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의 노트 #5
뭘 먹든 맛있으면 그만이지만 포르투갈에서는 포르투갈 요리를 많이 먹어보는 게 당연히 좋다. 포르투갈의 음식은 워낙 푸짐하기 때문에 한꺼번에 여러 메뉴에 도전하기는 어렵다. 유달리 양이 적기로 소문난 집이 아니고서는 한국 기준으로 대략 1.5~2인분씩은 나오기 때문에 먹고 싶은 메뉴를 몇 개 생각해놓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차분히 하나씩 시도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다. 여기도 사람 사는 동네이니 개성 있는 맛집도 있지만 음식 자체는 해산물 아니면 스테이크가 대부분으로 매우 심플해 메뉴 선정에 많은 고민은 필요 없다.
포르투갈에서 제일로 유명한 건 대구 요리이다. 대구로 만들 수 있는 요리가 365가지가 넘어 매일 대구를 먹어도 매일 다른 방식으로 일 년을 넘게 먹을 수 있다고 한다(항간에는 365가지가 아니라 1,000가지가 넘는다는 말도 있다). 좀 아이러니한 건 정작 대구는 포르투갈에서 잡히는 생선이 아니라는 것. 먼 바다에서 잡아와야 하는 생선인데도 이렇게나 많이 먹는다는 점이 독특하다. 예전에 냉장 기술이란 게 없었던 시절부터 그래 와서 그렇겠지만 포르투갈에서 주로 먹는 대구는 여전히 생물도 아니고 냉동도 아니다. 염장을 해서 말린 대구를 다시
물에 불려 소금기를 뺀 후 조리한다.
정어리는 소금구이로 먹는 것 말고 다른 조리법은 본 적이 없다. ‘R’자가 들어가지 않는 달(5월~8월)을 정어리 제철로 보는데 이때는 정어리 굽는 연기로 골목이 온통 뿌옇게 변할 정도로 다들 정어리만 먹는다고 한다.
포르투갈 음식 중 어쩌면 가장 잘 알려진 음식인 ‘해물밥’. 해산물과 쌀, 육수와 토마토소스 등을 넣고 푹 끓인 일종의 국밥이다. 하지만 국물은 자작한 수준이고 밥과 건더기가 주이기 때문에 국물이 주인 한국의 국밥과는 다소 차이가 있으며 차라리 죽에 가깝다. 들어가는 해물의 종류에 따라 종류와 맛은 다양하다. 개인적으로는 아귀밥이 특히 별미였다.
포르투갈은 유럽에서 가장 쌀 소비를 많이 하는 나라이고 이렇듯 ‘밥’을 주식으로 하기 때문에 한국인들의 식성과도 잘 맞는 편이다. 다만 해물밥에는 고수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 의외로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기도 하니 참고하자.
문어가 제법 씨알이 굵은데도 엄청나게 부드럽다. 해물밥의 일종인 문어밥도 있지만, 문어 그릴구이, 삶은 것 등 여러 방식으로 먹을 수 있다. 자매품으로 오징어 요리도 있다.
포르투갈식 소고기 스테이크. 그런데 고기를 두껍지 않게 써는 것 외엔 집집마다 너무 스타일이 달라서 이 음식에 대해 정확한 정의를 내리지는 못하겠다. 달걀 후라이를 올려주는 집도 있다는데 우린 그런집은 보지 못했다.
포르투갈식 크로크무슈. 높은 칼로리 때문에 일명 내장파괴버거로 불린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여기에 감자와 맥주를 곁들이면 천국의 맛.
튀긴 치킨은 아니고 구운 치킨. 기름이 쏙 빠져 담백하고 고소하다. 한국인들보다 훨씬 많은 양을 먹는 포르투갈 사람들인데도, 1인 1닭을 주문하지는 않던…. 직원도 보통 2인 1닭을 권한다. 매콤한 맛을 더해주는 피리피리 소스를 뿌려 먹을 수도 있다.
오늘로서 장장 24주에 걸친, 길었던 연재를 마칩니다.
포르투갈에서 제가 경험한 것들은 어쩌면 별것 아닌 작디작은 것들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위로의 순간이었음을, 그래서 꼭 기록하고 싶었음을 너그러이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어느새 이 넓은 우주에 제 이름이 박힌 두 권의 책을 얹어놓았습니다. 오늘이 오기까지 믿어주고 도와준 가족들과 친구들, 집을 떠난 못난 주인을 잊지 않고 기다려준 감자와 요롱이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책에는 더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있습니다. 서점 나들이 중 타일 한 조각을 닮은 《그리하여 세상의 끝 포르투갈》와 마주치게 된다면 한번 들춰보아주시고, 반갑게 아는 척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하여 세상의 끝 포르투갈”을 읽고 남겨주신 서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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