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담할 정도의 당혹감

섬에서 절반 #12 메기지마

by 나예

현대 미술이 어려운 데에는 '당최 이 작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가 없다'는 점이 한 몫을 한다. 그 작품이 내포한 사상이나 내용을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다가, 설령 설명이 있다고 해도 왠지 '대충 선 하나 찍 그은 다음에 적당히 둘러대는 식으로 의미를 지어내서 붙인 것 아냐?'하는 의심을 부르기 마련이다. 이럴 경우 보통은 그냥 '보이는 대로 느껴'라는 조언을 가장 많이 듣게 되는데, 사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쯤 되면 '사실은 너도 모르는 거 아냐?' 라는 말이 목 끝까지 올라오거나 '역시 평범한 인간들이 비범한 인간들의 세계를 엿보는 것은 불가능하군'하는 포기조의 결론이 나곤 한다.


세토우치 예술제에 등록된 작품들은 물론 모두 현대 미술의 범주에 속하는 것들이다. 다행히도 여지껏 만난 작품들은 그럭저럭 구경 포인트나 재미있는 점 등이 금방 파악되었기 때문에 '현대 미술의 난해함' 같은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있었다. 내가 파악한 부분들이 정말 그 작품, 그 작가의 의도였는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그래도 뭔가 보고 느낀게 있다는 점에서 대부분은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메기 하우스>만큼은 참담할 정도로 당혹감을 줬다.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낮은 돌담 위로 삐죽 튀어나온 붉은 기둥도, 검은 빛이 도는 나무로 지어진 집 외관도 무지 예뻤다. 가벼운 마음으로 입장.


하지만 내부는 이해할 수 없는 연출 투성이였다. 여러 방면으로 빛을 활용한 것까지는 알겠는데, 뭘 만들고 싶었고 뭘 보여주고 싶었던건지 전혀 와닿지 않아 한숨만 나오는 상황. 사실 <메기 하우스>는 아이치현립 예술대학의 활동 거점이자 '실험과 예술의 장', 여기에 '미술 및 음악 학부의 작품 발표와 연주회 등이 열리는 공간'이라는 어마어마한 설명이 따라 붙는 공간이다.


설명을 듣고 나서 '그래서 내부에 커다란 피아노도 있고, 야외 무대 역할을 하는 나무 데크가 있었구나' 까지는 받아들였지만 그래도 여전히 "이게 뭐야?" 라는 의문은 사라지지 않았다. 한참의 시간을 보내고 나오면서도 못내 계속 돌아보게 만드는 공간이었다. <메기 하우스>와 관련된 사람을 만날 기회가 있다면 이것저것 물어보고 싶은 심정이다. 물론 그런 일이 일어나기는 어렵겠지만.



특히 마당의 나무 데크에 누워있는 더미 인형은... 간밤에 내린 비에 흠뻑 젖어 더욱 괴기스러웠다. 편히 누워 하늘을 보고 있는 한량의 모습이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냥 외형만 보자면 썩 아름다운 모습은 아니었다.

<Megi House>


메기지마 구경은 이 정도로 마치고 오기지마로 가기 위해 페리를 기다리며 페리 터미널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었다. 한국으로 치면 휴게소에서의 식사 정도 되겠다. 휴게소의 식사라면 역시 우동이지만 이 날은 면보다는 든든한 밥이 당겨 카레 라이스를 주문했다. 휴게소에서, 아니 페리 터미널에서 카레라니! 한국에도 물론 카레가 있지만 일본에서의 카레는 한국에 비해 더 실생활에 깊숙히 들어와있는 느낌이다. 그만큼 훨씬 더 쉽게, 자주 만날 수 있다.


식사를 마치자 이내 커다란 페리가 항으로 들어온다. 페리를 타고 보니 그제야 메기지마를 지키고 있는 듯한 귀여운 도깨비상이 눈에 띈다. 도깨비상이 지키고 있는 메기지마를 뒤로 하고 오기지마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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