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의 정체성에 대해서

그때는 알지 못했고 알 수 없었던

by 최준호

케이버를 시작하고 얼마되지 않은 어느 날 저녁 대학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형, 사업은 잘되가요?"

"뭐.. 그저 그렇지. 왜?"


어색하게 웃으며 나는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아니, 형 앱만드는 거 나도 한번 볼 수 있을까해서요."


한 살 어린 친구의 부탁이었다.


"그래? 배울 게 있을까? 나도 뭘 가르쳐 줄 정도는 아니라서."

"그냥 형 만드는 거 옆에서 한번 보기만 할게요."


그렇게 그 친구와 저녁 번화가에서 만나게 되었다.

오랜만에 만남에 우리는 그저 카페에서 수다만 떨 뿐 코딩을 하는 모습도 보여주지 않았고, 어떻게 하는 건지 알려주지도 않았다.

하루만에 내가 아는 것을 다 가르쳐 줄 수도 없을 뿐더러 직접 코딩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해도 뭘 보여줘야 하는지 막막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우리의 대화소재가 다 떨어져 갈 무렵 그 친구가 케이버를 자신의 폰에 설치했다.

케이버를 처음 대면한 그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흠.. 형. 이거..."


잠시 말 끝을 흐리던 친구는 말을 아끼자는 표정으로 이내 하려던 말을 멈추었다.


"뭔데? 말해봐라. 뭐가 문제인 것 같은데?"


유저의 뜨거운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었기에 더욱 그에게 한마디 조언이라도 듣고 싶었다.


"이거 앱이 뭐하려고 하는 앱인지 모르겠어요. 그니까.. 너무 많아요. 뭐 보여주려고 하는게 너무 많아요."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친구의 말이 모두 맞았다. 그때는 깨닫지 못했지만, 지금은 뼈져리게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니까 이게 앱인지 홈페이지인지 모르겠어요. 홈에 무슨 정보가 이렇게 많아요? 챌린지 승인에 유저 랭킹에 뭘해야 하는 앱인지 모르겠어요."

"그.. 그래?"


앱에 대한 그의 평가가 너무 정확하고 정곡을 찔렀기에 나는 아파도 아플 수 없었다.

만화가가 자신의 작품에 대한 냉혹한 평가를 받는 기분이 이런 기분일까?


"형이 하고 싶은 것을 전부 다 넣은 것 같달까요? 아니다. 그니까 형이 할 수 있는 기술이 이만큼 있다고 보여주는 앱인 것 같아요."


최대한 조심스럽게 말해주는 그의 평가에 나는 어떤 부정도 할 수 없었다. 그의 말이 맞았기 때문이다.

집에 오는 내내 어떻게 하면 앱을 단순화 할 수 있을까에 고민을 했다.

그동안 최대한 많은 노력으로 '케이버는 이런 앱입니다.'를 보여주려고 애썼다.

디자인 적으로나 프로그래밍 적으로나.




앱에서 정체성을 나타내는 것은 엄청나게 단순하지만,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다.

개발자는 자신이 만들기 때문에 모든 프로세스가 눈 앞에 펼쳐진다. 그래서 실제 유저가 사용할 때 어려운 부분을 포착하기 어려운 것 이다.

그래서 잘 못 만들어진 앱들은 유저가 사용하기 어렵다.


초기 케이버의 가장 많은 불만사항은 어떻게 하는 지 모르겟다는 평이 가장 많았다.

나는 그럴 때면 어떻게 하면 더 쉽게 유저들이 자신의 챌린지를 올리 수 있을 지에 대해 고민했다.


업로드 프로세스를 아예 인스타그램과 똑같이 하면 더 쉽게 올릴 수 있으려나?

업로드 버튼을 홈에 넣으면 되나?


하지만, 이제 깨닳은 점은 유저가 어려워 하는 부분은 이런 일련의 프로세스가 아니었다.

바로 케이버가 하고 싶은게 너무 많았다.

케이버의 카테고리는 총 9개다.


달리기, 만보걷기, 자전거, 실내자전거, 등산, 독서, 미라클모닝, 헬스, 요가.


거기에 기타 챌린지까지.


이런 챌린지를 개개별로 인증하는 시스템에 또 이런 카테고리의 모임까지 있다. 모임안에서는 자신의 모임의 유저들의 챌린지를 모임 관리자가 관리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또한 자신의 챌린지를 업로드하면 피드도 같이 올라간다. 이런 피드를 이용해 다른 유저와 소통을 하게 되고, 소통의 결과는 포인트로 주어진다.

또한, 포인트는 광고를 보고도 얻을 수 있는데 이런 포인트를 모아 나중에 실제 돈으로 환전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처음부터 이런 앱은 아니었지만, 계속 안되는 이유를 찾다보니 기능을 계속 붙여나가다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정체성을 나타내려면 단순해야 한다. 최대한 단순해야 한다.

다시한번 말하겠다. 단순해야 한다.

얼마나 단순해야 하냐면 앱을 연 순간


'아.. 이거 이런 앱이구나."


를 바로 알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하고 분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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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앱들을 보면 바로 뭐하는 앱인지 알 수 있지 않은가? 아 이거 호텔, 모텔 예약하는 앱이구나.


이런 앱들이 정체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앱이다. 단순하고 이 앱을 통해 어떤 것을 가져갈 수 있는지 바로 알 수 있는 앱.

앱 개발을 하다보면 욕심이 난다. 그래서 앱에 여러가지 기능을 추가하기 시작한다. 이런 점이 결국에는 앱의 정체성을 망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 같다.


만약 여기어때에 피드기능과 소통, 댓글 기능이 있고 스토어 기능이 있다고 생각해보면 쉬울 것이다. 그럼 앱에 대한 정체성이 희미해지고 유저는 떠나게 된다.


가까운 날에 카카오톡을 보면 알 수 있다. 카카오톡은 우리에게 무엇이었나?

대학시절 나는 알을 쓰는 사람이었다. 그 시절 알을 기억하는가?

알이 없으면 문자를 보낼 수 없었다. 그랬던 내가 군대를 다녀오니 모든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쓰기 시작하고 카카오톡을 쓰기 시작했다.

무료 문자 시스템. 그 당시 카카오톡의 위력은 어느정도였냐면 친구와 문자할때 기존의 시스템으로는 소통이 안되었기에 어쩔 수 없이 스마트폰을 사서 카카오톡을 이용해야 했다.


몇년동안 카카오톡은 우리에게 필수적인 앱이었다. 폰을 바꾸거나 초기화 시 가장 먼저 설치하는 앱이 카카오톡이었으니.

마치 뭐랄까? 중국집에 단무지같은 녀석?

그런데 갑자기 단무지가 변조를 시작했다. 짜장면을 먹을 때 먹는 단무지가 메인요리가 되기 위해 탈바꿈을 한 것이다.


단무지 덮밥? 단무지 스테이크? 단무지 파스타?


단무지 제공업체가 단무지를 불판에 넣어 굽기 시작하고 튀김기에 넣고 튀기기 시작하면 그 업체는 정체성을 잃어 버린다.





이제 나에게 중요한 문제가 남았다. 케이버를 어떻게 하면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을까?

지금 케이버에는 너무 많은 것이 담겨 있다.

솔직히 지금 바로 아이디어를 내기에는 방향성을 잡기조차 어렵다.

이 문제는 더 고민해봐야 하는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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