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관을 구축하는 재미
이제 물질적인 시대는 끝났다. 창작의 시대가 시작된 듯 하다.
나는 웹소설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이 한마디로 나는 거의 한달동안 웹소설 작가로 살아갔다.
우선은 웹소설 플랫폼을 선택해야 했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당시 가장 잘나가는 플랫폼은 '문피아'였고, 문피아에서 가장 잘 팔리는 소설 주제를 찾았다.
랭킹 순위에서 항상 5등 안에 변치않고 들어가는 글자는 '삼국지'였다.
어쩌면 이건 하늘이 주신 기회일지 몰라.
나는 어렸을 때 부터 삼국지 게임을 시작으로 소설, 만화를 즐겨왔다. 삼국지 세계관에 대해서라면 일반인 수준보다는 좀 더 아는 수준이었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유튜버 침착맨이 삼국지 콘텐츠로 엄청나게 히트를 치고 있는 시점이었다.
그래. 삼국지를 소재로 소설을 쓰자.
하지만, 기존 시장의 삼국지 비틀기 소설을 쓰고 싶지는 않았다. 이미 시장에 나와있는 작품보다 내가 더 잘 쓸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도 자신도 없었다.
그렇다면.. 삼국지가 만약에 이 세상에 없어진다면? 그리고 내가 삼국지 작가가 된다면?
엄청 재미있는 아이디어라고 생각하고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하루종일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자연스레 코딩을 하는 시간은 줄어들었다.
그 분야에 대해 잘 모르면 용감하다고 하지 않는가?
나는 1화부터 소설을 업로드 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조금 놀랄 수준이었다. 3화까지 업로드가 되었을 때 나는 문피아 화면을 계속 새로고침을 했다.
실시간으로 올라가는 조회수에 눈알이 뒤집힐 것 같았다.
이게 작가로서의 희열인가? 그렇게 재미는 재미를 더해갔고 단 시간에 8편의 소설을 업로드 했다.
댓글의 반응도 좋았다.
- 오랜만에 재밌는 소설을 찾았다.
- 시간가는 줄 모르고 다봤다.
- 빨리 다음편을 써달라.
처음 받아보는 내 창작물에 대한 호평에 몸이 공중에 붕 뜨는 기분이었다.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내가 만든 세계관에 대해 사람들이 댓글로 토론도 하고 나를 욕하는 사람과 변호하는 사람이 얽히고 섥혀 댓글 만으로도 또 하나의 세계가 펼치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 쉽게 생각했기 때문일까? 어느순간 성장 동력은 서서히 멈추기 시작했고, 서서히 나를 욕하는 댓글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 공장에서 찍어내는 수준의 소설이다.
- 소재는 좋은데 필력이 딸린다.
- 삼국지를 제대로 알고 쓰는 건가?
등에서 종기가 났고 의자에 앉아 있을 수 없었다. 하루는 새벽에 댓글이 달렸다는 알림이 왔다.
이미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상태에서 댓글 알림은 또 하나의 공포였다.
좋은 댓글일까? 나쁜 댓글일까?
댓글은 거의 A4용지를 꽉 채울 수 있는 분량의 양이었고, 내 소설에 대한 문제점과 방향성, 그리고 독자가 원하는 소설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세세하게 적혀 있었다.
지금 그 때를 돌이켜보면 이 정도의 정성 댓글을 받는 것은 나에게 엄청난 축복이었다. 하지만, 그때는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그릇이 아니었던 듯 하다.
마치 나의 밑천을 모두 까발린 느낌이었다.
대중앞에 벌거벗인 상태에서 돌을 맞는 기분이 이런 기분일까?
그렇게 나는 42화만에 휴재를 선언하고 웹소설 계를 떠나게 되었다.
혹시 어떤 소설인지 궁금하다면, 지금은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최근에 문피아에서 그 소설을 삭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젠가 다시 리메이크를 할 예정이다.
이 일이 있고 나는 뜬금없게도(어이없게도) 헬스 트레이너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