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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 am a stem cell Aug 12. 2019

저 사람이 도대체 이해되지 않을 때 읽어볼 책

인간행동 이해를 위한 19가지 도구 <인간 본성의 법칙>

“하나의 유령이 대한민국을 배회하고 있다. 비이성이라는 유령이.”

요즘 언론에 보도되는 뉴스를 보고 있으면 인간이 과연 이성을 가진 존재인가 의심하게 됩니다. 일본 내각의 근거 없는 무역 보복 조치로 일본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때에 ‘우리 일본’ 운운한 국회의원, 극우 정치인들의 거짓 선동에 우르르 몰려다니며 혐오를 부추기는 사람들, 사회 문제에 당당히 자신의 의견을 내는 사람들에게 달려가 무작정 인격을 모독하는 인터넷 댓글 부대들...

사실 확인은 커녕 거짓/왜곡 보도를 토해내는 기자들, 그들의 기사를 전파에 태워 이슈를 만들어 내고 중요한 사회 문제를 덮어버리려는 특정 언론사와 그 지지 세력들.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 혹은 정당을 비판하는 목소리에 감정을 담아 벽을 세우고 반대의 목소리 자체를 부정하려는 사람들. 최근엔 일본 제품 불매 운동에 참여하지 않으면 매국노라 비난하는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끊임 없이 이어지는 사람들의 황당한 모습에 한숨을 짓다가 나를 돌아보곤 합니다. 이런 이슈들에 과연 나는 이성을 가지고 대응하고 있는지 생각해 봅니다. 위에서 제가 비난하며 지적한 사람들과 저는 또 얼마나 더 다를까요. 제가 하는 생각과 행동이 온전히 자유로운 상태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흠칫 놀라곤 합니다.

인간 행동 이해를 위한 19가지 도구



최근에 출간된 <인간 본성의 법칙>에서 저자 로버트 그린이 지적한 것처럼 ‘내가 하는 행동이나 말을 늘 내가 통제하는 것은 아니’라는 걸 느낍니다. 저자는 이번 책에서 사람의 의식보다 더 깊은 수준에서 활동하면서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힘들을 ‘인간본성’이라 정의하고 이를 역사속 인물들의 이야기와 함께 열 아홉가지로 정리해 소개했습니다.

“인간 본성 19가지: 비이성적 행동, 자기도취, 역할 놀이(비언어적 신호), 강박적 행동, 선망(욕망), 근시안(단기적 사고), 방어적 태도, 자기 훼방(세상을 보는 방식, 태도), 억압(어두운 측면), 시기심, 과대망상, 젠더 고정관념, 목표 상실(소명), 동조(집단의 영향력), 변덕(리더십과 권위에 대한 양가감정), 공격성, 세대 근시안(세대 갈등의 패턴), 죽음 부정”

로버트 그린이 정리한 이 열 아홉가지 인간 이해 도구를 가지고 사회속에서 마주치는 온갖 다양한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전부 이해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저자도 책의 서두에서 말한 것처럼 많은 이슈들에 감정적이고 피상적으로 대응하며 살아가게 되는 요즘 사람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타인의 행동을 거울 삼아 나를 돌아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소셜 미디어상에서는 바이럴 효과를 따라 새로운 이슈가 끊임없이 우리를 휩쓸고 지나간다. 조작에 능한 지도자들이 우리를 이용해먹고 뜻대로 휘두르기에 딱 좋은 환경이다. (중략) 나와 동일시할 집단을 찾아내고, 서로의 메아리만 주고 받는 공간에서 내 부족의 의견만 계속 증폭시키고, 누가 되었든 외부인은 철저하게 악마로 몰아서 떼로 몰려가 겁을 준다. 인간 본성의 원시적 측면 때문에 아수라장이 벌어질 가능성은 오히려 더 커졌다.”(13쪽)

저자가 말하는 시대상이 우리 사회의 모습과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즉각적이고 감정적인 반응을 자제하고, 판단의 속도는 늦추고, 찬찬히 세계를 관찰하며,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보이지 않는 힘들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게 좋겠습니다. 로버트 그린이 말한 ‘스스로를 자각하고 사려 깊은 행동을 하게 하는 고차원적 자아’가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말이죠.

긍정의 자기계발서 종합판 같기도

저자는 인간이 보여줄 수 있은 부정적 혹은 파괴적 모습들에 인간 본성의 법칙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그 원인을 심리학적으로 설명했습니다. 이 법칙들은 타인과 나를 바라보는 거울로 활용할 때 유용할 것 같습니다. 저자가 소개한 인물들의 이야기에 나를 비추며 지금의 나에게 영향을 미친 어린 시절의 경험, 교육 및 성장 환경, 직업과 속한 집단 등이 있었는지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특히 역사 속 인물들의 실제 사례를 통해 지금 우리들이 범할 수 있는 유사한 실수들을 보여주고 그런 행동에 영향을 준 심리적 요인들을 찾아보려 한 부분은 상당히 유익했습니다. 다만 그 정도에서만 멈췄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저자는 자신이 제시한 열 아홉가지 ‘법칙’에서 벗어나기 위한 나름의 전략을 길게 풀어놓았는데, 이 부분들은 마치 긍정적 태도를 긍정하는 자기계발서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나를 지배하는 감정을 극복한다.”, “자기애를 타인에 대한 공감으로 바꾼다.”, “운명은 자신이 만든다.”, “상대를 긍정해서 저항을 누그러뜨린다.”, “태도를 바꾸면 주변이 변한다.”, “비교를 피하는 방법.”, “인생의 소명을 발견하고 지침으로 삼는다.”, “집단의 영향력에 저항하라.”...각 장에서 볼 수 있는 소제목들인데 마치 각 장이 하나의 자기계발서 같은 느낌입니다.

각 장에서 역사 속 인물의 이야기를 다루고 그 의미를 언급한 부분 이후는 과감하게 생략했으면 좋았겠다고 (주제넘게) 생각합니다. 물론 해당 분야 전문가로서 저자가 독자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조언들을 시중에 있는 다른 도서들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면 중복을 피하는 것도 좋았을 것 같습니다. 사전처럼 곁에 두고 필요할 때 찾아보는 용도로 활용한다면 장점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이 책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는 독자들의 몫이겠지요?

죽음은 자주 생각하자

위와 같은 아쉬움에도 가장 관심이 가는 부분은 죽음(죽음 부정의 법칙)을 다룬 마지막 장입니다. 아마도 최근 제가 병치레를 하고 있어서 더 공감을 하게 된 듯 합니다. 저 역시 병에 걸리기 전과 후에 세상과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이 상당히 달라지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저자가 이 장에서 소개한 메리 플래너리 오코너 만큼 죽음을 앞두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녀가 삶을 대하는 태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죽어가고 있음에도 자신과 죽음은 상관이 없는 것처럼 살아갑니다. 그러나 죽음을 가깝게 인식하게 되면 인생의 많은 부분들에서 관점의 변화를 경험합니다. 가족, 친구 등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부터 하고 있는 일, 하고 싶은 일들에 이르기까지 과거엔 그렇지 않았던 경험들이 매우 선명하고 강렬해집니다. 플래너리 오코너가 죽음을 자각하고 난 후 삶의 많은 부분을 강렬하게 경험했던 것처럼요.

저자도 죽음을 자각할수록 더 많은 자유를 맛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습니다. 죽는다고 생각하면 무엇인가를 결정하거나 선택해야 할 때 보다 대담해 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덜 불안해 할 수 있습니다. 현실의 제약에서 조금은 벗어나 전에는 하지 못했던 일들도 과감하게 시도해 볼 수 있게 됩니다. 저자의 말처럼 시간이 허락한다면 나의 가능성을 더 많이 탐구하고 확장하고 싶어집니다.

“죽음에서 그 이상함을 제거하고, 죽음을 알고, 죽음에 익숙해지자. 그 무엇보다 죽음을 가장 자주 생각하자. 모든 순간 우리의 상상 속에서 죽음의 모든 측면을 그려보자. 죽음이 어디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지는 불확실하다. 죽음을 미리 생각해보는 것은 자유를 미리 생각해보는 것이다. 죽는 법을 배운 사람은 노예가 되는 법을 지운 셈이다. 어떻게 죽을지 알고 나면 모든 종속과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다.-미셸 드 몽테뉴-“(905쪽)

실제로 죽음을 생각한다고 해서 모든 종속과 제약에서 벗어나지는 못하겠지만 이전보다는 자유롭고 대담할 수는 있습니다. 이렇게 자신의 가능성을 새겨가면서 노예가 되는 법을 조금씩 지워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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