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만나, 참 행복했어
이번 연재를 쓰면서 나는 그 어느 때보다 글에 오래 머물렀다.
사실과 추억 사이에서 자꾸만 몽글몽글 미화되는 문장을 붙잡아 매다가 때로는 하두리 캠으로 얼짱 사진을 찍듯 사실 같지 않은 사실에 여백을 내주기도 했다. 너무 아끼는 순간을 꿀단지 숨기듯 밀봉해 두었다가, 꺼내 보니 진한 술이 되어 도무지 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몇 번이나 소설이 될 뻔한 글을 ‘나의 이야기’로 잡아당기며 숙취를 견뎌냈다.
그 과정은 힘들었지만 즐거웠다. 보물 1호였던 첫 워크맨과, 레코드 가게에서 사 모았던 인기가요 테이프를 꺼내며 장롱 속 먼지를 털었고, 마이크 잡는 기분을 생생히 쓰겠다는 핑계로 노래방을 전전했다. 한 문장을 쓰기 위해 즐겨 부르던 노래를 반복해서 들었다. 낡은 이야기를 쓰는 내내, 매일매일이 새로웠다. 노래하듯 글을 썼고 글을 쓰듯 노래를 껴안았다.
시절 인연이라는 말이 있다. 모든 인연은 특정한 때에 따라 자연스럽게 만나고, 또 헤어진다. 노래도 그랬다. 시절 마다 내 곁을 지킨 노래들이 있었다. 지금은 부르지 않지만 그 때의 내가 열렬히 사랑했던 노래들이 비로소 추억을 완성했다.
간혹 유흥의 음지로 취급될 때면 마음이 아프다. 내게 그곳은 초원이자 다락방이고 가장 환한 양지다. 상사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평소 듣지도 않던 노래를 부르는 곳이 아니고, 요란한 탬버린으로 재롱을 부리는 곳도 아니다. 오히려 가슴 떨리는 고백을 건네고, 수없이 반복해 들었던 가사를 내 목소리로 읊으며, 앵콜이 없어도 원하는 노래를 부르고, 아는 노래는 함께 부르며 눈을 맞추는 곳이다.
그래서 나는,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싶을 때, 어김없이 노래방으로 향한다. 뚱뚱한 문을 열고 들어 가는 순간, 이야기가 시작된다. 아무도 찾지 않는 나만의 이야기부터, 곁에 있는 이들과 함께 나누는 이야기, 몹시도 그리운 이를 향한 이야기까지, 모든 이야기들이, 이곳에서 잠시 쉬어 가길 바란다.
마지막 곡이 끝나도, 공연은 끝나지 않는다. 당신의 마음 어딘가에서, 또 한 곡이 재생을 기다리고 있으니까.
현재곡 97118 <노래방에서> - 장범준
핸드폰도 없는 늦은 새벽
집에서 계속 잠은 안오고
그녀가 좋아하던
노랠 흥얼 거렸네
현재곡 48246 <스물다섯, 스물하나> - 자우림
그때는 아직 꽃이
아름다운 걸
지금처럼 사무치게
알지 못했어
우, 너의 향기가
바람에 실려 오네
우, 영원할 줄 알았던
스물다섯, 스물하나
이미지 출처 : Pinterest
그동안 <일인칭 노래방 시점>을 아껴주셔서 감사합니다. 독자분들 덕분에 쓰는 동안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