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탕, 전복장, 닭다리구이
2018년에 결혼을 했다. 그 후로 내게는 부산 시댁 식구들이 생겼다.
시어머니는 오랜 시간 전업주부로 살아오셔서 살림과 요리 실력이 대단하시다. 부산이라는 물리적 거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댁에 갈 때마다 나는 여러모로 배우는 것이 많았다. 먼지 한 톨 없는 깔끔한 주방, 정갈하게 갖춰진 식기들, 음식의 담음새는 물론이고 무엇보다 맛깔나는 음식들이 그랬다.
“옛날에 내 동생이 그랬어. 이 사람이 손만 대면 다 맛있다고~”
시아버지의 말씀을 들으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특별히 조미료를 쓰지 않아도 단짠신쓴의 균형이 정확하게 맞는, 깔끔한 간이 돋보이는 음식들이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겨울에 먹던 갈비탕이다. 1++ 한우 갈비를 정육점에서 직접 사 오셔서, 물에 끓이고 식히는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하신다고 했다. 소고기라 기름이 많이 뜨기 때문에 차가운 곳에서 식힌 뒤, 기름을 걷어내는 작업을 몇 차례 거치면 맑은 국물만 남는다.
그렇게 완성된 국물에 한우 갈비를 푸짐하게 담고, 우리 집과는 다르게 양념장을 곁들여 먹는 방식이었다. 액젓, 간장, 고춧가루, 파 등을 넣어 만든 걸쭉한 양념장은 국물에 풀어 먹어도 좋고, 고기를 찍어 먹어도 잘 어울렸다. 부산이라는 지역적 영향인지, 양념에는 액젓이 빠지지 않았고 남편은 그 맛을 특히 좋아했다.
결혼 후 첫 생일에는 전복장을 만들어 보내주셨다. 내가 전복을 좋아하는 걸 아시고 큰 것만 골라 간장에 달여 만드신 것이었다. 칼집이 촘촘히 들어간 통통한 전복은 달큰하면서도 짭짤한 간장과 어우러져 그야말로 밥도둑이었다.
둘째 아이를 낳고, 첫째를 돌봐주시기 위해 서울에 올라오셨을 때였다. 남편 편에 보내주신 음식은 닭다리구이와 전복죽이었다. 굴소스를 발라 노릇하게 구운 닭다리와, 산모의 기력 보충에 좋다며 전복을 아낌없이 넣은 전복죽은 조리원 음식보다 훨씬 깊은 맛이었다.
나는 먹을 복이 있는 사람인 것 같다. 어릴 때는 엄마의 음식을 먹으며 자랐고, 결혼 후에는 새로 만난 가족에게서 또 다른 맛의 사랑을 받았다.
이렇게 쌓인 맛의 기억들은, 언젠가 나를 통해 내 아이들과 주변 사람들에게도 전해질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생각한다.
이 사랑을, 나도 누군가에게 맛있게 건네줄 수 있기를.
화요일 연재분을 오늘 올렸습니다. 양해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