 있는데 말이야. 엄마의 영혼은 하늘나라에 잘 계실 거라고 난 믿어요. 그러니 엄마도 밝은 복을 많이 많이 받으셨으면 좋겠어. 그곳마저 어두우면 너무 슬프잖아.
부모님에게 새해 세배를 한 게 벌써 33년 전이니 정말 오래됐다. 엄마가 키워준 12년보다 내가 혼자 살아온 시간이 더 길어졌네.
엄마가 돌아가시는 해에 해준 명절음식이 계속 생각나. ‘약밥, 만두, 전, 식혜, 가래떡‘
아픈 엄마랑 우리랑 정말 열심히 만들었는데 그지? 아마 엄마는 그때가 마지막이라는 것을 직감하고 계셨던 거 같아. 나도 사실 그 설이 엄마와의 마지막이라는 걸 느꼈었거든.
엄마와 함께하는 마지막 설. 그때 엄마가 해준 음식들이 난 세상에서 제일 맛있더라. 위암 말기의 몸으로 자식들 먹이려고 죽을힘을 다해 마지막 명절 음식 해주신 거 감사해요.
“엄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곳에서는 건강하시고, 더는 아프지 마시고 “
“엄마도 복 많이 많이 받으셔서 하늘나라에서도 웃을 일만 가득가득했으면 좋겠어요 “
엄마 내가 다 기억하고 있어. ‘엄마의 부탁, 엄마의 슬픔, 엄마의 사랑’ 엄마의 못다 한 삶에 애석함이나 원통함이 남아 있다면 조금이라도 덜어지길 바라. 내가 다 잊지 않고 끝까지 기억할 테니.
엄마 난 이제 중학생 학부모가 됐어. 내가 중학생일 때는 엄마가 없었는데.. 윤호한테는 엄마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엄마 난 항상 불안했다. 내가 엄마가 떠난 나이를 넘길 수 있을지..
엄마가 45세에 하늘나라로 가셨는데, 나도 이제 엄마랑 같은 나이네. 엄마가 지켜줘서 내가 잘 버틸 수 있었던 거 같아.
엄마! 아빠는 많이 좋아지셨어. 위에서도 잘 보고 계시지? 아빠 가실 때 편히 가실 수 있게 엄마가 좀 도와줄 수 있으면 좋겠다.
엄마, 하늘나라에도 떡국이 있을지 모르겠네. 엄마 좋아하는 가래떡이 많아야 할 텐데.
엄마 내동생 권능이랑, 외할머니, 큰 이모, 둘째 이모부한테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전해주셔요. 올해도 평안하시길 바란다고요.
엄마 늘 보고 싶고, 많이 많이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