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도시마 #2 푸른 올리브의 섬
지중해도 아니고 일본에 왠 올리브냐 싶지만 쇼도시마엔 정말로 올리브 나무가 자란다. 그것도 아주 많이. 여기에 쇼도시마와 자매 결연을 맺은 그리스의 밀로스 섬에서 기증했다는 하얀 풍차까지 더해지니 정말 여기가 일본이 맞나? 하는 느낌이 들게 했다. <마녀 배달부 키키>의 배경이 된 실사 장소 중 한 곳이 이 풍차여서, 풍차 앞에는 조금 우습게도 빗자루를 가랑이 사이에 끼고 '점프샷'을 찍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이 점만 제외한다면 이 곳은 <알프스 소녀 하이디>나 <플란다스의 개>가 더 떠오를 법한 분위기였다. 푸른 들판과 하늘, 하얀 풍차와 구름이 멋지게 한쌍을 이루는 풍경. 아무튼 나오시마에서 만났던 아저씨가 전했던 "쇼도시마에서는 올리브가 주렁주렁 열리고 언덕 위에선 풍차가 돌아간다"는 말은 있는 그대로 모두 사실이었던 것이다.
떠들썩한 사람들과 홍역을 앓고 있는 풍차를 뒤로 한 채 올리브 나무가 빽빽한 공원을 산책했다. 차분히 걸으며 살펴보니 여기저기 짙푸른 올리브들이 가득하다. 이 초록빛 올리브들은 여름을 지나 가을이 되어야 조금씩 색이 짙어져 흑색으로 변한다고 한다. 성숙을 위해서는 반드시 독한 계절의 뙤약볕을 통과해야 하는 것. 이는 세상의 모든 열매가 다 그런 것 같다.
올리브 공원 옆엔 올리브를 활용한 상품들을 판매하는 커다란 상점이 있다. 올리브를 활용해봤자지! 라는 생각과 달리 이 가게를 구경하고 나면 올리브로는 못만드는 것이 없군, 하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만큼 다양한 물건들을 만날 수 있다. 뭐든지 갖다 붙여 최고의 상품화를 해내는 이들답게 쇼도시마에서 올리브 오일과 화장품은 그저 귀여운 수준이다. 예를 들어 올리브 오일이라고 하면 정말 순수한 오일도 있지만, 오일에 마늘을 가미한 것, 고추를 가미한 것 등 가미한 허브의 종류만 해도 수십가지나 되고 올리브 초콜릿에 올리브 감자칩, 올리브 마요네즈, 올리브 카레, 올리브 사이다 등 끝도 없어서 하나하나 구경하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를 정도다. 절인 올리브와 올리브 오일을 베이스로 한 일본식 샐러드 드레싱, 버진 올리브 오일과 올리브 비누 등을 주섬주섬 주워담고서야 간신히 가게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 흔히 우리가 연상하는 검은 올리브의 맛은 온데간데 없고 셋 다 매우 깔끔한 맛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올리브라는 식재료는 특유의 찝찔한 맛 때문에 늘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지만 내 입엔 푸른 것도 검은 것도 모두 제각각 맛있게만 느껴진다. 특히나 밍숭맹숭한 샐러드나 크래커 한 조각에 곁들이면 그것은 최상의 궁합! 쇼도시마가 마음에 깊이 남았던 이유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