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다 보니 여기까지...
나는 나름 성실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계획 세우는 것도 좋아했고,
뭔가에 몰두하며 바쁘게 지내는 날이 많았다.
‘이 정도면 잘 살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에 스스로 안심했다.
겉으로는 분주해 보였지만, 막상 돌아보면
진짜 나를 위한 시간이 없을 때가 많았다. 하루는
훅 지나가는데, ‘내가 뭘 했더라’ 싶은 날들이 반복됐다.
거창한 다짐은 많았고, 지키지 못한 약속도 많았다. 그럴 때면 “됐어, 이 정도면 됐지” 하며 스스로를 넘겼다.
작업하고 지친 날엔 웹툰을 보며 나를 달랬다.
한 편만 보자 했는데, 해는 자주 거실에서 떴다.
그게 나의 휴식이자 도망이었다. 현실을 멈춰놓고,
딴 세상으로 숨었다. 그땐 그게 필요했던 것 같다.
“시작했으면 끝까지 해. 책임 져야지.”
아이에게 자주 하던 말. 그런데
그 말에서 빠져나오는 건 늘 나였다.
계획만 세우고 실행은 내일로,
다짐은 멋지게 하고 행동은 미루고. 그게 나였다.
부끄럽지 않게 나이 들고 싶다.
말보다 행동이 먼저인 어른이 되고 싶다.
아직 멀었지만, 하루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려 한다. 멈추고, 바라보고, 또 멈추고.
어느 날은 정말 아무것도 못 하고,
어느 날은 꽃하나도 못만든다.
그래도 완전히 놓진 않았다.
그렇게 쌓인 날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내가 나를 밀어주고, 내가 나를 믿어주고,
오늘도 그런 나에게 조용히 말 건다.
"잘하고 있어. 멈추지 않았으니까."
어설펐지만 계속했다. 그걸로 충분하다면,
오늘도 나는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