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
[ 숨 멎는 숲길 ]
북동쪽으로 별서를 감아 도는
숲길을 택했다.
이번에는 사람 손이 좀 많이 탄 원림이다.
숲 길가로 아름다운 나무가 계속되고
그 밑으로는 별서를 둘러치고 있는
대나무 숲이다.
사람이 식재한 숲일지라도
시간이 오래 지나게 놔두면
자연이 시간을 갖고 숨을 불어넣어
자연에 근접해지며 그 또한 아름답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도
행복하게 해 줄 만큼...
이렇게 풍부한 만족감을 주는
숲길은 처음이다.
내가 자연 속에 있구나 하는 느낌?
아니 자연이 내 몸안으로
스며들어 온다는 표현이 더 적당하리라.
초입에서 내려오면서는 숨이 막혔지만
중간부터의 숲길은 숨이 아예 멎는다.
어떻게 숨을 안 쉬고 내려왔는지 모르는
미궁의 세계이다.
내려가 바닥을 칠라 치면
다시 살짝 굽이쳐 오른다.
그리고는 좁은 대나무 숲길 정점에
밝은 뚫린 통로가 보이고
그 너머로 쓸쓸한 저수지가 놓여있다.
넋 놓고 곧바로 가면
저수지에 빠져 물귀신이 된다.
지금까지 별서 원림을 반 바퀴
오른쪽으로 돌아 내려왔다.
나머지 반을 왼쪽으로 돌아 올라가
밖을 다 둘러보고 안으로 들어갈 것인가?
이쯤에서 안으로 들어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