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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책상 | 강력추천, <백수도 성공은 하고 싶지>

백수는 아니지만 나도 성공이 하고 싶지

by 헤이란

이 책을 펼치기 전에 먼저 유투버 캐스터북스를 언급해야겠다.


올해 봄, 모닝미라클을 해보겠다며 알람을 맞추고 노트를 베개 위에 두었다.

그러다 발견한 유튜브 채널이 캐스터북스였다.

디자이너였던 그녀는 돌연 퇴사를 하고 자기 계발을 시도하며 1인 출판사로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한다.


캐스터북스는

백수가 되어 이것 저것 하면서 겪은 시행착오와 깨달음을 자신만의 해석으로 정리한다.

그녀의 영상들은 나에게 영감과 도전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퇴사를 계획하고 있지는 않지만 (오히려 희망퇴직이 더 가능성이 높은 건 비밀) 어떤 상황에서도 나의 일을 할 수 있다면 나름 셀프 토닥토닥하며 살아가지 않을까.

아무튼,

팬심 가득한 독서 후기를 시작한다.





자기 계발서를 집는 마음이란 나를 알고 싶은 마음, 두텁게 쌓인 불안과 의심을 털어내고 자기 내면의 총명함을 발견하고 싶은 마음이다.



작가의 글에서 내가 한 번쯤 느꼈던 감정을 만날 때 우와 하며 무의식적인 감탄이 나온다. 자기 계발서를 고르는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아 민망한 기분도 들고.


불안과 의심은 한 여름의 실내 습도처럼 내 마음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군림한다.

나는 스무 살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자기 계발서를 읽었다. 진정제 주사를 맞듯 책을 읽는 동안은 잠시 불안을 잠재우고 멀쩡한 척 지낼 수 있었다. 내가 자가 투여한 책 처방이 '잠재하는 슬기나 재능, 사상 따위를 일깨워 준' 자기 계발이라면 고마울 따름이다.





나는 내가 뭘 해야 할지 알았고 그거면 충분했다. 실은 누구의 허락도 필요하지 않음을, 내면에 없는 확신이란 바깥에서도 구할 수 없음을 알아차렸다.



문득 최근에 지인들과 고민상담 혹은 내 얘기 좀 들어볼래 하며 나눴던 대화들을 떠올렸다. 나는 상담에는 딱히 소질이 없다. 나의 경험을 일반화, 귀납화하는 능력이 없어서 조언을 줄 지식도 경험도 없다.

다만 이야기를 들으며 그럴 수 있겠네, 나도 비슷한 생각이야, 이런 투의 반응은 한다. 어떨 때는 사연에 너무 집중해서 같이 눈물을 흘리고 깔깔대며 웃는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다시 연락을 해보면 사연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마음대로 하고 있거나 자신의 생각을 지지할 다른 누군가를 찾는다.



행동경제학에서 인간의 행동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개인은 의사결정을 할 때 결코 합리적이지 않다. 인간은 생각보다 복잡한 존재이며, 특히 자신의 믿음을 잘 바꾸지 않는다. 그리고 이러한 행동의 비합리는 여러 경제현상을 설명하는 열쇠이다.



자신의 고집을 그대로 가져가려는 본능은, 타인에 의한 결정이 아닌 스스로 결정의 완전함을 추구하는 시도로 나타나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저자가 말하는 '내면에 없는 확신'을 명확하게 할 시간과 자기 인식으로 방구석 자기 계발을 시도한 그녀의 단호함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백 가지 마음이 떠오르면 아흔아홉 가지는 버리기. 내게 글쓰기는 내려놓기 연습이었다.
....
글 모퉁이마다 나의 무지와 경박을 발견해도 참고 넘어가야 한다.



최근 글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초보 작가 지망인으로서 작가가 말하는 '글쓰기'는 맛을 걸러내지 않고 그대로 표현한, 글쓰기의 민낯이었다.

글쓰기는 해방이다, 자아실현이다, 표현력을 키워준다,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행위....

글쓰기 열풍 속에서 나는 계속 질문을 던져왔다. 내가 글을 써서 얻고자 하는 게 뭔데?

백가지 생각 중에 한 가지만 꺼내서 우직하게 써 나가는 게 글쓰기라니. 아흔아홉 가지를 버리려면 고독한 내면의 장고를 거쳐야 할 것이다. 문장이 삐걱거릴 때마다 그래도 한걸음만 더 가보자고 얼마나 어르고 달랜다. 초보의 문장은 몇 번이나 뒷걸음질 친다. 작가의 말처럼 글 모퉁이에서 고민하지 말고 참고 지나가야 한다.




백수는 아니지만 나도 성공은 하고 싶지


독서를 좋아하는 저자는 좋아하는 문구를 인용하여 자조적이면서도 꿋꿋하게 성공하고 싶다고 말한다.

나는 그런 솔직한 말투가 좋다.

찌질해도 잘 살고 싶은 사람의 솔직한 마음은 죄가 아니지 않은가.

오히려 화려한 척, 대단한 척 과대포장으로 답답하게 포장된 인생은 그다지 부럽지 않다.

그래 봐야 포장이니까.


나는 과감하게 퇴사를 하거나 창업을 하지는 않았지만, 성공이 하고 싶어서 부지런히 산다. 부지런히 살다 보니 백수의 삶을 들여다볼 기회가 없었다. 백수도 참 고민이 많구나. 직업이 있든 없든 '살아가기'는 쉽지 않다.


강한 생존 욕구가 있다면 방구석이든 사무실이든 살아남겠지.

무언가 도전하는 생존자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https://pixabay.com/images/id-4916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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