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여야 사는 남자
"그래, 잘했다."
퇴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 왔을 때 아버지의 첫마디였다.
그 어떤 비아냥도 아닌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씀이었다.
"어차피 한번 사는 인생, 니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야 안하겠나?"
정작 아버지는 그런 인생을 살고 있지 않을 것이다. 한번도 물어보지 않았지만, 우리는 다 알고 있지 않은가? 우리들의 아버지 세대는 그런 인생을 살 수 없는 시대의 사람이었다는 것을.
그래서 뭐 부터 시작해야 할까? 1년의 회사 생활 후 남은 것은 통장에 찍힌 300만원이라는 숫자 뿐이었다.
그동안 월급은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오랜 취업생활 기다려 준 부모님께 드린 용돈으로 나갔을까? 휴가기간 동남아 가족 여행경비로 나갔을까?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새로운 시작을 하기에 300만원은 나에게 충분히 큰 돈이었다.
우선 거울 앞에 상의를 탈의하고 온전히 나를 마주했다.
배나온 30대 초반의 백수 아저씨.
그렇게 나는 헬스장에 가서 P.T를 끊었다.
대학시절 나는 슬림탄탄 영앤리치 대기업에 다니는 차가운 서울의 남자를 꿈꿨다.
하지만 나의 꿈은 거기에 미치지 못했고, 부산의 작은 중소기업도 버티지 못한 배나온 푸근한 돼지가 되어있었다.
지금 나를 덮고 있는 이 더러운 지방을 걷어내는 것이 지금 해야 할 일이었다.
그렇게 나는 내가 운동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 유튜브에 업로드를 시작했다.
채널명은 '죽여야 사는 남자'.
채널명을 이렇게 정한 이유는 당시 트레이너의 구호가 "그냥 죽어!" 였기 때문이다.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라면 유튜브에 들어가 '죽여야 사는 남자'를 검색해볼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너무 부끄럽기 때문이다.
진짜 하지마라...
그렇게 6개월의 시간이 흐르고 바디프로필을 찍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혹자는 어처구니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플랫폼은 언제 만드는데? 너 플랫폼 만들고 싶다고 퇴사한거 아니었어? 갑자기 바디프로필?
조금만 기다려 달라. 이런 어처구니 없는 경험들이 나중에 다 밑천이 되더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