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하지만 자연스러운 일

섬에서 절반 #6 데시마

by 나예

이에우라 항 근처의 작품들을 조금 더 둘러보고 섬을 빠져나가는 배를 타기로 했다.


<스톰 하우스> 못지 않게 기대가 컸던 <바늘 공장>. 우와지마 조선소에 약 30년 가량 방치되어 있던 어선 선체용 목형을 옛 메리야스 바늘 제조 공장과 합체시킨 작품이다. 공장 건물은 앙상하게 뼈대만 남아있어서 이게 말 그대로 '바늘을 만드는 공장'이란 의미의 '바늘 공장'인지, 아니면 공장의 모습이 바늘과 비슷하다고 해서 '바늘 공장'인지, 그도 아니면 둘 다인지 이래저래 호기심을 부르는 작품이었다. 목형이 뒤집힌 모습도 별 것 아닌 듯 하면서도 기억에 남았다. 마치 골무같기도 하고 바늘을 촘촘히 모아둔 것 같기도 한 모습이었다.


사실 <바늘 공장>도 문을 닫은 상태였는데 건물이 뼈대만 있다보니 그냥 다 볼 수 있었다. 대신 담 벼락 높이가 조금 있어서 까치발을 드는 등의 수고는 필요할 듯 하다.

<針工場 / Needle factory>


<바늘 공장> 근처에는 데시마의 예전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골목과 집들이 많이 남아있었다. 검은 빛깔의 나무로 된 집들은 확실히 일본 집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흰 회벽에, 기와 지붕을 얹고 허리께에 돌담을 두른 집들은 얼핏 보기엔 한국의 시골 집들과도 닮아 보였다.


절반 정도의 집들은 비어있었고 아예 집을 헐어버려 집 터만 덩그러니 남아있는 곳도 있었다. 오염된 환경을 피해서, 혹은 더 좋은 학교와 일자리를 찾아 더 큰 섬으로 나간 사람도 있을 것이고 섬에서 그대로 돌아가신 분들도 있을터. 누군가 섬으로 새로이 이사를 오지 않는 한, 섬에 빈 집이 점점 늘어나는 것은 쓸쓸하지만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텅 빈 집들이 을씨년스럽다기보단 고즈넉한 느낌이 더 커 차분한 마음으로 산책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몰랐던 사이, 가을은 한걸음 더 다가와있었나 보다. 이제 막 노랗게 변하기 시작한 논에 서있는 허수아비가 무척이나 정겨웠다.


데시마에서 알차게 보낸 오늘 하루도 기울어간다. 골목 사이의 풍경을 엿보며 오늘의 마지막 작품인 <데시마 요코오관>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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