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브 사피엔스는 어떤 앱이었나?

케이브 사피엔스에 대한 개인적인 평가

by 최준호
1.png 초기 케이브 사피엔스 실행 화면



초기 케이브 사피엔스는 어떤 앱이었을까?


나는 이전 기억을 떠올리기 위해 오랜만에 사진첩에 들어갔다. 그곳에는 이제까지의 케이브 사피엔스(지금의 케이버)에 대한 모든 역사가 저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저 문장이다.



매일 어제보다 더 나은 나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잘 움직이고, 잘 배우고, 잘 통하며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건강을 이뤄나갈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먼 과거, 비바람을 막아주며 그들이 꿈꿀 수 있었던 그 공간처럼.

make it. Your needs, wants, things.



우리가 케이브 사피엔스를 통해 전파하고 싶었던 메시지이다.


나는 이 부분이 참 좋았다.

잘 움직이고,

트레이너로 일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가치관이다.

잘 움직인다. 잘 움직이다는 것은 자연스러우며, 내 몸이 원하는 방향으로 잘 향한다는 말이지 않은가?

그래서 트레이너로 일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걸음이었다.

얼마나 잘 걷는가 하나만으로도 이미 보이는 부분이 많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보통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북목이 심했다.

이런 부분들을 교정하기 위해 나는 회원들과 세트 중간 쉬는시간마다 헬스장을 걷거나 복도를 걸어다니며 바른자세를 강조했었다.


나는 항상 궁금했었다. 이렇게 재밌는 운동을 왜 사람들은 하기 싫어할까?

당시 나는 헬스장이 놀이동산 같았다. 나는 놀이동산 투어 가이드 같은 격이라고 할까?

헬스 기구에 매달리고 밀고 당기는 일련의 모든 과정이 재미있었고, 그 안에서 올바른 움직임으로 원하는 부분의 근육을 단련하는 것이 좋았다.

헬스를 하면서 맛있다. 라는 말이 유행했던 적이 있다.

헬스를 꾸준히 했던 사람들은 알 것이다. 오랜기간 근육 운동을 하고 원하는 지점에 운동이 되기 시작하면 정말 맛있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나는 얼마나 무거운 중량을 드는가 보다는 얼마나 몸을 잘 움직이느냐에 중점을 두고 트레이닝을 했었다.





우리는 케이브 사피엔스를 통해 잘 움직이고, 잘 배우고, 잘 통하며를 실현하기 위해 많은 활동을 도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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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브 사피엔스를 하면서 앱 유저를 '케이버'라고 부르기도 했다.

당시 우리가 했던 활동들이다. 이런 활동을 하기 위해 우리는 포스터를 만들고 모임을 유치했다.

많은 오프라인 모임을 유치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우리가 생각하는 인생의 가치관을 설파했다.

플로깅 러닝 모임, 비치요가, 각할모(각자 할일하는 모임)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우리와 공감하고 우리와 함께하길 원했다.


그래서 앱 초기에는 오프라인 모임, 온라인 모임이 케이브 사피엔스의 주된 앱 활용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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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부산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이벤트도 소개하고 부산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하나의 커뮤니티가 되길 원했다.

이런 활동들을 피드로 남기고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또 이런 부분들이 마케팅이 되어 더 많은 유저들을 앱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당시 인스타그램 활동도 병행했는데 인스타에도 우리의 활동을 업로드하며, 케이브 사피엔스를 광고했다.

하지만, 생각과 달리 유저들의 반응은 시원찮았다.

인스타그램에서 우리의 활동을 광고해도 많은 사람들을 끌여들이지 못했다.

많아봐야 2명? 한명도 없는 경우도 있었다.

홍보를 잘 못한거 아니냐고? 그런 것 같다.


나는 인스타그램 광고를 엄청나게 믿었다. 인스타에 돈을 주고 광고를 붙이면 당연히 인스타는 나의 소중한 돈 값을 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실상은 그랬을까? 아닐것이다. 지금은 그 경향이 더욱 심하지만, 그때도 광고피드는 재빨리 넘겨버린다.

인스타그램에 돈을 주고 하는 광고는 케이브 사피엔스의 활동을 홍보하는 데 좋은 수단이 아니었다.

차라리 인스타그램에 우리의 활동을 업로드하고 스토리로 홍보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이벤트에 참여하는 사람도 거의 없고, 우리가 원하는 그림이 안나온다는 것을 알기 시작했을 무렵부터 였던 것 같다. 우리는 조용히 하고 있던 트레이너 일에 집중하고 케이브 사피엔스에는 조금씩 관심을 덜었다.


어떤 시점을 지나가면 사업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은 느끼게 된다. 이 사업을 더 이상 이어나갈 수 없을 것이라는 그 느낌.

이제 이 버스에서 하차해야 겠다는 그 느낌말이다.

그렇게 우리의 거창했던 가치관 설파는 조용히 막을 내렸다.




여기까지 초기 케이브 사피엔스의 앱과 우리의 활동이었다.

이렇게 글을 쓰고 보니 톰, 리오에게 또다시 미안한 감정이 든다.

우리는 초기에 전파하고자 하는 가치관이 뚜렷했고, 함께 노력했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만큼의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고, 나는 그들에게 미안한 감정이 컸다.


책임지고 이 프로젝트를 이끌어 가는 리더로서 조급함이 컸다. 빨리 수익을 내는 시스템을 만들어서 톰과 리오가 이 일을 하길 잘했다는 마음이 들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도 빠듯하게 살아가는 시점에 이들에게 트레이너 일을 줄이고 케이브 사피엔스에 더욱 집중하라는 강요를 할 수 있었겠는가?

그것도 무료 봉사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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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제 서로 각자의 길을 걷기로 했다.

이제는 혼자서 케이브 사피엔스를 발전시켜야 했다.

우리의 이별이 있고 얼마 뒤 변호사님께 연락이 왔다.


"이제 사업자 등록은 다 마쳤으니 본격적으로 시작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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