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안받아도 괜찮아요.

이건 하늘이 주신 기회

by 최준호

변호사님의 두번째 제안에 다시 심장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아... 그때 할걸...

이런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이번 기회를 잡아야 했다.


"그럼, 제가 앱 소개서라도 하나 만들어서 보내드릴까요?"

"아니요, 이미 pt시간에 많이 들어서 저도 어떤 앱인지는 알고 있습니다."

"저.. 그럼 제가 뭘 해야하죠?"

"일단 코치님 시간 나실 때 카페에서 잠깐 이야기 하죠."


당시 나는 코딩에 더 몰두하기 위해 오후 근무 트레이너에서 오전 근무로 바꿨고, 새벽 6시부터 오후 3시까지가 근무시간이었다. 월급은 절반 가까이 줄었지만, 그만큼 더 많은 시간을 코딩에 몰두할 수 있었다.

그래서 3시부터는 자유롭게 시간을 낼 수 있었다.


우리는 그날 바로 건물 1층의 카페에서 투자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사실 그날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엄청나게 떨렸던 것만은 선명하다.

내가 투자를 받아서 앱을 개발하는 사람이 되다니.

사실 트레이너 일을 하면서 이런 일이 있을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어떤 사람이 자신의 pt선생에게 앱을 개발해보라고 투자하겠는가?


투자의 골자는 지분을 7대3으로 나눈다는 것과 변호사님께서 투자자들을 끌어보겠다는 내용이었다.

거의 2시간의 이야기가 끝나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 손이 떨렸다.

이게 맞는건가? 이때까지 나와 같이 사업하자고 하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이렇게 적극적으로 다가온 사람은 처음이었다.

마치 꿈도 꾸지 않았던 일이 실현이 되니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잘되지 않았다.


나는 더욱 더 '케이브 사피엔스'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며칠 뒤 변호사님과의 pt시간이 다가오고 변호사님께서는 투자에 대해 말씀이 없으셨다.

나는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혹시 투자를 철회하시는 걸까? 그래서 미안한 마음에 말씀을 못 꺼내시는 건가?


"변호사님, 투자 꼭 안하셔도 됩니다. 너무 부담갖지 않으셔도 되세요."


나는 멋쩍은 웃음으로 먼저 투자에 대한 운을 띄었다.


"네, 이게 투자자를 모으는게 쉽지가 않네요. 제 지인들에게 앱 소개하고 투자를 물어봤는데 다들 안한다고 합니다."


뭐... 예상했던 일이기도 했다.

자신의 pt 트레이너에게 앱 개발 투자를 하는 사람은 세상에 없으니까. 분명 다른 투자자에게도 설득이 되지 않으셨을 것이다.


조금 실망한 마음도 있었지만, 다행이라는 마음도 들었다. 어쩌면 가능성의 단계로 머무는 것이 나에게는 좀 더 안심의 영역이었다.

사실 그렇지 않은가?

지망생의 최대의 장점.

실패를 경험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실전에 나서게 되면 실패했을 때의 그 상실감은 누구라도 피폐하게 만든다. 혹자는 자신은 그런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사람이라고 말하겠지만, 실제로 실패하는 그 당시에는 엄청나게 실망하고 암연의 방으로 기어들어갈 것이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실패를 경험해야 한다고 하지만 누가 실패를 경험하고 싶겠는가?

차라리 시도하지 않고 가능성만 가지고 살아가는 것도 나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다.


"그래서 저 혼자 투자하려고요."

"네?"

"저 혼자라도 투자하겠습니다. 투자를 받으려면 법인 사업자를 내야하는데 혹시 사업자가 있으신가요?"

"이전에 앱 만들 때 개인사업자가 있긴 있어요."


에그홀더를 만들고 출시할 때 개인 사업자를 냈었다. 구글에서 홍보 지원금 10만원을 주는 이벤트가 있었는데 개인 사업자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개인 사업자는 안되고요. 법인 사업자로 해야 투자를 받으실 수 있어요."

"네, 그럼 개인 사업자는 철회하겠습니다."

"그럼 저는 법인 사업자를 내도록 할게요. 뭐 이런건 일도 아니거든요."

"그 법인 사업자를 내려면 돈이 필요할텐데요."


이전에 친구를 도와 노가다를 할 때 법인 사업자를 내는 것을 도와준 적이 있다.

관급공사(국가에서 요청하는 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법인을 내야했는데 나는 법인으로 기계건설사 사업자를 내기 위한 자격증이 있었고 수주를 받을 자격이 되었기 때문이다.

노가다는 그만두었지만, 법인을 냈었던 경험이 있어 사업자를 내는데 100만원 정도의 돈이 필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건 걱정하지마세요."


변호사님의 간단한 대답에 나는 뭐라고 해야할 지 모르겠더라.


"그.. 저... 감사합니다."





이 일이 있고 주말에 같이 '케이브 사피엔스'를 만들고 있던 트레이너 2명과 카페에서 만났다.

나는 변호사님께 투자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기쁜 소식을 전했다.

하지만, 2명은 전혀 기뻐하지 않는 느낌이었다.

그건 그저 나만의 일인 듯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내가 투자금을 받을 수 있어 좋았던 것은 2명에게 조금이라도 수고비를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었지만, 톰과 리오는 좋아하지 않았다.


"저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요. 이건 하늘이 준 기회에요. 저는 케이브 사피엔스를 진짜 제대로 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투자금이 들어오면 수고비라든지 월급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뭐.. 돈은 안줘도 상관없어요."


리오의 대답이었다. 톰은 아무런 답이 없었던 것 같다.


나의 이말이 부담이었을까?


왜 톰과 리오는 좋아하지 않았을까?

이 일을 계기로 톰, 리오와는 서서히 멀어지기 시작했다.

헬스장에서 마주치는 시간도 없었던 시기라(내가 오전 트레이너였고 톰은 프리랜서, 리오는 오후 트레이너였다.) 먼저 연락하지 않으면 얼굴도 보기 힘들었다.


그렇게 케이브 사피엔스는 나혼자 남겨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정말 나쁜놈이었다.

투자를 받는 계획을 톰, 리오와 의견을 나눴는가?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갑자기 마른하늘에 날벼락인 것이다.

그들 생각에는 아직 확실하지 않은 사업에 투자를 덜컥 받아왔다. 지금 트레이너 일을 계속 해야하는데 '케이브 사피엔스'라는 플랫폼을 발전시키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넣어야 한다.


어쩌면 그들에게 나는 엄청나게 이기적인 사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나는 기회를 잡아야 했고, 톰, 리오에게 배려할 여유가 없었다.


그리고 나도 프리랜서 트레이너로 근무를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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