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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지 리포트 Nov 22. 2020

막걸리 한 잔, 젊게 더 젊게!

다시 찾아온 막걸리 열풍, 새로운 기회를 잡아라

과거 지역 내에서만 소비하던 막걸리가 전국으로 유통되고 2017년 주세법이 바뀌면서 온라인 시장에 진출했다. 올 한 해 코로나로 인해 회식, 모임 등이 많이 축소되면서 전반적인 주류시장에는 빨간 불이 들어온 반면, 예외적으로 온라인 배송이 가능한 전통주가 홈술과 혼술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그로 인해 오랜 시간 고착화되었던 막걸리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중. 어른들이 마시는 약주 이미지, 새참 이미지에서 어떻게 막걸리는 젊어질 수 있었을까. 


영탁이 쏘아 올린 막걸리 한~잔    

TV조선에서 방영한 미스터 트롯 - 영탁의 '막걸리 한 잔'(왼쪽) / 예천양조에서 5월에 출시한 영탁 막걸리(오른쪽)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전 국민을 홀린 트로트와 더불어 막걸리에 큰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미스터 트롯에서 영탁이 본선 2차에서 ‘막걸리 한 잔’을 완벽하게 소화하면서 극찬을 받았는데 그가 각종 예능에 출현하면서 시그니처로 자리 잡아 큰 효과를 불러온 것. 실제 예천양조에서 영탁을 모델로 한 영탁 막걸리를 출시하면서 매출과 인지도 동반 상승을 이끌며 대중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트로트 x 막걸리의 구수하고 진한 맛이 어른들의 희노애락뿐 아니라 MZ세대의 불안까지 승화시켜주며 세대를 넘나드는 트렌드가 되었음이 분명하다. 찬원까지 황칠 막걸리의 모델로 발탁되면서 트롯 하면 막걸리, 막걸리 하면 트롯이라는 공식이 완성되고 있다.


운동하고 마시면 더 맛있는, 더 시원한


트로트뿐 아니라 등산과 캠핑 열풍도 막걸리 소비 증가에 큰 요인으로 꼽힌다. 코로나로 많은 것이 변한 한 해동안 사람들은 산으로 들로 인파를 피해, 해외여행을 대신해 떠났다. 등산과 캠핑이 거의 유일하게 허락된 운동이자 야외활동이 되면서 전국의 산과 캠핑장에 인파가 붐볐고 막걸리는 그들의 곁에서 우울한 시대에 흥을 돋우는 일등공신이 되었다. 에너지를 한껏 사용하고 나서 마시는 막걸리는 묵직한 바디감에 톡 쏘는 탄산을 더해 빠르게 긴장을 풀어주고 소진한 열량을 채우기 최적이다. 더욱이 보통 맥주 캔보다 용량이 큰 막걸리 한 병은 함께 한 일행들과 나눠 마시는 재미를 주기도 한다. 실내에 모이지 못하는 사람들의 가슴을 뻥 뚫어주는 막걸리에 대한 수요가 늘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유퀴즈에 출현한 지평막걸리 김기환 대표

 

코로나 때문에 일반 시민들과 만나기 어려워진 유퀴즈는 주제에 따라 매주 화제의 인물을 찾아가는데, 막걸리 열풍을 증명하듯 최근 지평 막걸리의 대표와의 만남이 성사되었다. 유통의 혁신과 디자인 리뉴얼 등의 전략으로 10여 년 만에 무려 100배 이상의 매출을 달성한 김기환 대표. 그는 과거 새참으로 소비되었던 막걸리가 현대인들에게 스포츠 후에 즐기기 좋은 술로 소비될 잠재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인의 체질에는 맥주보다 막걸리가 더 잘 맞는다는 어설픈 연관성은 뒤로 하고서라도 낮은 도수에 든든함을 선사하는 우유빛깔 막걸리는 오랜 시간 우리 조상의 몸을 빠르게 채우는 에너지 드링크 역할을 톡톡히 해왔음은 확실하다.


저렴해서 좋은 막걸리? 펀(fun)하게 즐기는 막걸리!


부어라 마셔라 양으로 승부하는 소비는 줄고 맛있게 즐기는 음주 문화를 만들어가는 MZ세대. 그들은 접하지 못했던 맛을 경험에 대한 투자로 생각한다. 같은 맥락에서 분위기와 함께 마시는 내추럴 와인이 오프라인에서 강세라면 막걸리는 온라인 유통으로 코로나 시대에 거의 유일하게 선전하는 주류가 되었다. 온라인이 익숙하고 큐레이션과 구독 문화에 열광하는 2030들은 관련 전통주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기존의 전통주 큰손인 중장년층에서 메인 소비자 타이틀을 넘겨받고 있다. 그들이 주도하는 혼술 트렌드와 미식에 어울리는 전통주 문화. 한 세기 동안 외길을 걸어온 유서 깊은 양조장들의 생존을 향한 고군분투와 신생 막걸리 제조사의 힙한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지는 나날이 늘어가고 그에 따른 소비자 층도 넓어지고 있다.      

17도에서 제공하는 디테일이 살아있는 막걸리 큐레이션

전통주 전용 판매 사이트 17도는 각 전통주를 다른 제품들과 비교하여 맛의 지표를 제공한다.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시음 없이도 구체적인 가이드를 통해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단점을 보완한 똑똑한 방식이다. 또한 17도에서는 ‘파전에 막걸리’라는 진부한 공식을 깨고 맞는 음식과 페어링을 새롭게 제안하기도 하는데 이는 단순히 취하기 위해서가 아닌 미식의 연장선으로 전통주를 찾는 젊은 온라인 고객의 숨어있는 니즈를 짚어준다. 아직은 매출에서 온라인 채널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진 않지만 새로운 젊은 소비층 유입 통로가 되어주면서 접근성을 높여주고 있다.


세분화된 시장에서 새로운 포지션으로 승부하라!


요즘 입맛 저격하는 막걸리로 입소문을 타고 있는 나루 생막걸리는 네이버 쇼핑 광고에 전면으로 등장하며 역사가 짧은 양조장의 약점을 강점으로 승화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도시 서울에서 태어난 막걸리라는 점을 강조하고 미니멀한 패키징으로 막걸리 시장에서 힙한 포지션을 선점한 것. 거기다 네이버라는 엄청난 유통을 만나 급격하게 성장 중이다. 청년 4명이 모여 한강주조를 시작한 창업자 스토리에 네이버의 마케팅 지원사격으로 텔레비전에서도 적극적으로 노출되면서 사람들에게 신선한 인상을 주고 기대감을 모은다.


반면에 복순도가는 이미 마니아 사이에서 프리미엄 막걸리, 파티 막걸리로 유명세를 탄지 오래다. ‘발효 건축’을 표방하는 손으로 빚는 수제 막걸리는 샴페인처럼 개봉과 동시에 용오름 치며 흔들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섞여 든다. 차별화된 향과 맛에 깔끔하고 고급진 이미지는 특별한 날 즐기는 우리 술로 입지를 공고히 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왜 막걸리가 이렇게 비싸?’ 했다가 마셔본 이들은 고개를 끄덕인다는 후문.

      

네이버 쇼핑 광고에 등장하는 나루 생막걸리 & 한강주조

현재 막걸리는 뜨는 시장인 만큼 더욱 치열해졌다. 뚜렷한 정체성을 바탕으로 전국 500여 개의 양조장 사이에서 새로운 포지션을 확보하는 작업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고 더욱 세분화된 제품들로 소비자에게 행복한 선택지를 제공한다. 일관된 정체성과 그 속에 담긴 이야기까지 소비할 수 있도록 고객 친화적인 방법으로 접근해야 살아남는 막걸리 시대가 찾아왔다. 


맥락 있는 현대화 작업으로 재미있게 소비하는 전통


코로나가 가속화시킨 온라인 시장, 다양한 상황과 페어링으로 즐기게 된 문화, 새로 유입되는 소비자 층으로 막걸리 시장의 파이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규모가 커졌다. 막걸리 맛과 디자인을 기반으로 현재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제안과 적극적인 소통을 시도하는 생존전략이 유효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맥락 없이 젊어진 현대적 브랜드가 아닌 시간의 흐름과 함께 변화해온 막걸리 전통과 소비에 새로운 해석을 얹어 정체성은 지키고 눈높이는 맞추는 방식으로 공감을 얻는다. 이날치와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가 한국 관광홍보영상으로 화제가 되고 3000만이 넘는 뷰를 기록한 것은 우연이 아닌 것처럼, 전통을 현시대의 문법으로 소비하는 영역은 국내 시장을 너머 해외시장까지 노릴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반짝 특수가 아니라 커지는 시장에 높아지는 국가 브랜드를 등에 엎고 사케, 고량주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막걸리 시장의 미래를 기대해본다.


가지 공장 한 줄 평

전통에 기반한 새로운 해석이 각광받는 시대에 색다르게 즐기는 막걸리,

이제는 집에서 한 잔, 운동하고 한 잔,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리는 페어로 즐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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