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션> 관람 후기

의미, 촬영기법, 음악을 중심으로

by eggie
우주에서는 내 뜻대로 되는 게 없어. 하지만 눈 앞에 닥친 문제를 하나하나 풀어 나가다 보면 결국 집에 돌아올 수 있어.


탐사를 위해 화성에 떠난 NASA의 프로젝트 아레스 3 팀은 SOL(화성일).17에 예기치 못한 모래 폭풍을 만난다. 귀환 우주선으로의 탈출을 시도하다가 식물학자 마크 와트니가 우주선의 안테나에 튕겨나가 폭풍에 휩쓸린다. 나머지 팀원들은 마크 와트니의 생체 신호가 잡히지 않자 그를 포기하고 서둘러 화성에서 탈출한다. 사실 그는 살아있었고, 한정된 자원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알고 있는 과학 지식을 총동원해 2년 넘게 혼자 버텨내고 NASA와 팀원들의 도움으로 지구로 귀환하게 된다.

사실 결국에는 마크 와트니가 지구로 무사 귀환하게 될 것이라고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이 영화의 묘미는 그런 뻔한 결말이 아니라 그 결말로 걸어가는 과정에 있다. 화성에 혼자 남겨진 자의 절망, 삶을 향한 희망과 의지, 그리고 생존을 위한 결단과 실행. 마크 와트니는 대기의 95%가 이산화탄소이고 잊을 만하면 모래폭풍이 몰려오는 열악한 화성의 환경에서 살기 위해 발악한다.


그가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은 두 가지 요인이 작용했다고 본다. 하나는 자신의 식물학적 지식과, 탐사 기지에 팀원들이 두고 간 자료들에 담긴 과학 지식. 다른 하나는 세상과의 소통(마크 와트니는 영상 기록을 통해 어쨌든 누군가와 대화했다). 방대한 과학 지식을 통해서 물 한 방울 없는 화성에서 물을 만들어 감자를 재배하고, 메마른 화성의 흙에 인분을 더해 비교적 양질의 토양을 만들고, 16진법을 통해 패스파인더로 NASA와 대화에 성공했다.

인간이 살기 위해서는 음식 섭취와 같은 생물학적 충족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충족도 함께 필요하다. 그래서 마크 와트니는 자신의 하루하루를 영상기록으로 남겨 나중에 지구에 귀환했을 때 사람들에게 보여주려고 생각한다. 그것은 지구로 귀환할 거라는 희망을 스스로에게 되뇌어주는 동시에 누군가에게 자신의 외로움을 하소연할 수 있게 한다. 스스로의 비참한 상황을 자조하거나 팀 리더 루이스의 디스코 음악 취향을 조롱하면서 유머도 잃지 않는다.


<마션>을 보는 또 하나의 재미는 다양한 시선으로 촬영된다는 점이다. 화성의 시선에서 마크 와트니의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되다가도, 종종 마크 와트니 스스로가 외로움을 느낄 때는 녹화 카메라를 통해 혼잣말하는 모습이 조금 떨어지는 화질로 촬영된다. 혼자만이 존재하는 열악한 행성 화성에서 느끼는 긴장감을 나타내거나, 마크 와트니가 직면한 위기들의 심각성을 그대로 느끼도록 할 때는 우주복에 달린 슈트캠으로 장면을 보여준다. 이외에도 기지나 우주선 CCTV의 시선이 있다.

아마 관객은 다양한 카메라와 화질로 촬영되는 장면을 보면서 가끔 나쁜 화질에 불만감이 들다가도 영화를 계속 보다 보면 '아, 감독이 매 장면이 좀 더 생동감이 느껴지도록 한 거구나'하고 감독의 배려를 고맙게 생각하게 될 것이다. 가장 전달력을 배제하고 영화 내 상황의 느낌을 극대화한 장면은 마크 와트니가 모래폭풍이 불 때 기지에서 자신을 녹화한 부분이다. 한 번씩 돌풍이 불 때마다 마크 와트니의 영상은 브라운관 텔레비전이 꺼질 때처럼 자기장의 파도에 일그러진다.


마크 와트니가 혼자 패스파인더를 찾아 나서거나, 수년 후에 프로젝트 아레스 4 탐사팀이 도착할 곳을 향해 차를 타거나 하며 화성을 방황할 때는 전체적으로 호기심이 가득한 외계의 소리가 들려온다.(Mars, Harry Gregson Williams) 마크 와트니에게 화성이 생경하듯, 화성의 입장에서도 그는 자신이 말했듯이 '개척자'로서 낯선 존재이다. 그래서인지 발로든 차로든 화성에의 첫 자취를 딛을 때마다 약간은 경계하는 건지도 모르는 소리의 배경음악이 영화 전반에 흐른다.


배경 음악은 언제나 영화의 주요 요소이지만, 특히 우주 영화에서는 그 역할이 막대한 것 같다. 우주의 광활한 공간이나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멀리 떨어진 곳의 행성은 그 방대함과 거리만큼이나 지구에 사는 우리에게는 형이상의 한 종류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우주의 장면을 목도했을 때 자칫 그 막막함에 압도될 수 있다. 우주영화의 웅장한 음악은 이 막막함을 해소하고 광활한 우주를 우리의 감각의 영역으로 내포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