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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일상 Oct 27. 2024

챗GPT도 해결하지 못하는 키보드 소음

고요한 사무실 속 키보드 진격

타 다다다다다다 다닥.

탁! (강렬하게 내리치는 엔터)


무엇이든 친절하게 답해주는 똑똑한 친구 챗GPT에게 물었다.

”상사 키보드 소리가 너무 시끄러운데 어떻게 해야 할까? “


출근한 자체로도 위대하고 거룩한 아침 9시부터 건너오는 키보드 소리. 투우사를 향해 돌진하는 황소같이 거칠고 둔탁하다. 눈을 돌리면 가까운 자리에 있는 팀원들의 분노가 슬슬 올라오는 게 느껴진다. 다들 같은 마음이다. 양 귀에 이어폰을 낀다.


팀장님의 손가락은 아프지 않은지, 왜 소중한 손끝을 저렇게 혹사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 걷는 운동도 귀찮다고 말씀하시는 분이, 왜 손가락으로 비보이 댄싱하는 것은 지치지 않는 걸까?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업무 하며 온몸으로 그 고통을 이겨내고 있는 과장님은 말했다. 노이즈캔슬링 모드인데도 음악 간주 부분을 뚫고 소리가 들어오면 더 힘들다고. 나 역시 간혹 마음의 진정을 위해 복도로 나갈 때도 있다. 팀장님이 외근 가실 때, 키보드 소음으로부터 해방은 천 배의 평화를 가져다준다.


놀랍게도 챗GPT도 사회생활을 한다. 상황을 고려하여 조심스럽게 ‘오호 마치 키보드 소리가 드럼소리 같은걸요?’와 같이 은유적으로 표현하기부터 무소음 키보드 선물 등. 마지막엔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지만 직장 내 상사와 관계성을 해치면 안 된다는 조언까지.


챗GPT도 뾰족한 방법을 제시할 수 없나 보다. 결국 회사라는 조직과 업무, 사람이 얽히는 문제는 명쾌하게 답을 내리는 게 참 어렵다. 마음이 여리고 여린 팀장님한테 말씀드린다고 상상해 보았지만, 그 이후에 펼쳐질 예상되는 상황은 더 깜깜하니 패스.


최선의 방법으로 무소음키보드를 생일선물로 준비해 드렸지만, 결과적으로는 위에서 튀는 소리가 아래로 묵직하게 가라앉은 것뿐이다.


더 강력한 노이즈캔슬링 이어폰이 개발되고,

더 조용한 키보드가 세상 밖으로 나오길 바라본다.

살려주세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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